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에는 왜 성인 수련생이 없을까

태권도는 국기(國技)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수많은 매체가 태권도를 홍보해 주고 있지만 거의 대다수 도장이 어린이로만 운영되는 현실 또한 사실이다. 왜일까. 이는 결코 태권도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킥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어느 관장은 입회하는 사람은 많은데 3개월을 넘기는 회원이 거의 없다는 얘기를 했다. 좀 다르긴 하지만 아이키도(合氣道) 도장을 운영하는 필자 또한 고심하는 게 있다.

힘들게 유단자가 되고 나서 그만두는 사람을 보면, 이제 시작인데 왜 그만둘까. 도장에서 형성된 사제지간과 같은 인간관계를 왜 가볍게 여기는 걸까. 12월 31일 마지막 날 저녁 11시 30분부터 시작해서 새해 새벽까지 수련하는 신년맞이 수련에 왜 호응이 적을까.

아이키도, 40대에도 시작할 수 있는 운동(출처 대한합기도회)

이 현상들은 삶의 보람이나 가치 측면에서 무도라는 운동에 사람들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체육관을 운영하는 관장이나 사범도 자신이 하는 운동이 생계형 비즈니스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또 도장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삶에 보람 측면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기 어려운 환경도 한몫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삶의 궁극 목적을 행복에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의 보람은 행복을 느끼는 잣대다. 인생의 가치 측면에서도 행복은 매우 중요하다. 가치는 물질적인 가치와 정신적인 가치가 있다. 물질적인 가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돈에 대한 욕망이 클 것이고 정신적인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삶에 대한 철학적인 측면에 더 비중을 둘 것이다.

학문적 또는 기술적 완성과 같은 깨달음에 이른 사람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또는 가족의 화목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신앙과 같은 종교에서 찾기도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도장에서 찾아야 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필자는 평생을 도장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무도를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찾지 못했다. 호신술? 필자는 지금까지 호신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단 한 번도 맞닥뜨려 본 적이 없었다. 장담컨대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도전정신? 건강? 그것은 굳이 도장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왜 무도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확고한 이론적인 해답이 있어야 한다. 다시 돌아가면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 내가 하는 것이 과연 삶의 가치와 보람 측면에서 어느 정도 만족을 느낄 수 있느냐에 해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블루존>의 저자 댄 부에트너(Dan Buettner)는 세계 최장수 마을 찾아 그들의 생활을 연구하고 100세 넘게 사는 법을 설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적절한 운동과 환경 그리고 감정’이라고 했다. 그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장수비결에서 그들 특유의 문화를 발견하고 그것을 위와 같은 표로 만들어 “이키가이(生き甲斐, Ikigai)”를 설명했다. 이키가이는 ‘삶의 기쁨·보람’ 혹은 ‘삶의 가치’로 옮길 수 있다.

  1. That which you love. 당신이 사랑하는 것
  2. That which the world needs.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3. That which you are good at. 당신이 잘하는 것
  4. That which you can be paid for.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
이키가이

4가지 큰 틀에서 열정과 미션이 그리고 전문성과 천직(직업)이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위 그림을 설명하면 내가 사랑하는 것 그것이 ‘무도’이고 잘하거나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열정으로 나타난다.

내가 사랑하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나에게 ‘미션’이 주어진다. 임무와 도전은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그리고 얼마만큼 잘 할 수 있느냐가 대가로 나타나고 그것이 곧 죽을 때까지 내가 가져야 할 천직이다.

아이키도(Aikido)는 이 4가지를 충족시키는 매우 보기 드문 무도라고 할 수 있다. 시합하지 않고도 열정을 불태울 수 있고 회원들이 수련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패자를 만들지 않는 아이키도야 말로 지금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운동이다.

세계각지에서 만난 아이키도 지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아이키도를 하다가 죽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아이키도를 통해서 이키가이를 찾은 것이다. 필자는 아이키도를 만나기 전까지는 무도가 왜 필요한지 알지 못했다. 돈에 여유가 있다면 골프나 치면서 여행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필자는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과연 필자만의 생각일까. 필자는 아이키도를 만나서 행복해졌지만 한동안 가난을 피하지 못했다. 그 당시 필자가 자주 했던 말은 “실력은 부와 비례한다!”였다. 근 30년 동안 성인전문 도장을 운영하면서 이제야 그 균형을 찾고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 처음 글에서 필자가 고심했던 것들이 풀리고 있다.

위 IKIGAI 표에서 4가지 큰 틀에서 한 가지라도 벗어났을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하고 있고 돈도 벌면서 잘하고 있지만 쓸모없는 것을 하고 있다는 기분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고 있지 않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
  2. 내가 사랑하고 잘할 수도 있고 세상이 필요로 하지만 가난한 것도 있다. 그것은 기쁨과 충만함이 있지만 가난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3. 세상이 필요로 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돈도 잘 벌고 그래서 편안하지만 진정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허함이 있다.
  4. 신나고 만족스럽지만 불확실한 느낌이 있는 것은 내가 사랑하고 세상이 필요로 하며 돈도 벌 수 있지만, 그것이 결코 내가 잘하거나,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것은 결국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나타난다.

이상과 같이 진정 성인이 좋아할 수 있는 운동은 형을 새로 만든다거나 테크닉 몇 가지 또 다른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지도자가 솔선해서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필자가 아이키도를 시작하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훌륭함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아이키도 선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도 저 선생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키도는 잘 싸우는 파이터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지도자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