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눈치 안보고 할 말은 하는게 정치인의 존재”

[인터뷰] 미래통합당 유성을 국회의원 김소연 예비후보

지난해 초 대전시 관내 20여개 여성단체의 표적은 한 곳에 집중됐다. 초선의 한 여성 시의원. 기한이 넘은 자료제출을 무리하게 요구했다는 게 그들이 모인 이유였으나,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이 초선의원은 앞서 여성단체들의 방만한 운영 행태와 불의한 활동 내역, 그들이 지켜야 할 대상을 외려 이용하거나 학대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여성단체들은 늘 정의롭고 합리적일 거라는 기대 뒤에서 오래 묵은 폐단을 품은 세력이었다. 아니, 폐단 그 자체였다.

양측의 다툼은 법원까지 가게 되고 기나긴 공방 끝에 재판부는 초선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변호사 출신 초선 시의원은 김소연이었다.

변호사 김소연은 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시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대전 지역에서 유망한 변호사였던 그는 전부터 여러 정당에서 정치 활동 제안을 받았으나 거듭 고사한 끝에 뛰어든 셈이었다.

약 2년간의 시의원 생활을 하며 의정활동과 더불어 지역구 내 시민, 여성단체의 비리를 고발했고 그 때문에 이 짧은 진술에 담지 못할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여성단체는 법원의 판결이 나기까지 연일 대전시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김소연은 지역 내 여러 곳에서 비판받았다. ‘너만 잘났냐’, ‘좋은 게 좋은 거다’, ‘지금까지 해온 우리들의 방식이 있다’라는 논리였다. 오래된 적폐는 끈질기게 저항했다.

시의원 당선 첫해인 2018년에는 자당 중진 의원의 공천헌금과 특별당비 요구를 폭로해 당에서 제명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해당 의원이 아직까지 부인하는 가운데 소송은 이어지고 있다. 제명 후 여러 당을 거친 뒤 현재 미래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2년차 되는 올해 시의원을 사퇴하고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사진=김소연 전 대전시의원

김소연을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가 시의원직을 던지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선언하자 페이스북 타임라인이 시끌벅적했다. 경향 각지 사람들이 그의 도전을 반기고 지지했다. 김소연이 지닌 힘과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김소연은 2년 조금 넘은 자신의 시의원 시절에 자신만만했고, 명민한 자신의 머리와 기량을 믿으며,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대전 유성을 김소연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예비후보(사진)와 지난 23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유성을 단수 공천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SNS 등에선 아직까진 예비후보라고 쓰는데요, 26일부터 공식 후보라고 쓰게 됩니까.

4월 2일부터 공식 후보가 됩니다.

– 김소연의 공천심사위 선발 경쟁력, 결정적 한방은 뭐였을까요.

선발된 게 아니고요, 공천경쟁을 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정확히 말하면 당내 공천경쟁을 거쳐 확정됐다. 결선까지 함께 올라갔던 신용현 국회의원은 이중당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탈락했다).

– 숨 막히게 달려오셨는데요. 대전시의 한 시의원으로 지역사정을 살피다 젠더문제, 여성, 시민단체의 부정수급 문제를 거쳐 전국구의 명성을 얻은 후, 야당 국회의원 후보까지. 소회를 밝혀주신다면요.

말씀대로 숨 가쁘게 달려왔네요. 시의원 시절 불법 선거자금 요구 폭로부터 (민주당 중진 박 아무개 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과 특별당비를 요구받았다는 내용) 시작해서 시민사회단체 등을 통한 편법적인 혈세 낭비까지 다양한 부분에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정치인은 할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히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믿죠. 그래서 대전 시민들이 (시의원으로 있던) 김소연을 응원해주신 거라고 봅니다.

– SNS에 마주하는 김소연은 늘 바쁘고 무언가를 작성하고 어떤 것을 궁리했습니다. 최근 김소연은 무엇에 빠져있나요. 물론 선거겠지만, 선거보다 본질적인 무엇이 있을까요.

선거기간 중이라 마냥 힘들 것 같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제보를 받고 있어요. 제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지엽적인 것 같지만, 사실 대한민국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거나, 이미 자리 잡은 것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계 문제도 그렇죠. 성폭력상담소들의 카르텔은 끊임없이 생기고 이에 따른 피해가 막심합니다. 피해 여성들을 돕는 조직이 상담소에 상근하는 여성들을 괴롭히거나, 가정폭력 상담도 강요하거나, 핍박하는 등 폭력적으로 대하는 등 폐해가 심각합니다.

주민자치도 그렇죠. 자치라는 단어 이면에는 ‘관치’라는 말이 숨겨져 있다고 봐야 해요. 주민들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하는데 자치단체가 주민의 범위를 넓혀놓고, 장악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대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었고요.

– 국회 입성한다면 생각해놓은 상임위는 어디인가요. 아무래도 여성가족위원회? 국고보조금 문제를 짚을 수 있는 재정 쪽 상임위도 생각 중이신가요.

특별히 정해놓은 곳은 없습니다. 어디든 (제 역할이) 있으리라 봅니다. 과기위나 행안위, 법사위, 여가위 등 다양한 곳에서 재정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할 테고요. 이 밖에도 탈원전 문제나 과학기술계의 문제 해결을 위한 것도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김소연의 지역구인 유성구에는 카이스트, 대전과학고를 비롯해 우리나라 과학계 여러 시설이 운집해 있다).

