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권한대행, 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민주당 ‘권한남용’ 반발

“헌법 정신과 국가 미래 고려한 결정”  
민주당, 거부권 행사 비판···탄핵 가능성은 낮아

김승한 승인 2024.12.21 00:51 의견 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포함한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후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책임 있는 결정”이라며 법안 재의를 국회에 요청했다.

이번에 거부된 법안들은 △양곡관리법 △농수산물가격안정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이른바 ‘농업 4법’과 △국회증언감정법 △국회법 개정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거부권 행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출처: 국무총리실)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서 “이번 법안들은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며 “국회의 입법 취지는 존중하지만 시행 시 국민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곡관리법과 농업 4법 논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가 쌀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거나 가격 차액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법이 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을 심화시키고, 재정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 권한대행은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화하고 미래 농업 투자를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농수산물가격안정법 개정안도 정부의 재정 투입을 의무화해 농산물 가격을 떠받드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시장 왜곡 및 재정 부담 우려”라는 이유로 거부됐다.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재해로 인한 생산 비용까지 국가가 보상하도록 하고, 보험료 할증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 법안들이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을 해치고, 도덕적 해이와 보험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법·증언감정법 개정안의 문제점

국회법 개정안은 예산안 심사 기한을 제한하는 기존 규정을 완화해 예산안 처리 지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 기한 준수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은 증인과 참고인의 출석 의무를 강화하고, 개인정보 보호나 영업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정부는 이 개정안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야당 반발, 탄핵 가능성은 낮아

더불어민주당은 19일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농업 4법 등 민생개혁 법안을 거부한 것은 국민의 삶을 외면한 명백한 권한남용”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6개 법안 거부는 입법권 침해이자 윤석열 대통령 시즌 2”라며 “민의를 따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경우, 탄핵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경고를 내놨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번 6개 법안 거부권 행사만으로 탄핵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탄핵 추진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정책적 갈등은 차기 정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만으로 탄핵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 요구권 행사가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는 해당 법안을 재표결해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한 권한대행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며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린 주요 결정으로, 향후 여야 간 대치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정부의 재의 요구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리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