‘인생은 실전’ 트페미 참교육 시키다

‘흉자야, 왜 한남 고X를 빨아’ 욕설한 트페미 고소후기

사건의 발단

때는 4월 27일. 필자는 당시 페미니스트 선언으로 주목받았던 가수 연습생 한서희가 탈코르셋(화장·꾸밈노동을 안 하는 운동)을 안 한다고 하자, 트페미들이 ‘자발적 코르셋이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여성인권을 후퇴시킨다’고 말하는 게 너무 어이없어서 트위터에 이런 의견을 밝혔다.

사진 1. 필자의 트위

한 트페미가 필자에게 ‘흉자야’라며 말을 걸었다. 그 문제의 트페미와 일련의 대화다.

사진 2. 트페미와 대화
사진 3. 트페미와 대화
사진 4. 트페미와 대화

이렇게 욕설과 성희롱 트윗이 날아왔다. 대체 어디 사는 누구길래 겁도 없이 이렇게 욕설과 성희롱을 날리나 싶어서 ‘이건 고소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고소장 쓰기

고소장을 경찰서에 들고 가면 귀찮아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돌려보낼까 봐 바로 검찰에 제출하기로 하고 고소장을 쓰기 시작했다. 우선 고소장을 작성하기 위해, ‘지 애비도 한남’이라 하는 저 불쌍한 녀석의 신상을 알아내려고 온종일 구글링에 매달렸다.

검색해보니 트페미가 주로 쓰는 닉네임은 ‘꼬물’이고 이것은 ‘꼬마물고기’를 줄여 쓴 것이란 걸 알았다. 트위터 @siriong_isabel로 계정 이동하기 전의 계정들, 부계정들을 합하면 보유 계정이 네다섯가지 이상 되고, 그 계정들에 올라왔던 트윗들을 뒤져보니 몇 시간 끝에 정보 몇 개를 알아낼 수 있었다. 네이버 메일주소, 실명, 사는 도시, 대략적인 나이까지. 다 본인이 손수 올린 정보들이었다.

이 정보들을 취합해 필자 정보와 상대 정보를 기술하고 피해 사실, 고소 이유, 어떤 처분을 원하는지를 명확하게 서술해서 5월 1일 검찰에 제출했다. 그리고 9일 집 근처 경찰서에 출석해서 고소인 조사를 받고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서 고소장을 추가 제출했다.

모욕죄를 고소할 때는 상대 정보도 중요하지만 내 신상 정보도 드러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실명과 사진이 본인 계정에 올라와 있었지만, 명확히 드러나 있는 건 아니라서 입증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누군가와 언쟁하다 모욕죄로 고소각이 떴다 싶을 때는 이름과 사진, 사는 곳을 즉시 계정에 공개하고, 이를 가해 사실과 함께 PDF로 저장하는 것이 좋다.

피고소인의 연락

한 달 뒤, 6월 11일 경찰서에서 피고소인의 부모님이 통화를 원하는데 연락처를 알려줘도 되느냐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알려드려도 된다고 했고 잠시 후 피고소인의 아버지가 필자에게 전화했다.

피고소인은 중학교 2학년이 맞았다. 아버지는 필자에게 먼저 죄송하다 하면서 아이의 사과문을 보낼 것이고, 만나서도 직접 사과를 하게끔 하고 싶다고 해서 필자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 밤 아래와 같은 제보를 받게 된다.

사진 5. ‘흉자를 패다 고소각이 걸렸다’며 도움 호소하는 트페미

피고소인은 다른 트위터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흉자를 패다 고소각이 걸렸다’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피고소인의 아버지와 통화한 후에 이 트윗을 보니 용서하고 싶었던 마음이 싹 사라지고, 아직도 본인의 잘못을 모른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그 와중에 ‘절대 고소 안 걸리니 안심하라’는 한심한 답변들은 그야말로 현 트페미들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하튼 이렇게 반성의 기미가 하나도 없길래 피고소인의 아버지에게 이 캡처 이미지를 보내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아버지는 다시 한번 필자에게 사과하면서 사정을 말하자면 고소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본인 나름대로 해결해보겠답시고 저런 말을 한 것 같고 지금은 사과문을 쓰고 있다며 만나서 사과를 하고 싶다고 다시 한번 전해왔다.

그리고 13일, 피고소인이 트위터 DM으로 사과문을 보냈고 필자는 미흡한 부분을 보강해 다시 사과문을 써달라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 6. 사과문을 보낸 트페미에게 미흡한 부분을 보강해 다시 보내라고 한 필자
사진 7. 사과문을 보낸 트페미에게 미흡한 부분을 보강해 다시 보내라고 한 필자

피고소인과의 만남

15일 피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중학교 2학년인 피고소인은 굳은 얼굴로 필자에게 자필 사과문을 주었다.

사진 8. 트페미 자필 사과문
사진 9. 트페미 자필 사과문

피고소인은 죄송하다, 사상이 다르다고 해서 욕설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그렇게 죽상인 얼굴도 아니고 그렇다고 웃는 얼굴도 아니고 무표정이었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도리는 없지만 어쨌든 반성하는 기색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필자한테 쓴 욕설과 성희롱 트윗을 지금 읽을 수 있겠냐고 물으니 읽을 수 없지만, 필자가 시키면 읽겠다고 답했다. 막상 어린 피고소인을 마주하니 왜인지 억지로 읽게 시키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상황을 무마하려 노력하는 피고소인의 아버지와 무표정하고 말 없는 피고소인을 보니 하고 싶었던 말은 사라지고 그저 기운이 빠졌다.

