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치인 이야기, 이준석과 이언주

[리뷰] 이준석 <공정한 경쟁>·이언주 <나는 왜 싸우는가>

사람이나 사건이 궁금하면 그에 얽힌 책을 찾아 읽는다. 언론은 너무 빠르고 현상의 겉면만 짚는 느낌이라 그렇다. 하여 자서전, 평전, 회고록, 대담집은 꾸준히 찾는데 호기심이 생긴 사람이 마침 책을 내면 반가워 꼭 구해 읽곤 한다. 이번에 소개할 책 두 권은 요즘에 관심이 가는 정치인이 쓴 책이다.

<공정한 경쟁>(이준석 지음 / 나무옆의자 출판)

그를 그다지 좋아 안 했다. 어딘지 가벼운 듯한 언행. 발탁됐던 배경과 그를 키워준 정당, 화려한 이력까지 안 좋게 보였다. 어쩌면 자격지심의 발로였는지도. 나이대가 얼추 비슷하고 사회에 관심이 많아 공명심도 적잖았으니.

정치인 이준석이 새롭게 보인 건 지난해 가을께였다. 서울 이수역에서 벌어진 남녀 갈등이 번지고 지펴져 폭력 사건으로 이어졌다. 알고 보니 무례하고 완악한 여성 일방의 모욕과 시비가 시작이었다. 한 여성 미러링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여자들이 입에 담기도 꺼려지는 말로 술자리 건너편 남자들을 조롱했다.

폭력의 시작도 그쪽이었다. 하지만 사건은 와전됐다. 무서운 단결을 자랑하던 여성 커뮤니티가 움직였고 사건 당사자가 거짓을 보태 올린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글에 순식간 30만명이 동의를 했다. 그들은 막무가내였고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국민, 특히 젊은 사람들이 주의 깊게 지켜보던 이 사건을 두고 정치인들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저 막대한 여성 집단을 상대로 사실과 시비를 따져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으리라.

이때 거의 유이한 정치인이 문제를 제기했고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이준석이었다. 그는 감정이나 정서에 호소하지 않았고 사실과 기록, 형사절차를 짚어가며 사건의 진상을 알렸다. 폭행범이라 일방적으로 매도됐던 남성들의 목소리와 진실이 들리고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행적, 특히 젠더 이슈에서 이준석의 행동력은 발군이었다. 군 가산점이나 기업고용, 여성임원임명 등 여성할당제의 이론적, 제도적 한계와 맹점을 짚어 찬성하는 토론자를 논파하는 영상은 수백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마침 그즈음 그가 답하고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강희진 소설가가 묻는 그의 책이 출간됐다. 지난 6월께였다.

책의 서두는 역시 젠더 이슈였다. 이준석은 영민했고 그의 특장과 정치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지점을 잘 알았다. 레디컬 페미니스트 진영의 발호와 이를 지원, 육성하는 여성계의 폐단을 짚었다. 이제는 레전드 영상이라 회자하는 여성할당제를 비롯한 제도적 성별 불이익을 책 속에서 보다 탄탄한 논거로 반박했다.

책은 잘 읽혔고 두 사람의 호흡이 좋았다. 이밖에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대북문제 전반에 걸친 그의 정견과 생각이 늘씬하게 담겼다. 공학을 전공한 이준석은 세상 발전과 진보에 기술과 과학이 어마어마한 기여를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전했는데 문과, 특히 사회과학을 전공하고(혹은 대학 때 스터디한 알량한 정치, 사회 지식에 기대) 사람의 의식이나 선의, 각성이 세상을 뒤바꿀 것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낡은 주장보다 한결 신선했다.

중간중간 미니인터뷰 코너를 삽입해 자신의 신변잡기부터 꿈, 포부를 말하는 대목은 전보다 한층 친근한 정치인 이준석을 느끼게 했다. 거의 삽시간에 읽어버렸다.

<나는 왜 싸우는가>(이언주 지음 / 씽크스마트 출판)

그녀는 이상했다. 늘 화가 나 있고 누군가에게 도전하거나, 누군가를 비판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삭발하며 눈물을 쏟는 모습은 결연해 보였는가 하면 요사이 나왔던 그녀에 얽힌 가십은 당황스러웠다. 알쏭달쏭한 정치인. 이언주의 자전은 지난 11월에 나왔다.

