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술이 ‘단증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대한민국 국기인 태권도를 비롯한 적지 않은 무술 단체들이 단증 발행 비리 문제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동안 ‘단증 장사’에 대한 비판 기사가 수도 없이 나오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동네 체육관에서 단증 발행이 도장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단증을 발행하는 협회는 정부 기관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과 기타비용 등의 지출을 위한 수익구조로써 단증 발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태권도협회 ‘단증 장사'(출처 <채널A>)

<채널A> 보도에 따르면 태권도 1단이 4만3700원이다. 한국형 합기도라고 하는 협회에서 최근 공개한 승단비는 1만8000원이다. 인건비와 경비 비용을 위해 얼마나 많은 단증을 발행해야 하는지 예상할 수 있다. 단증 장사라는 말은 어느 한 단체를 콕 집어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단증 장사를 해야 하는 고질적인 구조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무도의 나라라고 하는 일본은 어떤가?

도쿄에 있는 합기도(아이키도) 세계본부의 예를 들면 승단 심사는 6단 이상의 신뢰할 수 있는 선생이 추천하며 각 도장에서 배출된 승단자 이름을 매달 발행되는 합기도신문에 공개하고 있어서 부정하게 올라가는 것을 경계한다. 세계 각국에서 누가 승단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고단자 반열의 숫자에 의해 각 나라의 성장 속도를 알 수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자신을 추천한 선생이 누구인지, 승단을 누가 허가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아이키도(합기도)

어떻게 조직의 수입을 감당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신규 가입하는 회원들이 입회료를 내고 납입금은 협회로 모여 새로 시작하는 숫자만큼 수익이 잡히는 구조다. 그것은 단증을 발행해야지만 수익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있으며 단증 발행 없이도 각 지부에서 올라오는 입회료 만으로도 조직이 운영되는 구조다. 입회료는 시작하면서 내는 비용이고 단증료는 어느 정도 수련해야지 발생하는 비용이다.

앞에 뉴스에서 보듯 심사에 대한 부정과 비리가 판을 치는 것은 협회 수입이 단증료 만으로 이루어져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무술 도장들이 신규회원에게 입회료를 면제해 주는 환경에서는 특히 계보가 없이 이방인이나 다름없는 관장들로 구성된 협회가 입회료를 걷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단증 발행으로 얻는 수익밖에 없게 되고 그것은 부실한 단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사범 자격증을 만들어서 수료증처럼 남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력과 수련의 깊이를 표시하는 단증이 단위(段位)를 구별하는 곳에서는 사범 자격증이라는 것이 필요치 않다. 하지만 단증 장사하듯 사범 자격증도 수입을 올리는 방편으로 이용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각 무술 종목 단체는 그 종목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협회의 수입과 연결된다. 따라서 기술은 고유한 형태가 바뀌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가르치고, 관리해서 엉뚱한 기술들이 섞이지 않도록 해준다. 검도와 유도처럼 합기도에 대한 특색을 정확히 이해시키고 전 세계 도장에서 새로운 회원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협회가 성장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중앙에서 기술 통제가 되지 않고 각자 도생하듯 중국무술과 섞이고 태권도와 섞이고 유도와 섞이는 여러 형태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면 그 종목만의 특징은 사라지고 처음 생긴 단체는 구심점 없이 비슷한 단체들과 단증 발행 경쟁만 하게 되면서 결국에는 문체부와 같은 정부 기관에 의지해서 힘을 얻는 새로운 협회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

스승과 오랜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신뢰가 없으면 결국 무술 도장은 생계형 사업장으로 바뀌고 관장과 사범은 사장과 점원 관계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렇게 구성된 도장이나 단체는 사제 간의 기술전수보다는 시합을 위한 프로모션의 개념을 갖는 것 같지만 IOC나 GAISF와 같은 국제스포츠 기구에서 개최하는 경기 참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고단자는 오랫동안 쌓은 실력이 남다르기 때문에 각종 연무 행사에서 대중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렇게 단위에 대한 경외심을 일으키며 사람들로부터 그 무술에 대한 신뢰감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증 장사를 하는 곳에서는 마니아를 감동을 줄 수 있는 진짜 실력 있는 고단자는 없고, 실제 고단자들의 연무도 보기 어려울뿐더러 그들을 위한 마당도 만들지 않는다.

그런 무술들은 결국 싸구려 단증이나 남발하며 성인이 외면하는 무술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한국 무술이 새롭게 바뀌려면 깨어있는 젊은 사람들의 혁명과 같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