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TO 개도국 우대혜택 150여개 중단 지시

한국 통상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발도상국 제외’ 발언으로 또다시 악재를 맞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Washington, DC – March 17, 2017: US President Donald Trump hold a joint press conference with German Chancellor Angela Merkel at the White House after their first in-person meeting.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주요 20개국(G20) 가입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의 개도국 지위 또한 위태롭게 됐다.

WTO는 개도국을 국제 자유무역질서 내 편입시키기 위해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S&D·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s)’를 시행하고 있다.

WTO 체제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협약 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허용되고 농업보조금 규제도 느슨하게 적용된다.

WTO에서 어떤 국가가 개도국인지 결정하는 방식은 ‘자기선언’이다. 다시 말해 한 국가가 ‘우리나라는 개도국이다’고 선언하면 개도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할 당시 선진국이라고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농업 분야에서 미칠 영향을 우려해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개도국으로 남았다.

개도국 지위는 사실 오래된 논란거리였다.

이 문제는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출범 때부터 논란이 돼 온 쟁점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OECD를 중심으로 개도국 세분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WTO에서는 개도국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은 올해 2월 개도국 우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WTO 사무국에 따르면 WTO 협정 내 개도국 우대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150여개에 달한다.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더는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대조항 역시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개도국이라고 해도 우대조항을 활용할 때 다른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한국은 이미 농업 부문 외에서는 개도국의 지위를 대부분 활용하지 않고 있어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공산품의 경우 한국은 오히려 개도국 우대 축소 또는 시장개방 확대를 지지해왔다.

미국이 주장하는 WTO에서 개도국 지위 결정 방법 변경 또는 개도국 세분화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쉽게 관철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90일 내로 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현행 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2017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 최소 1만2056달러), 세계 무역량에서 0.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등 4가지 기준 중 하나라도 속하면 개도국이 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포함된다. 이에 한국은 당분간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한다고 해도 미국 측이 단행할 조치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준에 속하는 국가가 OECD 회원국에 가입하려고 할 때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