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시위와 워마드 논란, ‘일부’의 일탈일까

워마드와 선 긋기에 나선 페미니스트

최근 ‘혜화역 시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재기해’, ‘곰’ 등의 구호가 논란이 된 것에 이어, ‘성체훼손 사건’, ‘버스 내 식칼 위협 사건’ 등이 워마드에서 잇따라 터져 나왔다. 점점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워마드에 부담감을 느꼈는지 ‘워마드는 페미니즘이 아니다’는 페미니스트들의 선 긋기가 이어지고 있다.

첫 스타트는 여성주의 문화평론가 손희정이 끊었다. 그는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워마드는 페미니즘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홍대 몰카 피해자에 대한 조롱을 일삼는 워마드의 모습은 본연의 페미니즘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이다.

손희정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이 2016년 10월 8일 서울 서대문구 벙커1에서 열린 ‘대한민국 넷페미사’ 라운드 페이블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날 손 연구원은 ‘배운여자, 여시, 트페미, 페미나치, 메갈’이라는 표현을 “온라인 페미니스트의 ‘멸칭’의 역사이자 넷페미 수난사”라고 말했다(출처 딴지일보)

<까칠남녀> 등 방송에서 자주 등장한 이현재·은하선 등의 페미니스트도 워마드와 본격적인 ‘선 긋기’에 나섰다. 이현재 교수는 한 방송에 출연해 “워마드는 지금 구분의 정치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은하선은 자신의 개인 매체에서 “워마드와 엮지 마라, 성소수자 혐오하는 인간들과 엮이는 거 불쾌하고 역겹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실제로 워마드에서 게이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발언(똥꼬충, 젠신병자 등)이 난무한 실정이다.

여성계 인사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워마드 지지파’로 분류되는 윤김지영 교수도 미묘한 선 긋기에 나섰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워마드 안에서는 자신을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극우남성우월주의자 사이트인 ‘일베’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단일 의제를 가진 여성집단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김 교수는 최근의 난민 논란에서도 난민추방을 주장하는 대다수 워마드 회원의 입장과 보조를 맞췄는데 그조차도 최근 워마드 내에 “극우 경향”이 있다고 인정하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 역시 처음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재기해” 등의 발언이 “여성들이 당해온 거에 비해 그렇게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지만, 이후의 성체 훼손 사건에 대해서는 “워마드 성체 훼손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발언했다. 워마드에 대한 녹색당 내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갈리아에 대한 집단최면이 화를 키웠다

지금이라도 다수의 페미니스트가 워마드의 극단 성향과 일정 부분 선을 그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워마드’를 주류 페미니즘은 물론 혜화역 시위와 기계적으로 분리하려 시도하고 있다.

앞서 본 신지예 후보도 “잘못된 구호와 여성들의 시위를 등치시키면 안된다”고 발언했으며, 이현재 교수 역시 “워마드의 (잘못된) 행위에 집중해서 말하는 방식이 성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인가라는 의심을 둔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워마드의 잘못된 언행이 단지 일시적·우연적 일탈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오늘날 논란이 되는 워마드의 폭주는 근본적으로는 메갈리아의 남성혐오를 ‘사회운동의 방법’으로 승인한 데서 연원한다. 사실 지금의 워마드는 2015년에 탄생한 메갈리아를 계승한 집단이다. 나아가 2016년 당시 한국여성재단 주최로 열린 ‘여성회의’에서는 이러한 메갈리아를 ‘3세대 페미니즘’으로 공식 승인한 바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출처 건대신문)-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출처 녹색당)

윤김지영 교수 또한 올 6월만 해도 메갈리아·워마드의 극단 노선에 대해 “남성이 정한 ‘올바름’ 안에서 운동의 정당성을 확보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때로는 법의 범주를 넘어서는 전술도 생각해야”며 남성 전반에 대한 멸시적 언행을 두둔한 바 있다.

