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국 유학생, 한국 페미니즘을 말하다

오세라비 작가가 지난 2014년 영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송재걸(피터 송)씨와 지난달 27일 서울 모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주

– 반갑습니다. 국내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진 오세라비 작가입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영국에서 13년간 살다 2014년에 귀국해 지금은 연구원과 영어학원 강사를 하는 송재걸(30)입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모처에서 오세라비 작가와 인터뷰한 송재걸(피터 송)씨. 그는 영국에서 13년간 살다, 5년 전부터 한국에서 연구원과 영어학원 강사를 하고 있다

– 5년 전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을 때가 국내 페미니즘이 발발했을 당시군요. 2015년 8월에 이른바 영페미니스트라 불리는 ‘메갈리아’ 사이트가 개설되면서 ‘여성혐오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남성혐오를 내세운’ 페미니즘이 불붙었어요. 그 당시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느꼈나요?

네.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페미니즘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갑작스레 이같은 광풍을 맞닥뜨린 저로서는 혼란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한편, 어린 여성분들이 그런 광풍에 동참해 남자들을 배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 페미니즘은 지금으로부터 약 반세기 전에 등장한 사회운동이자 이데올로기인데, 여성들의 권리향상이 최고조로 달한 현시점에 느닷없이 등장했습니다. 초기 페미니즘은 프랑스 대혁명의 영향을 받았지만, 1968년 미국에서 일어난 신좌파혁명이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을 부흥시켰고, 영국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영미권 페미니즘이라는 전 세계적인 모델로 자리 잡게 됐어요. 영국의 페미니즘 운동,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모습인가요?

영국의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은 사회 참여적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서프러제트 운동(여성참정권 운동)만 보더라도 페미니스트들은 남녀 모두의 이익을 위해 힘써요. 물론 그중에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도 있지만, 한국에서 부는 광풍과 큰 차이가 있죠.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여성 인권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휴머니즘 운동과 연대하는 움직임도 보여줍니다. 물론 한국의 페미니스트 중에도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메갈리아 같은 극단적인 페미니즘과는 차이가 큽니다.

그리고 저는 중학생부터 대학원까지 영국에서 보내며 많은 페미니스트를 만나봤습니다. 그들에겐 과격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 발전과 더불어 남녀 사이의 갈등을 없애는 거예요. 영국에서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이런 목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어요.

– 현대 페미니즘은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와 결합, 발전하며 소수자 차별을 반대하는 사회적 운동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유럽의 페미니즘은 어떤가요?

래디컬 페미니즘도 접해봤습니다. 물론 이들도 지향하는 방향은 각자 다르지만, 과격한 주장을 펼치는 페미니스트들도 있죠. 아마 그런 주장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에 대한 성상품화를 남성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 종사 중인 여성들을 해고, 실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습니다. 제가 영국을 떠날 당시에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소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영국에서도 한국의 래디컬 페미니스트처럼 상의 탈의 같은 퍼포먼스를 하나요?

그렇습니다. 정치행사나 정당의 전당대회장 혹은 평범한 남자들 앞에서 상의 탈의를 하며 여성우월주의를 외치는 페미니스트들도 있고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펼치는 극단적인 분들도 많습니다.

– 국내 페미니즘이 황금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젊은 남성층은 소외당하고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해요. 페미니즘을 적극 지지 하는 586세대(1955~1963년 출생자)와 다르게 젊은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불만이 강하죠. 그 남성들은 ‘태어나보니 남자였고, 가부장제를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닌데, 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강자, 억압자로 불리는가?’라고 불만을 나타냅니다. 이런 조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이제 막 서른이 됐는데요. 물론 억울한게 있죠. 제 친구들도 남성은 강자, 늘 양보해야 한다는 관념으로 인해 힘들어합니다. 한 친구는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데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고요. 공공부문이나 사기업 채용 통계를 보면 여성들의 취업률이 더 높아요. 젊은 남성들의 불이익이 분명 있는 것 같은데, 기존의 사회적인 관념과 편견들이 남아있어서 이삼십대 남성들을 더욱 옥죄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남자의 역할, 관념이라도 바뀌었으면 해요. 앞으로 저처럼 귀국하는 남성들이 늘어날 텐데 그들이 페미니즘의 광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려됩니다.

또한 제가 다니는 직장은 여초회사라서 어딜 가나 여직원이 많아요. 과장이 아니라 늘 몸조심 말조심해야 하죠. 미투 운동으로 인해 목숨을 읽거나 무고한 케이스를 봐도 여초 직장이라 함구해야 했습니다. 점점 남성들에게 요구되는 조건들이 많아지고 그런 가운데 행동규범이 정해집니다. 저도 숨쉬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다가올 세대는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혹시 남성 페미니스트 본 적 있나요? 국내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증가 추세인데요.

제 친구가 남성 페미니스트입니다. 그도 자기 친형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그의 형이 ‘페미니스트들의 아이디어는 매우 쿨하다, 한국에 필요한 건 래디컬 페미니즘이다’ 이런 말을 계속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사실 의아하고 이해하기 힘듭니다.

영국 제 77대 총리 보리스 존슨(Alexander Boris de Pfeffel Johnson)

– 이번에 영국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취임했는데 영국 보수 정당은 페미니즘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영국 정치인들도 페미니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어느 정도 선은 지키는 편이에요. 하지만 래디컬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온건한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고,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는 보수당 인물임에도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해 함부로 언급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영국은 페미니즘에 대한 토론은 활발해요. 반면 한국은 토론의 장조차도 열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반론을 수용한 토론이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가 되고 시민들도 이해를 넓히지 않을까 싶어요.

– 끝으로, 저는 페미니즘 비판서를 두 권 출판하며 현 상황을 매우 비판하고 있어요. 지금의 페미니즘 조류는 결국 남녀 분리주의로 가기 때문에 휴머니즘(인간중심, 인본주의, 평화주의)을 주장합니다. 장차 남녀관계, 사회운동이 어떻게 전개돼야 한다고 보나요?

같은 여성에게 언어폭력을 가하는 페미니스트들도 사실은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같은 피해자들이 연대해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도록 해야 하는데, 그 틀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남녀분리 현상에 깊이 고민하고 나아가 연대한다면 이런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을까요? 사실 갈등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메시지들이 미디어를 통해 끝없이 나오고 있고, 남성을 범죄자 취급하는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는 연대가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휴머니즘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 보고요. 주요 의제가 돼 모두가 서로 화합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인터뷰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