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 페미니즘의 혐오 전략, 왜 실패했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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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컬 페미니즘의 혐오 전략, 왜 실패했는가 1

래디컬 페미니즘의 ‘혐오 주류화’ 전략

잘 알려져 있듯, 한국의 여성 운동계는 메갈리아·워마드를 필두로 한 ‘남성혐오’를 대중운동의 전략으로 긍정했다. 이들은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 일각(예 일베와 과거 디시인사이드 유명 갤러리)의 여성혐오 문화를 근거로 남성혐오를 이론적으로 정당화(과잉 맥락화)하거나 아니면 남성혐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궤변(현실 부정) 등의 이중전략을 구사했다.

이들이 남성혐오를 정치적 무기로 삼은 데는 나름의 전략적 사고가 내재돼 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분할과 고립’ 전략이다.

최근 여성계는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 남성은 ‘찌질한 루저’ 등으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위협을 자주 했다. 예를 들어 남성 페미니스트 교사 최승범 씨는 “남성들, 시대를 읽지 못해 도태되지 맙시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분열된 남성 여론 일부를 페미니즘 운동으로 끌고 가면 결국 청년세대 다수가 페미니즘 지지 블록을 형성한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낙인을 통한 공포가 상대를 고립시키고 폭력의 쾌감이 우리를 결집할 수 있다’는 생각은 파시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협박은 결과론적으로 봐도 통하지 않았다.

필자는 오래전부터(<혐오의 미러링> 출간 이래로) ‘미러링’으로 포장된 래디컬 페미니즘의 혐오전략이 (그 도덕성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실패할 것이라고 예견했고, 이에 동조하는 진보진영의 정치적 오류를 비판해왔다. 안타깝게도 필자의 예견은 적중했다.

지난해 11월 이수역 사건에서 저열한 남성혐오 욕설을 쏟아낸 여성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워마드식 래디컬 페미니즘의 민낯이 폭로됐다. 또한 워마드 주도의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두 여성은 전국민적 웃음거리가 됐다.

메갈리아가 워마드로 옷을 갈아입은 이후 (일부 노골적인 부역자를 제외하면) 어떤 여성계 인사도 이제는 공식적으로 워마드와 연루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워마드의 전신인 메갈리아를 과거 옹호해온 지식인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입을 씻거나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 토요판

남들에게 도덕적 반성을 손쉽게 요구해온 그들이야말로 젊은 세대의 남녀 갈등이 심화한 작금의 상황에 대한 반성문을 제출해야 한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전략이 실패했음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래디컬 페미니즘, 젊은 여성보다 남성을 더욱 결집시켜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젊은 여성들을 여성주의 의제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젊은 남성들을 분열·고립시키려는 전략에 대해 냉정하게 결산을 낼 필요가 있다. 몇 가지 여론조사를 확인해 보자. 지난 연말에 공공의 창 의뢰로 리얼미터가 수행한 페미니즘과 젠더이슈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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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의 조사를 보면 페미니즘 운동을 반대한다는 20대와 30대 남성 여론은 각각 75.9%, 66.1%로 나타났다. 한편 페미니즘 운동에 찬성한다는 20대와 30대 여성은 각각 64.0%와 44.0%로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페미니즘 이슈는 젊은 여성보다 오히려 젊은 남성을 더 결집시켰다는 점이다. 낙인과 상징폭력이 페미니즘에 비우호적인 젊은 남성을 고립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젊은 여성 그 이상으로 결집시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같은 흐름은 수도권 대학가의 총여학생회 ‘전멸’ 사태에서도 명백히 나타난다. 동국대, 성균관대에 이어 올해 1월에 연세대에서 마지막 총여학생회가 학생투표를 통해 폐지됐다. 이 흐름을 주도한 젊은 남학생들이 페미니즘에 반감을 품은 계기는 분명하다.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

앞서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20대 남성 중 반대하는 이유로 ‘일방적인 남성혐오’를 응답한 비율은 78.1%였다. 30대 역시 같은 이유를 응답한 비율이 47.6%로 나타났다. 래디컬 페미니즘의 혐오전략이 역효과를 낳은 것이다.

또한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 젊은 여성의 인식이다. 이들이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를 살펴보면 20대 여성과 30대 여성 모두 ‘일방적인 남성혐오(각각 39.2%, 47.6%)’가 다수를 점했다. 남성혐오를 빌미로 친구, 연인, 가족에 대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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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라 ‘남녀 차이 인정하지 않는 태도(20대 33.9%, 30대 22.8%)’도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을 나타냈는데, 최근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이 ‘탈코르셋 운동’을 빌미로 일부 뷰티 유튜버와 미용에 관심 있는 일반인 여성까지 공격하는 모습을 보인 게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젊은 여성 사이에서 ‘미투 운동’과 ‘탈코르셋 운동’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15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24세 이하 여성의 지지율은 90.0%로 나타났지만 탈코르셋 운동에 대한 지지율은 56.9%로 나타났다. 이는 소위 탈코르셋 운동이 여성인권에 대한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보다는 여론을 분열시키는 의제로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온건 페미니즘도 ‘손절’하는 젊은 남성

래디컬 페미니즘이 페미니즘의 주류 담론으로 진입함에 따라 온건 페미니즘 기획을 추구했던 이들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2016년 메갈리아 사태 이래로 리버럴 혹은 온건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긍정적 남성상’을 제시함으로써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 여론을 반전시키고자 했다.

