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승계자 임주현 ‘1일 천하’?···주총 하루전 부회장 승진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에 모녀 ‘이익 제공’ vs 형제 ‘감성 접근’

한미-OCI그룹 통합 여부를 결정지을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27일 한미그룹이 한미사이언스 임주현 사장(전략기획실장)을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은 지난 26일 발표한 소회문을 통해 “임성기의 이름으로, 임성기의 뒤를 이을 승계자로 임주현 사장을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5일 한미그룹 5개 계열사 대표와 한미약품 본부장 4명 등 ‘한미그룹 책임 리더’들도 임주현 부회장을 한미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추대했다.

한미그룹에 따르면 2004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임 부회장은 인적자원개발 부서를 거쳐 2000년대 말부터 한미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을 도와 신약개발과 신약 라이선스 계약 부문, 경영관리본부 등을 책임져왔다. 임성기 선대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임 회장 평생의 신념이었던 ‘R&D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해 임 선대 회장을 계승할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사내·외에서 받아왔다는 것이다.

사진=한미그룹 임주현 부회장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표 대결에서 우위를 확보한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열세를 보이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는 국민연금의 지지는 받았어도 소액주주의 지원을 얻어야만 역전할 수 있는 처지다.

이에 모녀 측인 한미사이언스는 27일 “통합 이후 한미사이언스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주주친화 정책을 실행할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경영의 제1원칙으로 삼고, 주주들께서 충분히 만족하실 수준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적 공격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미그룹 임주현 부회장은 “주주들께서 가장 우려하셨던 대주주의 ‘오버행’ 이슈가 이번 통합으로 해소되는 만큼 주가 상승을 막는 큰 장애물이 치워지게 됐다”며 “이달 초 이사회에 보고하고 공개했던 주주친화 정책을 확실히 챙기고,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보다 공격적 주주친화 정책들도 채택해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임 부회장은 “이전까지는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가 많다 보니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펴지 못한 점에 대해 항상 송구한 마음이었다”며 “통합을 통해 신약 개발을 위한 지속 가능한 투자를 도와줄 든든한 파트너를 구한 만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부회장은 이같은 마음에서 최근 OCI와 협의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예탁해 3년간 매각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임 부회장의 이같은 의지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지난 11일 주총 안건과는 별도로 회사의 주주친화 정책을 보고받고 승인함으로써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한미사이언스의 핵심 정책으로 확정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통합 이후 재무적, 비재무적 방안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재무적 방안으로는 △중간배당 도입을 통한 주주 수익성을 제고하고(단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친화정책 재원으로 활용, 배당·자사주 매입·무상증자 등을 통해 성장에 따른 성과를 주주와 공유하겠다(중·장기)고 했다.

비재무적 방안으로는 △주주와의 의사소통 강화(단기) △주요 경영진에 대한 성과평가 요소로 주가 반영(주식기준보상제도 도입 등 책임경영 강화·중기) 등을 구체적 정책으로 선정했다.

즉 그동안 부진했던 배당률을 높이고 하락한 주가는 띄워서라도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20%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마음을 돌려 표 대결에서 우군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한미그룹은 박재현 대표의 사장 발령으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각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 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체제를 통해 보다 안정된 경영 환경을 구축하게 됐으며, OCI그룹과의 통합 이후 글로벌 한미 비전 달성을 위한 리더십 토대가 탄탄히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임주현 부회장은 임성기 회장과 송영숙 회장의 뒤를 이어 한미그룹의 DNA를 지키고 ‘신약 개발 명가’의 위상을 더욱 높일 차세대 한미그룹 리더”라며 “한미그룹 임직원들도 한마음으로 단합해 통합 이후 펼쳐질 새로운 한미그룹 비전을 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임종윤·종훈 형제도 주주들에게 ‘화해와 희망, 전진의 메시지가 담긴 형제의 주주제안을 선택해 달라’는 간곡한 당부를 전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이 같은 당부가 담긴 서신을 언론에 전했다.

두 형제는 “저희는 어머니 말씀처럼 철없는 아들들일지 몰라도 선대 회장님의 경영 DNA를 이어가고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아버님의 불꽃 같은 의지를 되살릴 뿐만 아니라 더 크게 활활 타오르게 하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26일은 정말 저희에게 매우 가슴 아픈 하루였다. 수원지법은 저희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국민연금은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저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손을 들어줬다. 한미사이언스를 OCI홀딩스의 자회사인 중간 지주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국민연금 보유 주식 가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분명해 보임에도 국민연금이 어제와 같은 결정을 한 것은 특히 예상 밖이었다. 아마도 주로 회사에서 전달한 정보에 기초해 판단하면서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그러나 그 와중에도 희망의 빛은 있었는데 재판부의 가처분 결정문 중 ‘이 사건 신주발행 등에 관한 이사진의 경영판단의 합리성과 적정성에 대해서는 향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부분”이라며 “법원은 한미사이언스를 OCI그룹에 편입하는 결정이 합리적이고 적정하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해서는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법원의 결정이 있고 난 이후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현 이사진들의 결정에 대한 주주들과 시장의 평가가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소액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소액주주에게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보다는 미움과 독선의 메시지 대신 화해와 희망, 전진의 메시지가 담긴 형제의 주주제안을 선택해 달라는 감성으로 접근했다.

한미그룹의 주장처럼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박재현 사장 삼각편대로 OCI그룹과의 통합 이후 글로벌 한미 비전을 달성할 있을지 아니면 임종윤·종훈 형제의 역습으로 ‘1일 천하’로 끝날지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승한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realnews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