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1은 세상에서 가장 큰 숫자

[리뷰]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안녕하세요. 글 쓰는 ‘서연’입니다.

오늘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낼 거냐고 묻더라고요. 특별할 건 없고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 먹고 조카들에게 선물 주는 계획이 전부라고 했더니, 조카들이 예수님이냐고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 친구에게 되물어보니 애인과 파티를 즐기려고 했는데 취소됐다며 하소연을 합니다.

필자 역시 면박을 좀 줬죠. 무신론자가 무슨 파티냐고요. 멋쩍게 웃으며 친구는 “인류의 크리스마스잖아” 했습니다. 별말은 아닌데 아련한 울림이 가슴에서부터 몸 전체로 서서히 퍼져나갔습니다. 온종일 그 느낌은 몸과 마음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었습니다.

오늘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친구가 말했던 인류의 날, 온몸과 마음을 휘감고 놓아주지 않은 그 아련한 울림에 대해 나눠보고자 합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술과 도박으로 가족과 헤어진 긴 아저씨, 여자가 되고픈 남자 하나, 그리고 아빠와 크게 다투고 가출한 십대 소녀 미유키의 이야깁니다. 집 없는 그들은 크리스마스에 신주쿠의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서 버려진 아이를 발견합니다. 긴 아저씨는 경찰서로 데려가자고 하지만 하나는 버려진 아이가 안쓰럽다며 키요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데리고 있으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다음날 아이와 함께 발견된 쪽지와 열쇠 등을 단서로 아이의 엄마를 찾아주러 가는 길가에서 우연히 차에 깔린 야쿠자 보스를 구해주게 됩니다. 보스를 통해 그들이 찾고자 하는 아이의 엄마 미도리의 클럽 사장이 바로 오늘 그의 사위가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그렇게 해서 오늘 결혼하는 보스의 딸 결혼식에 함께 참석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위를 본 긴 아저씨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해요. 그를 향해 돌진하려는데 여종업원으로 분장한 라틴계 남자가 보스를 향해 총을 겨눕니다. 사위는 보스를 구해주려다 총상을 입어요.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인질로 잡힌 미유키와 키요코를 찾으러 나서는 하나와 달리 긴은 대열에서 빠져 혼자 방황합니다. 그러다 죽어가는 노인의 마지막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게 되는데요. 그 순간 아이의 엄마를 찾을 중요한 단서를 발견합니다.

한편 미유키는 키우던 고양이 엔젤과 자신이 아빠를 찔렀던 이야기를 그곳에 있던 외국인 여자에게 들려줍니다. 미유키를 무사히 찾아 다시 긴과 만나게 된 곳은 하나가 예전에 일하던 클럽입니다. 마마라고 불리는 여사장에게 하나는 울며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서러움을 토해냅니다.

아기를 보면 날 보는 것 같아.

긴이 찾은 단서로 미도리가 예전에 살던 집과 현재 주소까지 발견하게 됩니다. 다시 미도리를 찾아가던 여정 중에 미유키는 신문 기사 속 아빠의 메시지를 보고는 집으로 전화를 겁니다. 같은 시간 긴은 자신의 과거를 하나에게 들려주는데요. 식장에서 만난 사위가 바로 그를 도박에 끌어들인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딸 아이를 위해 3만엔을 어렵게 모았다고 합니다.

변변찮은 애비도 자식 잊는 법은 없어.

자식 역시 부모를 잊지 못하거든.

그러나 너무 무리한 탓에 쓰러진 하나 때문에 긴이 어렵게 모은 그 3만엔은 병원비로 쓰이게 됩니다.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키요코는 한눈에 아버지 긴을 알아봅니다.

늘 아빠가 보고 싶었어.

마음속으로 긴을 좋아하고 있었던 하나는 부녀의 재회를 방해합니다. 자신의 과거를 솔직하게 다 말하지 못하고 거짓으로 포장했던 긴을 망신 주는 것이죠. 긴 부녀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 하나에게 미유키는 꼭 그래야 했냐고 물어요. 그러자 하나는 슬픈 동화 하나를 들려줍니다.

긴의 딸이면 용서할 거야. 서로에게 솔직할 수 있어야 사랑과 신뢰가 싹트는 거야.