이처럼 여성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메갈리아·워마드로 대표되는 인터넷상의 혐오에 ‘도덕적·이론적 정당성’을 부여해왔는데 이러한 여성계 전체의 ‘담론적 후원’이 워마드라는 괴물을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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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당시 메갈리아도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을 명목으로 ‘남성혐오’를 정당화했다. 이것은 결국 성소수자(똥꼬충·젠신병자), 장애인(장애한남·윽엑), 아동(좆린이·한남유충), 노인(느개비후장) 등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정립됐고 고스란히 워마드 내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워마드에서 물의를 빚은 범죄행위 및 모방범죄의 기원도 대부분 메갈리아에서 찾을 수 있다. 일례로 워마드 유저로 알려진 유튜브 스트리머 ‘호주국자’가 아동 학대물 소지 및 유포 혐의로 호주에서 기소됐던 사건의 기원은 메갈리아에서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교사가 남자 어린이를 두고 ‘좆린이’ 운운하다가 징계를 받은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워마드가 홍대 누드 크로키 남성모델 몰카 사건을 저지르기 한참 이전에도 메갈리아에서는 게이 포르노 사이트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남성 대상 몰카를 공유하고 높은 추천수를 주고받은 일이 만연했다.

이처럼 문제의 신호가 다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이를 외면한 것이 워마드로 대표되는 극단주의의 폭주를 낳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워마드 문제는 일부의 일시적·우연적 일탈이 아니라 메갈리아를 여성운동의 한 조류로 인정한 여성계 전체의 실천적·이론적 오류와 연결된 셈이다.

혜화역 시위의 진짜 문제를 직시해야

이미 수많은 사람이 지적한 사항이지만 워마드의 ‘막장스러운’ 성향은 혜화역 3차 시위 이전에도 홍대 몰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통해 여러 번 드러난 바 있다. 우선 혜화역 시위의 출발점 자체가 홍대 몰카 사건과 그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남성 몰카 피해자가 범죄의 빌미를 제공했다 등)에 있다.

실제로 혜화역 시위에서는 홍대 몰카 피해자를 조롱하는 피켓과 구호가 난무했으며 시위 참여자 다수는 워마드 몰카 가해자를 일명 ‘홍본좌’로 부르며 두둔하고 있다. 시위 주최 측 또한 다음 카페에 공식적으로 ‘홍대남’이라는 주소명(cafe.daum.net/hongdaenam)을 붙이며 피해자를 조롱하고 있다. 지금도 워마드에서는 피해자의 몰카유출 순간을 패러디한 그림을 공유하는 등의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5월 19일 혜화역 시위에서 등장한 홍대 몰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피켓

대통령이나 가톨릭에 대한 공격 이전에도 홍대 몰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문제가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언론과 지식인 그리고 여성단체는 정작 혜화역 시위에서 만연한 왜곡된 인식에 대해서는 ‘침묵’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러한 경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평소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다’고 자처한 여성계 일각이 대통령과 종교가 논란의 대상이 되자 비로소 워마드의 극단적 성향에 선을 긋기 시작한 것도 문제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는 바로 홍대 워마드 몰카 피해자 자신인데 정작 그는 철저히 외면받은 것이다.

사실 워마드 몰카 가해자가 경찰에 붙잡힌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평소 몰카 등의 성범죄 문제를 공론화한 여성단체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몰카범죄에 대한 여성계의 문제 제기로 인해 만들어진 제도가 남성 피해자도 구제한다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성인권의 신장은 남성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평소 여성계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혜화역 시위를 기해서 사태를 이런 공동선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받아들인 여성단체나 지식인은 거의 없었으며, 도리어 ‘홍대 워마드 몰카 가해자가 붙잡힌 것은 편파수사·처벌’라는 워마드의 주장에 사실상 동조하고 말았다. 이는 여성계 전체가 메갈리아 사태 이래로 남녀 간의 성별분리주의 프레임에 집단으로 굴복한 결과이기도 하다.

