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베스트 프렌드, 내 인생에 ‘붉은 신호등이 켜지면’

[리뷰] 영화 <마이 베스트 프렌드>

안녕하세요, 글 쓰는 ‘서연’입니다. 내게 친구가 몇 명인지 손가락으로 헤아려보거나 리스트를 작성하는 일이 잦아졌다면 인생에 붉은 신호등이 켜진 거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더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구나 싶으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던 서른의 문턱에서 필자 역시 평범한 일상의 나날이었으면서도 드문드문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다 정지신호에 걸린 듯 두리번거렸던 것이죠.

영화 <마이 베스트 프렌드> 포스터

이미 성공한 중년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진정한 친구 만들기 수업에 돌입한 남성이 있습니다. 영화 <마이 베스트 프렌드>의 주인공 프랑수아는 수완 좋은 골동품 전문 딜러인데요, 동료 패트릭의 장례식에서도 돈 될만한 물건 생각만 하고, 겨우 일곱 명의 조문객이 왔었다며 친구들과의 식사 모임에서 흉을 봐요. 친구들은 그의 장례식장에 올 친구는 그보다 더 적을 거라고 말해요.

사람한테 관심이 없는데 친구가 있겠어?

이로써 내기가 시작됩니다. 그가 정말 갖고 싶어 하던 그리스 도자기를 회삿돈으로 20만 유로에 샀는데 사실 갤러리는 자금운영이 어려운 시점에 와있습니다. 동업자 캐서린은 만일 10일 안에 프랑수아가 진정한 친구를 데려오면 그 도자기는 그의 것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녀의 것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친한 친구인 베르뜨랑은 그를 그저 딜러라고 생각하지 친구라고는 여기질 않아요. 그렇게 친구 사귀는 방법을 알고자 기웃거리는 나날이 이어집니다.

영화 <마이 베스트 프렌드>

며칠 후 도자기가 서류상의 문제로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요, 택배기사 아저씨에게 인사처럼 물어요. “택배회사가 나온 영화가 있었죠?”하고. 택배기사는 잘 모른다고 대답해요. 프랑수아는 더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를 떠나보내죠.

다음날 갤러리에 택시 운전사 브루노가 찾아오는데요, 친근하게 사람을 대하긴 하지만 말이 많다는 이유로 프랑수아는 처음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두 번째로 택시를 탔을 때는 딸 아이와의 관계를 오해하기도 했고요. 용건을 끝낸 브루노는 프랑수아가 어제 택배기사에게 했던 질문과 같은 질문을 던져요. 어제의 택배기사처럼 슬쩍 모른 척하려는데 그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요. 해맑게 웃으면서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기사를 보냈던 자신과는 다른 반응인 거죠.

그를 돌아보니 지나가던 할머니와 개에게 말을 걸고 있어요. 자신의 갤러리 안으로 들어올 때도 택배기사들에게 먼저 말을 걸며 친근하게 대하던 게 떠오릅니다. 프랑수아는 그에게 달려가 비결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 날부터 프랑수아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낯선 이들에게 말을 걸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사는 등의 노력을 하지만 소용없어요. 브루노는 그에게 충고합니다.

받을 준비가 되었을 때 주기

그리고는 ‘미친소’ 작전에 돌입하는데요, “미소”지으며, “친”근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공원에서 그 방법대로 재시도하지만 또 한 번 그는 실패하고 맙니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해요. 이때 브루노가 던진 한마디는 꽤 감동적입니다.

누가 어디선가 당신을 기다릴 텐데? (중략) 내가 내일 당신 문밖에서. (중략) 택시기사는 늘 기다려요.

그날 밤,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그리스 도자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술 한잔을 하고 있는데 딸 아이가 들어옵니다.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이 일리아드의 두 친구인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루스라며 아는 체를 해요. 그래서 펼쳐본 일리아드 책 장 사이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음 날, 그를 기다리고 있는 브루노에게 사진 속에서 친구를 드디어 찾았다고 말해요. 자신이라고 대답할 줄 알았던 브루노는 실망한 기색입니다. 그런데 프랑수아를 만난 뤽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아요. 뤽의 기억 속에 프랑수아는 잘난 체하던 재수 없는 놈이었거든요. 그런 그를 위로하는 건 떠나지 않고 기다렸던 브루노입니다.

어릴 적 친구가 오히려 상처를 주죠. 만나고 정들면 어느새 떠나고. 사는 게 힘들죠. (중략) 진짜 친구는 없잖아요. 인간은 결국 혼자거든요.