최대한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움직이려고요. 상임위의 미묘한 경계에 있는 분야를 통해서 접근하거나, 특별위원회(국회에 있어서 상임위원회의 소관에 속하지 않거나 또는 특히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특별히 설치할 수 있는 위원회-네이버 지식백과)를 조직해서 움직이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 후보 확정 후 페이스북 포스팅은 당황스러웠습니다. 벌써 흑색선전이 벌어졌나요. 어떤 식인지 밝히실 수 있습니까. 짐작되는 세력은 있다거나. 안 밝혀도 좋긴 합니다.

일단 넘어가려 합니다.

그는 말을 아꼈다. 후보 선출 이튿날 김소연의 페이스북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허위사실유포와 후보자 비방 등의 선거방해 활동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글이었다. 김소연은 이에 각종 강경 대응을 가리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그의 페이스북에서 위와 관련된 포스팅은 올라오지 않았다

– 페이스북 소개글을 보니 김소연을 관통하는 가치, 혹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어 보이는데요.

헌법 가치입니다. 그간 법의 근간인 헌법의 가치가 훼손되는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고위공직자수사처라고 생각합니다.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이 제정됐고 그 법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죠. 공수처가 통과되면서 (현 정부와 여당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 공개 스피치하는 모습에 약간 멋쩍어하는 듯 보였습니다. 메시지가 좋아도 전달하지 못하면 그만 아닌가요. 대면 유세도 어떻게 치러가는지 궁금합니다.

어설픈 것을 인정해요. 여느 정치인들처럼 청산유수로 말할 수 있는 언변은 없고요. 그렇다고 제가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깊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을 만났을 때는 편하게 대화하고, 문제에 대해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하세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공천, 후보지명 되는 젊은 후보들을 보면 감정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떤 심경인가요. 이를테면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3루타를 친 걸로 착각하는’.

저는 늘 청년을 팔아서 정치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해왔습니다. 여성을 팔아서 정치하고픈 생각도 없어요. 모두가 살기 힘든 세상이잖아요. 누군가 특권을 누리게 되면, 다른 한쪽에서는 피해를 보기 마련이죠. 이미 조국 사태에서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나요?

‘위선, 모순, 이중성, 내로남불, 이분법적 선동, 폭력, 착취, 선민의식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녀의 페이스북 소개글에 올라와 있는 말이다.

– 짧은 생각으론 시의원 자리만으로도 살기가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함에도 그 품을 터치고 나선 가장 큰 동기는 뭘까요. 권력의지? 소명? 명예?

단 한 번도 정치를 생계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난한 공무원의 딸로 힘들게 살았어요. 집에도 보탬이 되고자 먼 타향에 있는 (강원 횡성의)민사고를 택했죠. 시의원을 하면서부터 전보다 수입이 대폭 줄었습니다. 시의원 시절보다 변호사 시절이 훨씬 풍족했거든요.

애초에 제겐 권력의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권력의지를 갖게 됐고요. (권력이 없으면) 많은 문제점들을 파헤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힘이 들어요. 저는 우리의 삶 가까운 곳에 있는 비리나 문제점이 국가의 문제점인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믿어요. 권력의지는 김소연이 갖지만, 사용처는 국민이 될 것입니다.

– 입법정치 외에 행정에도 관심이 있나요. 이를테면 훗날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전혀 생각해본 바 없습니다. 저는 문제를 해결하려 나선 사람이에요. 내 꿈을 좇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 당적을 바꾸고도 정치 활동을 차질 없이 해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치적 신념이나 가치관보단 본인 개인 기량이나 뛰어난 머리가 정치에 더 작용하는 걸까요. 김소연에게 당적은 그저 정치 활동을 위한 수단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정확한 질문이고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에서는 제명됐지만, 바른미래당은 공수처법 통과된 뒤 곧장 스스로 탈당계를 제출했었어요. 당시 중앙당 청년대변인을 맡았는데 모두 던져버리고요.

존경하는 분들이 만류해서 청년대변인직을 그만두는 것으로 탈당계는 반려처리 됐지만, 결국 안철수 전 대표가 당 내부 분열 상황을 봉합하지 못했고 당을 나오게 됐죠. 저는 누구의 계파도 아니에요. 그런 정치에 소모될 생각 1도 없구요.

– 다짐 혹은 각오를 전해주신다면요.

반드시 국회의원이 될 겁니다. 국회의원은 권력다툼이나 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정치인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누구보다 낫다”는 말은 하나마나한 말 같고요. 그저 “진짜 국회의원이란 저런 것이구나”라고 듣고 싶어요.

김소연은 (시의원으로서)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주민들의 기대에 한 번도 실망을 시켜드린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런 실망을 드리지 않을 거고요.

이환희
일생을 지망생으로 살았다. 기자지망생이었다, 가수지망생, PD지망생을 거쳐 취업지망생까지. 지망은 늘 지망으로 그쳤고 이루거나 되지 못했다. 현재는 이야기를 짓는 일을 지망한다. hhwanhee@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