피고소인은 아버지가 하는 말에 툴툴거리고 반박도 곧잘 하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필자와 같은 제삼자가 있으니 더 성의 있게 대한 면이 있었겠지만, 자식과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하는 아버지를 향해 ‘느개비’라는 말을 쓰다니 참, 세상에 느개비·느애미 많겠다 싶었다.

애초에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저 중학생이 두시간 걸려서 혼자 필자를 만나러 올 수 있었을까. 새삼스레 사람은 당연하게 느끼던 것이 없어지지 않으면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는 걸 실감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야기를 대강 끝내니 피고소인의 아버지가 저녁을 사 주겠다고 해서 회를 먹자고 제안했다. 광어와 우럭을 먹는 동안 피고소인과 피고소인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필자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 피고소인의 이야기. 피고소인은 필자가 어색하고 껄끄러운지 본인 아버지 위주로 대화했다.

필자는 피고소인에게 사과문을 꼭 트위터에 공개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은데 트위터를 통해 풀지 말고 다른 걸 찾아봐라, 세상에 즐겁고 재밌고 감동적인 게 참 많으니 느껴봐라 같은 말을 했다. 그럴 때마다 피고소인은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러다 혜화역 시위 얘기가 나왔는데 필자는 편파시위는 말도 안 된다고 말을 했다. 중견 언론 보도도 늦게 됐고 포토라인은 워터마크 몰카 사건 때도 세웠는데 뭐가 편파시위냐, 2차 가해도 넘쳐나는데 그게 대체 뭐가 부러우냐고 물었고 피고소인은 본인이 직접 화장실에서 몰카를 본 적이 있는데 말을 해도 대충 넘기고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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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문제는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홍대 누드크로키 몰카사건 가해자가 잡힌 건 그 장소가 대학교 과실이었고 용의자가 20명 남짓인 데다 버젓이 워마드에 올렸으니 가능했던 거라고 말했다. 의견은 그렇게 좁혀지지는 않았으나 피고소인의 아버지는 필자 말에 동의했다.

피고소인은 본인은 래디컬이지만 사실 교차페미라며 워마드의 사상은 동의하지 않고 탈코르셋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는 듯 말을 했다. 화장하고 안 하고는 여자의 선택인 거 같다길래, 필자가 애초에 썼던 트윗이 그 말이라고, 지금 의견이 같은데 그땐 왜 그렇게 욕설을 했냐고 물으니 ‘사실 잘 안 읽어보고 욕했다’고 했다. 아마도 필자한테 욕설을 한건 본인 트위터 지인들이 욕하길래 ‘아 흉자인가 보다’ 싶어서 달려들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또 한숨이 나왔다. 뭐가 페미니즘인지 아닌지 사고하기 이전에 트친들이 욕하는 거 따라서 우르르 몰려가고, 때려잡고, 자기들끼리 정신승리 하는 행태가 현재의 트페미다. 여하튼 ‘그러지 말아라’라는 말은 많이 했는데 피고소인은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이따금 이제 트위터도 못 한다, 알겠다 정도의 대답만 했다.

그 이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흉자를 패다 고소각이 걸렸다’고 했었던 계정에는 사과문이 올라오지 않았다. 쪽지로 연락해서 사과문 안 올리냐고 물어봤더니 본계에 올렸다며 처음 보는 계정을 알려주었다. 피고소인은 트위터를 더 못 한다더니 이 플텍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갓건배를 여전히 좋아하는 듯하다.

사진 10. 트위터를 더 못 한다더니 플텍계 열심히 하는 트페미
사진 11. 트위터를 더 못 한다더니 플텍계 열심히 하는 트페미

애초에 필자가 이 친구를 인성 교육하거나 사상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좀 맥이 빠졌다. 필자가 고소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자필 사과문과 집에 포장해 온 회, 매운탕 정도였다. 괘씸한 마음에 합의를 거절할 수 있었지만, 사실 고소를 계속한다고 해도 피고소인 나이가 ‘형사 미성년자(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 만 13세 이하 연령)’이기 때문에 결과가 잘 나와도 피고소인 부모님이 대신 교육을 받는 수준(누군가를 고소할 때는 상대가 성인인지 아닌지를 한 번쯤 살펴보고 하길 바란다)이라, 합의해서 사과문을 쓰게 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게 경찰 측 소견이었다. 만약 피고소인이 성인이었다면 벌금 50만원 정도 나왔을 거라고 한다.

고소사건은 이렇게 마무리가 됐다. 이렇다 할 사이다는 아닌 거 같지만 여전히 자필 사과문은 필자에게 있다. 훗날 트위터 어디선가 다시 욕을 한다면 이 자필 사과문을 들고 찾아가서 민사를 걸 것이라고 피고소인에게도 전해두었다. 이제 피고소인이 올바른 여성관·남성관을 갖는 건 부모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