지나가는 개와도 쉽게 친구가 되는 그가 하는 말이었어요. 이를 계기로 둘은 부쩍 가까워져요. 함께 축구경기장도 가고 브루노의 부모님 댁에서 식사도 하는데요. 그곳에서 부르노의 오랜 꿈이 퀴즈왕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반대로 그의 집에 가 하룻밤을 자기도 하는데 다음날 만난 딸 아이와 다정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던 프랑수아는 작전을 세웁니다. 딸 아이가 자신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았거든요. 브루노를 진정한 친구라고 확신한 그는 위험한 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도자기를 훔쳐주기를 부탁해요.

브루노는 어렵게 결심한 끝에 한밤중 도둑으로 위장하고 그의 방에 들어서는데 순간 불이 탁 켜집니다. 놀란 마음에 돌아보자 그곳에는 내기를 걸었던 친구들과 딸 아이가 지켜보고 있어요. 장난이었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하는 프랑수아를 제외한 모두는 실망하고 맙니다.

친구를 놓고 내기를 하는 인간에게 친구가 있겠어?

브루노는 그 자리에서 도자기를 깨버리고는 연락이 두절 돼요. 프랑수아는 브루노의 집에 찾아가는데요, 그의 부모님으로부터 가장 친한 친구와 아내가 함께 배신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의 노트에 메모 된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을 발견하게도 됩니다.

길들여 친구가 된 지금은 서로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란다

그런데 캐서린이 그 깨진 도자기가 모조품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은행압류가 들어올까 봐 미리 손쓴 것이죠. 그녀 역시 그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는 고백도 함께였습니다.

이제 막바지인데요, 프랑수아는 그 도자기를 무척이나 탐내던 퀴즈쇼의 국장에게 보냅니다. 대신 다른 부탁을 하죠. 바로 브루노에게 퀴즈쇼에 나갈 기회를 주는 것인데요.

어렵게 퀴즈의 마지막 단계까지 온 브루노는 최후의 찬스, 친구에게 전화 걸기 앞에서 망설입니다. 그에게 이제 친구는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국 프랑수아에게 전화를 걸어요. 프랑수아는 딸 아이를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와 내기를 건 것에 대한 사과를 전하죠.

<어린 왕자>의 그 구절을 빌려 ‘나에게 친구는 너 하나뿐’이라는 말도, 문제의 정답도 전합니다. 고맙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프랑수아는 잘 지내라며 전화를 끊습니다. 그리고 브루노는 평생의 꿈, 퀴즈왕이 되었습니다.

프랑수아의 생일날 딸 아이, 친구들이 모여 파티를 즐깁니다. 예전과는 달리 조금 더 편안해 보이는 모습인데요, 그가 계산하려고 하자 식당 직원이 누군가 값을 치렀다며 가리킨 곳에는 브루노가 앉아있습니다. 우연을 가장한 방문이었습니다. 딸 아이의 소식도 알고 있었고 그에게 줄 선물도 준비해 놓고 있었으니까요. 브루노가 언젠가 가르쳐줬던 ‘받을 준비가 되었을 때 주기’가 이뤄지는 순간이었죠.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이 깬 도자기가 국장 사무실에 있더라는 얘길 하는데요, 모르는 척하는 프랑수아에게 그럼 내기하는 게 어떠냐고 하자 프랑수아는 이제 내기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해요.

진 사람이 더 사랑하기

그건 끌리는데?

영화 <마이 베스트 프렌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 위로 어스름 녘인데도 푸른 하늘이 참 아름다웠는데요, 붉은 신호등은 잠시 정지하라는, 기다리라는 의미일 뿐 진짜 위기는 아닐 겁니다. 브루노가 마지막으로 쓴 찬스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의미하듯 인생에도 잠시 쉬었다 가야 할 시기가, 그 후에는 푸른 신호등이 켜질 차례가 반드시 있습니다.

진정한 친구는 우리가 행동하기를 늘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정지한 곳에서 돌아보고 가까운 누군가에게 손 내밀고 그렇게 함께 다시 출발 하기를요. 택시가 언제나 승객을 기다리듯 그렇게요. 오래전 내가 그랬듯 붉은 신호등이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길 횡단 보도 앞에서 잠시 멈춰선 누군가의 손을 잡아 줄, 잡고서 함께 다시 출발할 준비를 마친 서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