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빛

[리뷰] 영화 <이터널 선샤인>

안녕하세요. 글 쓰는 서연입니다.

서로를 신선하게 바라보게 했던 ‘다름’이 서로를 어이없게 바라보게 되는 ‘틀림’이 되는 경우, 세상에서 서로를 가장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서로를 가장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 서로를 ‘사랑’했던 이유가 ‘헤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경우. 이에 대해 우리는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더라는, 또 한 번의 착각이었다는, 어쩌면 사랑 같은 건 세상에 없는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사랑을 하고 삽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너무도 유명한 감독 미셸 공드리의 대표적인 사랑 영화입니다. 아마도 위와 같은, 사랑이 식어가는 갖가지 일들을 망각이라는 키워드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풀어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죠.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 많은 독자 여러분과 오늘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빛, 사랑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니체의 말입니다. 남자 주인공인 조엘은 사랑했던 여자 클레멘타인이 자신과의 기억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도 기억을 삭제하려 합니다. 니체의 말처럼, 실수와 실패, 수치와 아픔마저 모두 지우면 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때는 내 삶의 이유였던 사람의 흔적, 다시 없을 최고의 순간, 행복의 감정마저도 다 지워집니다. 기댈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의 삶이 과연 행복할지에 대해 반추해보면 쉽게 고개 끄덕일 수만은 없을 것 같은데요, 그 순간순간의 합이 바로 우리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의 삶, 그러므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까마득한 사람의 삶은 그리 편해 보이지도, 복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조엘은 최근의 일에서부터 과거의 일까지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 기억을 삭제하는 과정 중에 결코 잊어선 안 되는, 생에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음을 깨닫고는 자신의 의뢰를 취소하려고 합니다.

취소하래요. 내 말 알아듣죠? 다 취소한다고요.

그러나 이미 반쯤은 무의식 상태인 망각의 과정에 있는 그의 외침을 아무도 듣지 못합니다. 영화는 그렇게 지웠던 기억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렇게 기억을 지우는 과정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에 역으로 시간을 돌리는 방식을 도입했기에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메시지가 있는데요,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게 되는 것’이라는 메시지입니다. 머릿속에 있던 모든 기억을 지워도 사랑은 몸의 본능처럼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에게 이끌리고 마는 것이라는 거죠.

더 놀라운 것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과거에 사랑했던 사이였으며 분명한 이유로 서로에게 질려버려 기억을 삭제한 지금의 상태에서 다시 만나게 된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여전히 서로를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 되는 길’이라는 메시지이죠.

지금이야 그렇죠. 근데 곧 거슬려 할 테고 난 자기를 지루해할 거야.

괜찮아요. 뭐 어때···

끝을 알면서도 가겠다는 의지, 그 길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그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운명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사랑도, 사람의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영어 ‘Sunshine’에는 햇살, 행복이라는 뜻 외에 ‘이봐’라는 뜻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전의 괄호 안 설명에는 때로는 상대방을 다정하게 부르는 말이지만 자칫 무례하게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고 덧붙여져 있습니다. 늘 곁에 있어 익숙하다는 이유로 소홀해지기 쉽지만 결국 해가 없으면 내 세상은 암흑이고, 불행입니다. 서로를 부르는 말이 없으면 침묵이고 외톨이입니다.

밤이 오면 세상은 온통 까맣지만, 아침이면 어김없이 해는 떠오릅니다. 사랑에는 그 어떤 조건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단 하나, 그 밤을 견딜 능력, 그 밤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손잡고 가로질러 아침이면 틀림없이 떠오를 해를 바라볼 수 있다는 믿음만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빛, 사랑하려거든 말이죠. 그러므로 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무례하지 않게, 다정하게 바라보며, 헤어져야 하는 수많은 이유보다 더 대단한, 사랑하는 한 가지 이유를 믿고 끝까지 가보겠다는 마음으로 순간순간을 걸으면 그 걸음들이 모인 시간은 영원이 될 것입니다. 이터널 선샤인이 될 것입니다. 모두의 삶이 사라지지 않는 빛으로, 사랑으로 반짝이길 바라는 서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