그녀 역시 세간에 비치는 자신의 이미지를 잘 아는 양 제목부터 도발적이었다. <나는 왜 싸우는가>. 트러블메이커인 데다 늘 좌충우돌하는 정치인 이언주가 궁금한 마음에 책을 집었다.

고급 장정에 수줍은 듯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이 낯설긴 했다. 책의 초반은 자신이 정치를 시작할 무렵부터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고군분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말 많은 86운동권과의 충돌이 문제였다고. 헌법에 명기된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유시장경쟁 제도를 무시하거나 경시하고, 학생운동 때부터의 구습과 폐단을 공당에서도 이어가는데 신물이 났다고 한다.

최근 이른바 86세대들, 특히 정치권 86세대를 청산하고 그들의 떼거리 권력을 타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헌데, 그들이 어떤 식으로 당을 운영하는지, 권력은 어떻게 나눠 먹는지를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기록은 거의 없어서 그녀의 초반 회고는 이 부분 귀한 1차 자료가 되어준다. 더 자세하고 상세하게 그들의 작태를 기술하고 다른 무엇보다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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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반부터는 대개 정책이야기. 정견과 자신이 지향하고 이상하는 가치관 이야기가 이어진다. 특히 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데 굉장한 공력을 쏟았다. 이를테면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맹점, 대북 지원 정책의 허구, 탈원전 정책의 낙후성 등 거의 전 부분을 비판한다.

이어 그리스나 베네수엘라 같은 포퓰리즘과 재정불건전에 빠져 몰락한 나라에 빗대 정부 정책의 전복적인 전환을 촉구한다.

각주와 참고자료도 많이 인용해 투사 이언주가 아닌, 율사 출신 국회의원 이언주의 새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한다면 이 정부의 각종 정책과 기조를 전부 비판할 수 있을 만한 일종 가이드라인 혹은 백서 노릇을 해준다.

독자로서는 에필로그가 가장 좋았다. 인간 이언주 이야기. 어릴 적부터 성장하면서 어떤 난관과 아픔, 도전과 응전을 지났는지 서술했다. 이를 통해 왜 자신이 늘 싸우고 늘 주장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역설하는 듯했다. 그 대목을 읽으며 정치인 이언주의 모든 정견과 행보, 투쟁을 전부 이해하거나 지지할 순 없어도 그를 얼마간 인정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다음에 책을 한 권 더 내게 된다면 86세대 일색으로 그들이 전제(全提)하는 현 정부, 여당 운영 세력이 어떻게 당과 정부를 좌우하는지, 그리고 보다 더 상세한 인간 이언주의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한다. 결국 책이란 독자 한 사람과 만나기에 날 선 목소리는 내려두고 어깨에 든 힘은 다소 빼도 좋을 것 같다.

이른바 포스트 86세대 정치인의 대표라 꼽은 두 사람 정치인의 책을 소개했다. 그들을 지지하거나 추종하는 마음은 아니었다. 다음해 총선을 앞두고 세대교체와 정부 비판에 가장 열을 올리며 주장하는 두 청년 정치인을 함께 알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준석의 경우 젠더 이슈라는 20~30대가 정말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관심 있는 이슈를 거의 독점해 활약하는 정치인이라는 데서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더불어 선거철에 맞춰 마치 공산품마냥 찍어내는 정치인의 자서전이 아닌 듯한 모습에서도 두 사람의 책이 끌렸다.

한 선배는 “앞으로 정치인 자서전, 대담집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거다. 유튜브와 글자를 어려워하는 시대이기에 어떻게든 국민에게 읽혀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정치를 혐오하면서도 권력과 명예는 동경하는 우리의 양가적 감정을 미세하게 건드려주면서 정책적으로도 빼어난 정치인 저술의 등장을 기대한다.

결국 우리 삶은 궁극적으로 정치로 나아질 수밖에 없고, 그 정치는 종내 말과 글로 해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 좋은 정치 지도자는 자기 자신의 말과 글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선량, 즉 국회의원 나아가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 그 신분과 자리를 동경하고 꿈꾸는 자들의 책에 답이 있을지 모른다.

일생을 지망생으로 살았다. 기자지망생이었다, 가수지망생, PD지망생을 거쳐 취업지망생까지. 지망은 늘 지망으로 그쳤고 이루거나 되지 못했다. 현재는 이야기를 짓는 일을 지망한다. hhwanhee@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