뭔가를 이루려면 누군가는 아픔을 겪게 돼 있어. 늘 다른 무언가 희생해야만 하지.

마침 그들은 자살하려는 미도리를 발견하고 그녀의 품에 아이를 안기지만 같은 시간 병원에서 긴이 본 뉴스에 의하면 그녀는 키요코를 유괴한 사람이었을 뿐 진짜 엄마는 따로 있었습니다. 긴은 다시 하나와 미유키를 찾아 미도리를 추적합니다. 이때 그들을 도와주는 이는 미유키가 인질로 잡혔을 때 하나를 태워줬던 택시 기사입니다. 다시 한번 만난 거죠.

왜 하필 또 나냐구.

아이를 잃고 철부지 남편에게 기댈 수 없는 자신의 불행을 다른 생명을 훔치면서까지 바꿔보려고 했던 미도리를 미유키는 설득합니다.

인생은 한 번뿐이야. 당신도, 나도, 키요코도. 아기 인생을 돌려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미도리는 끝내 떨어져 내리는데 이를 미유키가 구하고, 다시 긴이 구하고, 다시 하나가 구하고, 마지막으로는 건물에 크게 걸려져 있던 현수막이 구합니다. 그 허공 속에서 떠내려오는 긴의 맞은 편 하늘엔 신년의 밝은 해가 아침을 알리며 떠오릅니다.

스릴만점인 신년맞이였어.

병원에서 깨어난 그들에게 찾아온 첫 번째 선물은 아이의 진짜 부모님입니다. 그들을 대부로 삼고 싶어 하며 방문을 두드리는데 두 번째 선물은 함께 들어온 형사, 즉 미유키의 아빠입니다. 마지막 선물은 긴이 마지막 순간을 도왔던 노인의 유품, 번호가 모두 1로 시작해서 1로 끝나는 복권입니다. 무려 1등에 당첨되었거든요.

아이를 발견한 순간부터 하나는 하늘에서 온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로 인해 작고 큰 사고들이 많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고들을 해결할 실마리인 행운이 함께 옵니다. 아이를 원흉으로 볼 수도 있고 선물로 볼 수도 있는데 하나는 하늘의 선물이라고 기뻐해요.

또 남의 일이라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들에 극 중 인물들은 꼭 간섭하고 관계를 맺어요. 야쿠자 보스를 돕고, 죽어가는 노인을 구하고, 위험한 길을 달리고,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몸을 날리기까지 합니다.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제목이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이라서 그 확률을 이성적으로 계산해보려니 거의 영에 가깝게 나올 것 같았습니다. 기적이라는 말은 상식을 벗어난 일, 그래서 이성적으로 헤아려지지 않는 신의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기적을 만날 확률은 영에 가깝지만 반대로 기적을 만들 확률은 믿기지 않는 기적처럼 우리 곳곳에 심어져 있습니다.

이불 속에 가만히 누워서 똑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행운은 좀처럼 드물지만 나쁜 일 속에서도 좋은 일을 보는 눈, 나와 관계되지 않은 작은 일에도 뻗는 손이 한 사람을 건너 한 사람에게, 하루를 건너 이틀째 연장되면 그 기회들은 기적을 낳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친구가 했던 인류의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너와 나, 안과 바깥의 구분이 아니라 세상 모두가 하나라는 메시지로 들렸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세상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웃고 행복해하고 사랑하고 평화롭습니다. 적어도 한마음으로 그렇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였던 것 같아요. 복권의 번호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1로 1등의 기적을 데려온 것은. 1은,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숫자인 것이죠.

우리 눈엔 우연으로 보이는 것들이 실은 신이 계획한 필연의 한 조각이며, 겉으론 불행처럼 보이는 상자 속에 반짝이는 행운의 보석이 숨겨져 있어요. 다만 그 조각들을, 그 기회들을 눈으로 포착하고 손으로 잡는 노력은 우리가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게 주어진 사람들과 함께. 내게 온 사람들 모두가 넓은 의미에서 한 가족이에요. 한 인류에요.

매일을 크리스마스로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 안에, 서로를 향한 신뢰와 사랑 안에 기적이 있음을 믿고 실천하려는 2018년 마지막의 서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