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울고 있을, 곧 울지도 모를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 ‘인턴’

[리뷰] 영화 <인턴>

안녕하세요. 글 쓰는 ‘서연’입니다.

겨울은 사람의 감성만이 아닌, 자연의 이치로도 많이 움츠러드는 계절이죠. 낮고 어둡고 쓸쓸하고 외롭고 조용한 분위기가 어울립니다. 그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겨울잠을 깊게 자야 하는 안팎의 상황으로 조금 더 의기소침 해있었는데요. 그러나 한파까지는 아닌 추위가 머리가 맑아지도록 쨍하게 깨울 때의 산책길은 무척이나 기분 좋습니다. 눈은 오지 않았고 썰매 탈 나이는 훌쩍 지났지만 걷는 걸음마다 상쾌하고 기운이 나요.

영화 <인턴>

그 길에서 돌아오며 생각난 영화가 있었습니다. 영화 <인턴>입니다. 실은 아버지가 퇴직 후 달리 할 일 없는 신세와 적적한 마음, 여유롭지 못한 형편에 많이 위축돼 있거든요. 사는 거야 어떻게든 살아지지만 추스를 수 없는 감정 하나가 더 큰 행동과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니 가족 모두가 걱정이었습니다. 능력 있는 청춘들조차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 시대의 불안함,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모두 크게 다르지 않을 그 혼돈 속에서 영화 속 벤 할아버지의 노하우를 엿보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은 못되더라도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은 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말했듯 감정 하나의 힘은 크니까요.

벤은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적적한 마음을 느낍니다. 그는 사별한 아내, 출가한 자식들, 무엇보다 내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줄스가 운영하는 패션몰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합니다. 줄스는 그런 그가 별로 탐탁지 않아요. 회사 내에서 시행하는 좋은 취지의 시도였지만 딱히 그가 할 일은 없어 보이거든요. 그러나 벤은 자신만의 강점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난 누구와도 잘 지내요.

옆자리에 앉은 남자 동료가 연애에 골머리 아파할 때 여자의 심리에 기반한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여자 동료를 도와 무거운 물건을 실은 카트를 밀어주기도 합니다. 줄스의 기밀을 궁금해하는 동료에게 청력이 좋지 않아 듣지 못했다며 선을 지켜주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어지럽혀진 채 방치된 테이블을 말끔히 청소해놓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일보다 관계를 먼저 인정받은 셈이 됩니다.

영화 <인턴>

그런 그에게 찾아온 작은 행운은 미모의 전문 마사지사를 만난 것인데요.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도 센스가 보입니다. 야근 때문에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미리 그녀를 찾아 사정을 말하고 다시 시간을 잡아 자칫 부를 수 있는 오해를 차단합니다.

줄스가 그를 달리 보게 된 계기는 약을 한 듯 위험해 보이는 누군가를 대신해서 운전해준 것이었는데요. 그 후 그녀가 엄마와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비롯, CEO 영입 문제 및 수면 부족, 그녀의 상황에 대한 많은 것을 차츰차츰 파악하고는 여러모로 도움을 줍니다. 끼니를 거른 그녀를 위해 눈치껏 치킨 수프를 준비해둔 것 역시 그가 가진 센스였을 테고요.

그 후로 그를 많이 의지하게 된 줄스는 그의 남편 매트와 딸 아이 페이지에게도 힘이 됩니다. 사실 워킹맘들의 고충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일 텐데요. 아이의 학업, 교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정보도, 시간도 부족합니다. 알게 모르게 워킹맘들은 교묘히 분리되고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전업주부의 엄마들 위주로 모임이 형성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데요. 페이지를 등교시켜주면서 마주친 다른 엄마들의 줄스에 대한 험담에 줄스뿐만 아니라 주부들의 자존심을 치켜세워주는 말을 건넵니다.

그녀는 강한여자에요. 그러니까 히트를 쳤죠. 주부의 능력을 보여주잖아요.

그러나 하교하는 길, 매트가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장면을 보고 맙니다. 줄스는 CEO 영입 문제로 그와 함께 간 출장 중 묵은 호텔에서 이에 대해 상담하게 됩니다. 다시 돌아갈 방법을 잃어버린 것 같은 마음에는 용기를, 이혼 후 홀로 늙어갈 외로움을 상상하는 마음에는 위로를 줍니다.

설마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거에요? 일단 그 생각부터 묻어요. 나와 몰리 옆에 누우면 되요.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CEO를 영입하기로 한 후에도 그의 집까지 찾아와 어떤 말이라도 듣길 원하는 그녀에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보기엔 간단해요. 경험 많은 사람도 줄스만큼 알지 못해요. (중략) 자신이 만든 아름다운 것에 흥분되는 것. 그런 게 꿈 아니겠어요? (중략) 아마 이런 말을 듣기 위해 온 걸거에요.

줄스는 CEO 영입 결정을 번복하고 대신 남편과의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벤이 그랬듯 남편이 눈물 흘리는 자신을 위해서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벤은 벤대로 비었던 틈을 채우고, 줄스는 줄스대로 휘청였던 중심을 다잡습니다. 그렇게 각자에게 부족한 삶을 서로로 인해 조금씩 개선해갑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물론 다름 아닌 사람을 향한 열린 마음이었을 거고요.

영화 속에는 마크 트웨인의 말 “옳은 일을 하는 것은 절대로 잘못된 게 아니다.”와 프로이트의 말 “일하고 사랑하라, 사랑하고 일하라. 그것이 인생의 전부다.”가 인용되는데요. 두 명언을 하나로 엮어보면 옳다고 믿는 꿈을 꾸고 그 꿈이 현실이 되게끔 사랑의 마음을 심는다면 행복도 성공도 모두 손에 쥘 수 있다는 메시지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인턴>

벤의 말처럼 나의 손이 만든 아름다운 것에 흥분되는 것, 그것이 정말 꿈이라면 한겨울, 한밤중, 깊은 잠을 자는 아버지의 꿈속에 그간 살아낸 수많은 삶의 조각이 별처럼 총총히 머리맡에서 빛을 내어 겨울잠을 자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눈떠보면 사라질 꿈일지라도, 결코 거짓말은 아니었을 그의 삶에도 다시 봄은 분명 오니까요. 잃었던 꿈을 찾고 사람을 향한 사랑을 뿜어 그 봄을 환하게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사라져가는 것만은 아니거든요. 한편으론 확장되어가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일과 사랑은 시간과 함께 익을수록 수월하고 가치 있어지는 법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어쩌면 인턴의 주인공은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벤 할아버지가 아니라 인생의 정점을 달리고 있는 CEO 줄스일지도 모릅니다. 또 자신의 나이를 처음 맞는 세상 모든 사람은 삶의 영원한 인턴일지도 모르고요. 그러니 언제나 서투를 수밖에 없는 우리는 언제든 눈물 닦을 손수건을 준비해야겠어요. 지금 울고 있을 그와 그녀를 위해서든, 혹은 곧 울지도 모를 나 자신을 위해서든.

꼭 손수건이 아니더라도, 보이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가슴에 고였을 눈물과 생각해보면 꽤 자주 울곤 하는 나의 눈물을 닦아줄 두 개의 맨손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한 온기와 이전 회보다 조금 더 건강한 글이 나오길 기대해보는, 인생이라는 긴 일터에서 오늘의 시간은 난생처음인 인턴, 서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