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애호박 대첩’이 보여주는 넷페미니즘의 민낯

싸움의 발단, 애호박

커뮤니티마다 배우 유아인으로 연일 화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4일 오후 유아인을 언급한 ‘애호박’ 트윗에서 시작됐다. 한 트위터 유저는 “유아인은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 친구로 지내라면 조금 힘들 것 같은 사람. (중략)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칸에 뭐 애호박 덜렁 들어 있으면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 하고 코찡끗 할 것 같음”이라고 남겼다.

이어서 의미를 알기 힘든 이 의문의 트윗에 대해 유아인은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찡끗)”이란 트윗을 남긴다.

이에 대해 일부 트위터 유저들은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으며, 이어서 한국남성 특유(?)의 폭력성향(?)을 드러낸다는 반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진=BBC 코리아 인터뷰 영상 캡쳐

이후 논쟁이 격화되자 한 트위터 유저가 유아인에게 ‘포장해서 멋있는 척하는 전형적인 한남 짓 그만’이라는 글을 트윗한다. 그러자 유아인은 이에 대해 ‘증오를 포장해서 페미인 척 하는 메갈짓 이제 그만’이라는 트윗으로 응수한다. 이는 유아인이 넷페미 진영과 여초커뮤니티 일각의 벌집을 건드린 셈이다.

이후 일부 여초 커뮤니티와 넷페미니스트로부터 ‘유아인이 여성 일반(?)의 정당한(?) 분노(?)를 메갈짓이라고 폄하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매우 거리가 먼 현실인식이다. 유아인의 트위터 설전을 보도한 뉴스 중 포털 네이버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게시물 중 하나를 보면, 20대 남녀의 반응이 거의 50:50 과반으로 드러나는 기사에서조차 유아인에 대한 지지발언이 더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남녀 동수에 가까운 기사 댓글의 베플(1·2위) 반응(출처: 네이버 기사 [SC이슈]“너희 인생 살아”…유아인, 트위터 악플에 맞선 ‘일당백’ 언어들)
그만큼 타인의 일상적인 대화에서(예 유아인의 ‘애호박’ 발언) 범죄 프레임을 씌우고 일상적인 논의를 봉쇄하는 넷페미니즘의 자폐적인 화법에 대한 피로감이 남녀불문하고 널리 확산됐다는 방증이다.


메갈짓은 메갈짓이다

이처럼 대화의 문맥을 살펴보았을 때 문제의 ‘애호박으로 맞아봤음?’ 발언이 정말 ‘죽을 죄’인지도 의문이지만, 애초에 이 ‘메갈짓’이라는 발언이 나온 직접적인 계기는 유아인에 대해 ‘전형적인 한남’이라는 시비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잠깐 에둘러 가자. 어떤 이들은 유아인의 문체가 현학적이고 자의식 과잉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그를 ‘관종’이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과 연예인을 막론하고 SNS에서의 자의식 과잉 문체는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진짜 ‘관종’들은 아무 맥락 없이 타인의 계정에 몰려가서 자신의 해석의 문맥을 강요하고 낙인찍고 그 과정에서 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인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애호박 발언’을 ‘애호박 대첩’으로 비화시킨 악플러들이 전형적인 사례다.

이러한 악플러들은 ‘애호박 발언’을 의문의 성차별의 증거로 둔갑시키고 ‘전형적인 한남’ 등과 같은 낙인발언을 쏟아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에게 되물을 필요가 있다. 성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당신들의 문맥은 중요하고, 타인이 SNS에서 멘션을 주고받는 맥락은 안 중요한가? 전자는 중요하지만 후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이중잣대의 적용으로 논의 자체를 봉쇄하는 작태를 우리는 SNS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메갈짓’이라고 부를 수 있다.

‘메갈짓’의 정의를 또 하나 추가해 볼 수 있다. 일부 넷페미들은 악플러들이 유아인에 대해 ‘전형적인 한남’ 운운하는 낙인을 가했으면서, 그 결과 돌아온 ‘메갈짓’이라는 응수에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세상 억울한 온갖 우는 소리들을 쏟아낸다. 그것 역시 바로 또 하나의 ‘메갈짓’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메갈짓’이란 자신이 타인에게 한 무례한 짓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피해자인양 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유아인의 ‘쾌도난마’ 이전의 여초발 ‘마녀사냥’들

유아인의 대응 이전에 그동안 일부 여초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진 마녀사냥의 방식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여초커뮤니티와 트위터에서 벌어진 연예인에 대한 ‘문제제기’란 대개 공인(?)이라고 불리는 연예인들을 여론전을 통해 막무가내로 무릎 꿇리는 방식이었다.

