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여행자’가 말하는 일과 사람의 관계

[리뷰] 생텍쥐페리의 <우연한 여행자>

인생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관계와 일입니다. 관계와 일은 인간의 행복, 인생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두 가지 요소거든요. 그런데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상사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부하와의 관계를 잘 조절하지 못해 감정이 상하고 일이 꼬입니다. 일은 개인적인 능력과 직결되기도 하지만 그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신뢰, 합동, 안정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이란 돈을 버는 수단, 물질적 삶을 영위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자아실현의 수단, 영혼과 정신의 창조적 활동이기도 합니다. 전자만을 보고 달리는 사람들에게 금발의 곱슬머리, 맑고 투명한 눈동자, 그리고 그보다 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는 비행사로서 일했던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일과 관계와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따뜻한 이야기로 전해줍니다.

<우연한 여행자>(생텍쥐페리 지음 / 세시 출판)

타는 듯 땡볕의 사막 한가운데서, 깜깜한 어둠의 저 하늘 허공에서 죽음과 가장 가깝게 맞닿는 경험을 하는 그 순간에 그는 누구도 터득할 수 없는 진리를 얻습니다. 몸에 지닌 것이라곤 살아온 시간만큼의 추억뿐인 순간, 바람과 모래와 별들의 딱딱한 공기만이 닿을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인 순간, 그런데 그 순간에 그는 이상하게도 가장 가벼운 행복감, 흥분을 느낍니다.

생각해보면 극한의 상황에 몰릴 때라야 우리는 한 사람의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적당한 가식과 위선, 거짓과 처세로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지 않으면 힘들어지는 게 사회생활이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태도가 흔들리고 위태로워지는 문제가 반드시 발생하게 됩니다.

이럴 때 그 사람이 취하는 행동 방식, 타인을 대하는 태도,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 등이 여실히 드러날 때, 우리는 사이에 두었던 적당한 거리를 좁혀 그 사람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막은 우리 자신에 관해 우리 스스로에게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죽음과 가장 가깝게 닿은 경험을 몇 차례나 겪으면서 그의 마음속에는 인간 존재의 조건, 가장 가볍고도 가장 강력한 무엇이 자리 잡게 됩니다.

우리들이 인간이 되려면 한참을 살아야 하오. 우리 모두는 아주 느리게 우정과 사랑의 타래를 땋아야 하오. 우리는 천천히 배우는 거요. 우리는 천천히 창조하는 거요.

전부라고 여겼던 부의 축적, 일상의 소소한 행복, 놓을 수 없었던 나만의 비밀 등이 사실은 나를 지켜주는 성이 아니라 바람과 모래와 별을 가로막는 벽이라는 것을 그는 비행이라는 숭고한 일을 통해 알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 비행은 당신과 나를 이어주는 통로가 됩니다.

직업의 위대함은 무엇보다도 인간과 인간을 화합시키는 데 있는 것 같다. 사치 중에 가장 고귀한 사치는 인간관계의 화합일 것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았던 동료, 기요메는 살고자 하는 의욕을 잃었을 때 자신을 믿고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살 수 있었어요. 외롭고 무서운 어둠과 허공 속에서도 그가 비행을 멈추지 않았던 것은 별들의 힘이 아니에요.

Engine airplane flying at sunset

반대로 대지의 인력, 인간에게로 향하는 관심 때문이었어요.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이 지키는 자리가 이 지구를 돌아가게 한다는 신념, 긍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그렇게 조화되고 화합된다는 동료의식. 그것이 바로 일의 위대함이라는 것입니다.

언젠가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것,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 모두 너무 당연한 거야. 그보다 동료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만큼 멋진 것도 없는 거야.

같은 배를 탄 사람들,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 서로의 구조자, 거울이 되어주는 또 다른 나인 자. 함께 갈 때, 같은 곳을 바라볼 때, 우리는 인생이라는 긴 항로를 벅찬 행복으로 날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