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세력 선언 ‘진보너머’, 내년 총선에 후보 내겠다

정의당 의견그룹 ‘진보너머’, 정치행사 앤드게임(AND GAME)서 대중정치조직 선언

최근 정의당내 의견그룹 진보너머가 정치선언을 통해 틀에 박힌 기성 진보정치가 청년들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더 이상 의견그룹에 머물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진보너머가 단순한 의견그룹을 넘어서는 대중정치조직으로 발돋움하려면 더 많은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A4용지 7장 분량의 정치선언만으로는 부족하기에 대중을 직접 만나 진보너머를 소개하기 위한 정치행사 ‘앤드게임(AND GAME)’이 마련됐다.

지난 7일 오후 7시경 서울 용산구 ‘여행박사’건물에서 열린 정치행사 앤드게임은 70여명의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기성 진보정치는 그동안 경력단절을 우려하는 여성과 장시간 위험노동에 노출된 남성 모두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었는가?

진보너머를 간략히 소개하는 자리에서 박가분 전 대표는 “기성 진보정치가 그동안 경력단절을 우려하는 여성과 장시간 위험노동에 노출된 남성 모두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진보너머는 처음부터 분열이 아닌, 약자계층을 하나로 묶어 공통의 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는 단체가 되는 것을 추구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세 가지 원칙으로 “대중과 함께할 수 있는 보편적 정의를 지향”하고 “불평등과 세습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대변하는 것”에 집중하며 “시민은 자유롭게, 금지와 세습은 특권층을 향하게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나아가 진보너머는 젠더갈등으로 붉어진 청년들의 분열 양상을 치유하고 하나로 모아 함께 논의하고 공부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발언했고 추가로 다음 총선 땐 진보너머 출신의 정의당 후보를 내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보너머에 대해 설명하는 박가분 전 대표(출처 진보너머)

또한 진보너머가 종종 반 여성주의, 반 소수자 정치세력이라 오해를 받는데 진보너머는 결코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으며 다만 소수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중간의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는 목소리들에 반대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후 새로 선출된 정혜연 대표와 새로운 운영진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은 후 진보너머와 진보정치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패널들의 대담이 이어졌다. 대담에는 정혜연 대표가 사회를 맡고 카이스트 이원재 교수와 김소희 미래당 대표, 박가분 진보너머 전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정책적 변화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 과정 중에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참여와 소통이다.

대담 중인 정혜연 진보너머 대표,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 김소희 미래당 대표, 박가분 진보너머 전 대표(사진 왼쪽부터, 출처 진보너머)

이원재 교수는 오카시오 코르테스나 버니 샌더스 같은 저명한 외국 좌파 정치인들을 무작정 내세우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기본소득과 같은 정책을 주장할 때 역시 적정 급여수준과 세금문제, 다른 복지와의 연계, 노동의욕 감소 등 다양한 측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고 구체적으로 정책제시를 할 수 있어야만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어지는 대담 중 이 교수는 극우 사이트 일베를 언급하며 “일베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강력한 친목벤(커뮤니티에 영향력이 있는 일부 유저들이 똘똘 뭉쳐 세력화하여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자신들끼리만 어울려 노는 것을 금지하는 인터넷 용어) 정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었다며 진보너머 역시 정치세력으로써 성공하고자 한다면 의견이 동일한 소수의 사람이 자신들끼리만 어울려 놀면서 다수의 인식에서 괴리되어지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희 대표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단지 제도만으로 풀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낙태 허용이 미래엔 우생학(유전적으로 우수한 아기가 나올 때 까지 지속적인 낙태 시도가 가능해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단순한 정책적 변화보단 그 과정에서의 사람들의 참여와 소통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박가분 전 대표는 공론장 붕괴를 지적하며 다양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논의의 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치세력이 더 많은 대중의 지지를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그 자체만으론 잘못 아냐.

지난 7일 정의당 진보너머가 주최한 정치행사 ‘앤드게임(AND GAME)’에 70여명의 청중이 참석했다(출처 진보너머)

패널들의 대화가 끝나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청중들은 주로 AI 발전으로 인한 대량실업사태와 기본소득의 필연성에 관해서 물었는데 이에 대해 박가분 전 대표는 “대량 실업에 대한 공포가 한국에서 유독 강하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하며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대량실업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19세기 영국 러다이트 운동 때부터 언급된 ‘오래된 미래’로, 그 뒤로도 기술은 계속 발전해 갔지만 이로 인한 묵시록적 대량실업사태는 아직도 찾아오지 않았다. 기술발전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측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해 내는 측면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기술이 일자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기술을 어떻게 일자리와 복지로 연결할지는 사회와 정치가 결정하는 것이며 여기에 진보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첨언했다.

한 청중은 정치적 올바름 이슈에 있어 진보너머가 지나치게 대중 인기 영합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건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어느 방향으로 지지를 추구하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겠지만 그럼에도 정치세력이 더 많은 대중의 지지를 추구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잘못이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진보너머의 입장에 대해 극단적 반대 견해를 지닌 청중의 돌발행동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정치행사는 별 다른 돌발 상황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마무리 됐다.

진보너머가 공언한 것처럼 다양한 정체성 배경을 가진 대중을 어우르는 성공한 정치세력이 될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