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과 살인으로 점철된 ‘레이디 맥베스’가 페미니즘 영화?

[리뷰] 레이디 맥베스

요즘 개봉한 영화 중 호평 일색인 <레이디 맥베스>는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다.

페미니즘으로 포장하기 딱 좋은 스토리지만, 페미니즘 영화로 평가하는 것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진=레이디 맥베스 포스터

열일곱 소녀가 늙은 지주에게 팔려가 그 집의 중년 나이의 아들과 혼인해서 큰 저택의 장식품처럼 살아가는 도입부를 보면, 가부장제의 문제점을 핵심으로 보는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존재하는 면이 있긴 하다.

이 영화의 감독인 윌리엄 올드로이드는 연출 의도를 밝히는 대목에서 이렇게 말했다.

“<레이디 맥베스>는 자신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살기등등한 방법으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의 이야기다.”

또한 이동진 영화평론가 역시 “뛰어난 페미니즘 영화”라며 찬사를 보냈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본 이유가 몇가지 있다.

오래 전, 원작인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읽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18~19세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좋아하기에 그렇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영화 <레이디 맥베스>를 페미니즘 영화라고 부르는데 동의하기 어려워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영화가 페미니즘 영화라고?

캐서린이라는 인격적 미성숙한 17세 여성의 억제하지 못하는 성욕은 젊고 건강한 하인과 매일 섹스를 하며 쾌락에 빠져들어, 끝내는 늙은 지주인 시아버지를 독버섯으로 살해하고, 남편의 머리를 쇠막대기로 내리쳐 살해한다.

뒤이어 나타난 남편이 어디선가 낳은 어린 아들의 등장, 그 아이마저 하인과 함께 살해한다. 이를 모두 지켜보는 동안 실어증에 걸려버린 흑인 하녀 안나.

그리고 연이은 죽음을 수상히 여긴 주변의 의혹으로 수세에 몰리자 캐서린은 모든 책임을 하인과 하녀에게 뒤집어 씌운다.

이런 것이 페미니즘이면 세 명이나 살인하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이 페미니즘으로 설명이 되는가?

또 백인 여성이 흑인 하녀를 억압하고 학대한다. 즉 여성이 여성을 학대하는 것으로 모자라 죄를 모두 뒤집어 씌우는게 페미니즘인가?

이는 페미니즘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모순과도 통하고 있다. 언제나 백인여성이 중심이다.

이 영화는 간단히 말하면, 사람을 잘못 만난 것이다. 소 한마리 키울 땅도 없는 빈한한 가정의 소녀를 만만히 보고 데려다 늙은 아들과 혼인시킨 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이 소녀의 잠재된 성적욕망, 광기를 몰랐던 것이다.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19세기 전체를 바라보아야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런 말을 했다.

“19세기를 윤리적으로 지배한 것은 칸트가 아니라 위선이다.”

이 영화는 좀더 앞선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그때나 19세기나 겉으로는 도덕과 교양을 내세웠지만 보수적이고 위선과 성적억압이 만연한 시대였다. 그러므로 여성들에게는 가혹한 시대였다.

<레이디 맥베스>의 원작자인 레스코프의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제로 하인과 정사를 벌인 부인이 영화처럼 차례로 살인한 사건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도 불륜 끝에 기차에 몸을 던진 여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으며,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도 불륜으로 쥐약을 털어먹고 죽은 여인의 실제 사건을 모델로 했다.

19세기의 도덕적 위선은 특히 여성들이 억압을 받았으며, 성적억압은 프로이트 심리학으로 발전했다.

필자는 프로이트 심리학의 성욕 강조 경향에 회의를 품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레이디 맥베스> 이 영화를 프로이트 심리학적 측면에서 줄곧 감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17세 소녀 캐서린, 가부장적인 집에서 초야도 못치른 무심하고 이상한 남편이 있었고, 큰 저택에서 해야 할일이라고는 창밖만 바라보는 일과의 연속.

이 성숙한 소녀에게 도발적인 시선과 몸짓을 보인 흑인 혼혈 하인과의 걷잡을 수 없는 성적욕망은 캐서린에게 본래부터 잠재되어있던 색정광적인 부분을 건드리며 방해물은 모두 살해하는 지경으로 발전해 나갔던 것이다.

여기에 끝내 흑인 하녀와 성적욕망의 대상이었던 하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결국 자신이 약자였으나 또다른 약자를 착취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런데 페미니즘 영화라고?

P.S. 영화의 주무대인 저택의 정적인 구성, 고딕풍의 음영 조화, 간결한 대사, 캐서린 역과 하녀 안나 역을 맡은 연기가 탁월한 점 인정!

오세라비
미래대안행동 여성·청년위원장.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2019, 공저),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2018) 출간. murphy8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