이때 그들은 어떠한 정당성도 갖고 있지 않음에도 타인에게는 마음에도 없는 ‘고해성사’를 강요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러한 기형적인 여론화의 방식 속에서 여성연예인들이 가장 손쉬운 표적이 됐다. 예를 들어 과거 아이유, 설리, 수지 등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는 이른바 ‘로리타’(어린 여성 연기를 하면서 아동성애를 조장했다는)라는 시비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누가 봐도 성인으로 인식되는 화보, 뮤직비디오, 셀카 컨셉 등에 대해 무리한 ‘아동성애’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방식이었다(<혐오의 미러링>, 박가분, 바다출판사, 2016).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정작 허구적인 아동성애 혐의를 씌운 이들이 옹호하던 사이트(워마드)에서야말로 진짜 아동 대상의 범죄사건(호주국자 사건)이 일어났다.

이처럼 이성이 마비된 무리 안에서나 통할 마녀사냥을 막무가내로 자행함으로써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여성’ 연예인들이었다. 이에 반해 이번 유아인의 대응은 마녀사냥에 대해 전면돌파하는 노선을 택했다. 실제로 유아인은 지난 27일 “실체는 드러내지 않고 ‘피해자’라는 이름을 무기로 사용하며 실제 피해 여성들의 명예를 더럽히고 무차별적인 비난과 인신공격을 쏟아내는 비정상적 폭력 집단에게 사용한 ‘메갈짓’이라는 발언에 대한 사과를 바라십니까?‘ 꿈 깨세요” 발언을 트윗했다.

한편 일부 넷페미들은 과거 하연수 등의 여성 연예인이 대중의 비난여론 앞에서 쉽게 사과하고 무릎 꿇은 반면에 유아인은 너무나 당당하게 처신한다는 것을 근거로 남성의 젠더권력(?)이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과거 이희은과 같은 유사한 포지션의 여성 모델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쏟아진 ‘로리타’ 논란에 대해 ‘말 같지 않은 개소리는 그만 좀 하란 말이에요’, ‘미니스커트가 성범죄를 조장한다는 식의 쌍팔년도 구라논리를 그렇게 당당하게 설파하고 있어’ 등의 일침으로 당당하게 대응한 바 있다.

누구도 부당할 공격을 감내할 의무는 없다

또한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유아인은 마녀사냥에 대해 당당하게 할 말을 한 반면 왜 하연수는 당당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상향평준화’를 바라는 해답을 추구할 것이다. 그리고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정작 그러한 ‘상향평준화’를 가로막는 진짜 세력이 누구인지를 되물을 필요가 있다.

진정한 ‘성평등주의자’라면 하연수도 유아인처럼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논리로 악플러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견지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자칭 페미니스트들은 왜 하연수가 유아인처럼 당당하지 못했는지를 되묻기보다는, ‘왜 하찮은 일개 연예인 따위가 내 환상을 충족시켜주고 얌전히 무릎을 꿇지 않는지’에 대해 짜증을 내는 식으로 반응한다.

그것이 바로 전형적인 ‘메갈짓’ 그리고 그 거울쌍으로서의 ‘일베짓’이라고 하는 것이다. 남녀 연예인을 인격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준 낮은 정치적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으로만 대우하는 것 말이다.

무례하고 수준 낮은 ‘페미니스트’=’메갈’ 공식 성립

유아인의 ‘메갈짓’ 발언을 계기로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무례하고 수준 낮은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메갈’이라는 대표 격의 단어로 규정지어지는 것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자업자득이다.

‘메갈짓’이라는 것은 앞서 보았듯이 타인과의 소통 능력이 부재한 수준 낮고 무례한 페미니스트들에게 잘 어울리는 규정이다. 예컨대 이미 수많은 식견 있는 남녀가 지적했듯이 메갈리아와 워마드 역시 결코 페미니즘의 이념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마녀사냥과 개인에 대한 인격침해를 자행했으며, 그 전례는 이미 충분히 누적됐다(<혐오의 미러링>, 박가분, 바다출판사, 2016).

유아인의 ‘메갈짓’ 발언은 그동안 무고한 남녀 개인을 마녀사냥 해오면서 아무런 문제의식도 느끼지 않는 넷상의 무반성적인 페미니즘을 겨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유아인의 발언은 기실 언중(言衆)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오늘날 성차별적인 편견으로 가득 찬 젊은 남성 악플러들을 전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일베’가 되었듯이, ‘메갈’ 역시 마찬가지로 무례하고 수준 낮은 젊은 페미니스트들을 전형적으로 수식하는 단어가 됐다.

이러한 규정이 싫다면 이 젊은 페미니스트들 스스로가 남들에게 권하는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것을 떠나 자신과 전제와 세계관이 다른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 말이다. 만일 이러한 소통능력과 최소한의 합리성마저도 ‘남성중심적’ 사회의 발현으로 치부한다면, 그는 실제로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대화능력과 합리성을 남성만의 미덕으로 암묵적으로 치부하는 남성우월주의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가분
경제학 박사. 프리랜서 작가.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2019, 공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paxwoni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