이 중 대표적인 인사가 방송 매체와 강연을 통해 잘 알려진 손아람이다. 그는 2017년 11월 22일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 방송코너에서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닌 남녀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기획이라고 역설한다. 물론 이러한 교과서적 모범답안은 어디까지나 페미니즘 ‘희망편’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은 바보가 아니며 그 반대의 ‘절망편’ 또한 우세한 세력을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들 선량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남성에게 설득하며 각종 여성지원 정책에 대한 남성의 공감대를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혜화역 시위와 이수역 사건을 거친 후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한국 리서치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진술에 대해 20대 남성 중 동의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절반(49%)이 동의한 50대 남성과도 극명히 대조된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몇 해 전 이뤄진 다른 여론조사와 대조된다. 예컨대 2016년 여성가족부가 주관한 양성평등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응답한 20대 남성 비율은 57.4%로 과반을 넘었다.

물론 조사를 수행한 기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으나, 이는 어쩌면 지난 몇 해 사이 젊은 남성의 인식이 변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취업난 등의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거듭된 사회적 낙인에 지친 젊은 남성들은 이제 과거와 달리 ‘또래 여성이 무엇을 차별받고 있는 거냐’고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래디컬 페미니즘의 전략은 남녀 간 소통을 가로막으며 온건 페미니즘이 설 자리마저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는 서두에 언급한 주류 여성계의 ‘성주류화 전략’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인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지난 5월 20일 성평등소모임 활동지원 공모사업 사업추진 워크숍을 열었다(출처: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지난 4월경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서 이른바 ‘성평등 소모임 활동 지원 공모’를 냈다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사업의 내용은 교사들의 학습모임, 대학 내 페미니즘 동아리 등에 소정의 심사를 거쳐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 내용이 알려지자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커다란 논란이 일었다. 페미니즘 이념 확산을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게 반발의 주된 이유였다. 예전이었다면 이같은 사업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젊은 남성들은 이제 여성계에 대한 보다 더 강도 높은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청년세대 내의 페미니즘 지지 여론 그 이상의 결집력과 강도를 지닌 페미니즘 비토 여론의 형성은 결국 메갈리아‧워마드식 혐오에 편승했던 주류 여성계에 돌아온 청구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 젊은 남성 네티즌들은 지극히 온건한 페미니즘조차 남성혐오를 이용하는 래디컬 페미니즘과 일종의 (암묵적) ‘역할분담’을 이루고 있다고 인식하며 페미니즘 자체를 원론적으로 거부하는 데 이르게 됐다.

유일한 대안은 ‘반혐오’ 매개로 한 남녀 공감대

그렇다면 현재 극심한 상태로 치달은 청년 내 남녀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필자가 보기에 ‘페미니즘’도 ‘반페미니즘’도 대안이 아니다. 더 이상 남녀를 대립시키는 이념적 프레임 전쟁은 무의미하다. ‘반혐오’를 매개로 ‘성평등’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젊은 남녀 사이의 ‘연대’를 복원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다.

실제로 2013년 12월경에는 남초 여초 커뮤니티가 합세해서 일베라는 사이트를 각종 도배글로 공격해서 사이트 마비에 이르게 했던 이른바 ‘일베 대첩’ 사건이 있었다. 페미니스트든 안티페미니스트든 누구도 이처럼 ‘남녀가 혐오와 함께 맞서 싸운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우리의 고통의 연결돼 있으며 우리는 같은 곳에 서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앞서 보았듯 페미니즘에 동정적인 일부 여성조차 자기 주변의 가까운 이들이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또한 탈코르셋을 빌미로 같은 여성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막장 행위에 다수의 젊은 남성 역시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이들 사이의 공감대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 혐오에 맞서는 시민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젊은 세대 내의 갈등 이슈를 넘어서 기성세대 또한 공감하는 보편적 기획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회적 상상력과 이에 기반한 실험이 필요하다. 혐오와 공격으로 지치고 상처 입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 남초와 여초 커뮤니티를 한데 불러 모아 각자의 피해사례를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 이를 기초로 ‘온라인에서 이것만큼은 지키자’는 형태의 사회적 협약을 도출하는 것은 어떨까.

온라인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서로를 동료 시민으로 보는 관점을 확산시키는 게 우선이다. 갈등을 무작정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과거의 상처를 도외시한 채 무작정 화해와 평화를 운운하는 것 역시 답이 아니다. 각자의 상처를 직시하고 보듬어 안으며 공동의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실질적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