혜화역 시위의 잘못된 팩트는 다음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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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혜화역 시위의 문제는 단순히 소수 참여자에 의해 제기된 과격한 방법론이나 구호가 아닌 보다 심층적인 데 있다. 우선 해당 집회가 여성 일반의 우려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워마드 식 성별분리주의에 기반한 ‘증오 선동’에 기울어지어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최근 주최 측은 워마드와의 관련성을 언론에서 부인했지만, ‘느개비’, ‘웜련’, ‘메갈’ 등을 닉네임으로 삼은 다음카페의 주요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이같은 해명의 설득력은 희박하다. 특히 공식적인 행사 식순에서 ‘문재인 재기해’ 등의 구호가 가져올 파장을 처음부터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부터가 이미 주최 측이 워마드 세계관에 깊숙이 침잠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태가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극단주의를 배격한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필요

혹자는 일베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에 비해 최근 메갈리아·워마드의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됐다고 불평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최근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우선 사회적 주목도로만 본다면 일베에 대한 주목이 워마드보다 훨씬 높았다. 7월 15일자 네이버 뉴스 스탠드 검색어 기준으로 보면 ‘워마드’ 관련 기사는 워마드가 등장한 2016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2년 반 동안 4140건가량 나타났지만 같은 기간 ‘일베’ 기사는 1만1771건으로 나타났다.

물론 일베에 관한 기사는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 비판적인 논조였다. 또한 과거 표창원 의원 역시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일베 문제를 거론하며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한 것처럼 일베는 국가적·사회적인 문제로 다뤄졌다.

이에 반해 메갈리아·워마드의 진짜 문제는 그 실상에 대한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데 있다. 여성계와 일부 지식인 및 언론은 실태에 대한 제대로 된 관찰 없이 메갈리아·워마드를 일종의 ‘저항적인 정치적 주체성’ 쯤으로 승인하고 말았다.

반면 그동안 일베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지속해서 보냈다. 2012년에도 일찍이 남녀 커뮤니티가 합세해서 일베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적이 있었다(일명 일베대첩). 현재 대부분의 인터넷 남성 커뮤니티에서는 일베 관련 밈(유행어)을 쓰면 일명 ‘일베충’으로 단정되고 곧바로 매장당한다.

‘일베가 나라를 지키는 중심’이라고 세월호 폭식 투쟁 집회에서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은 탈북자 출신 남성의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신상이 털리고 그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스프레이가 칠해지는 등의 비공식적인 사회적 제재가 가해진 바 있다.

물론 개개인에 대한 사회적 제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일베에 대한 불관용의 원칙을 관철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핵심이다.

워마드 문제에 대해서도 일베와 동일한 불관용의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워마드는 이성에 대한 혐오를 강령으로 삼고 있으며, 남성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고취하는 것이 여성 인권신장의 지름길이라고 진지하게 믿는 동질적 집단이다.

5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워마드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

만일 워마드 회원 사이에 이질성이 존재한다면 단지 어떻게 하면 남성을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만 그럴 뿐이다. 실제로 워마드의 공지사항을 보면 “소수인권 안 챙긴다. 도덕 버려라” 등을 말하고 있으며 “여자도 한남충 짓 하면 팬다”고 규정되어 있다.

과거 인종 분리주의를 방불케 하는 남성혐오 및 성별분리주의가 워마드의 핵심교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성에 대한 혐오를 행동강령으로 삼으며 성별분리주의를 획책한다는 점에서 일베와 워마드는 동일하다.

특히 일베와 워마드의 이러한 극단적인 분리주의 성향은 즉각적인 난민추방 요구 등 같은 극우주의적 경향으로도 수렴한 바 있다. 과거 나오미 울프도 ‘페미니즘의 얼굴을 한 파시즘’이라는 글을 통해 일부 페미니즘의 불관용적 극단노선이 극우주의로 이어질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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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든 워마드든 그 배후에는 심층적인 사회경제적 불안과 남녀 젊은이의 사회화 실패가 놓여있다. 이러한 심층적인 원인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는 ‘이러한 극단주의는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가 지속해서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젠더문제는 남녀는 물론이고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대화와 공론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반면 일베와 워마드가 공통으로 기초한 분리에 입각한 극단주의 노선은 이러한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 자체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하며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