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예산 사업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여성에게 적극적 조치를 하는 사업’을 말한다. 성차별을 없애 남녀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업인데 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성평등일까?
이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역사적 오류 때문이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헌법이 아닌 페미니즘이라는 이념에 근거한 ‘성평등’을 수용한 탓에 오늘날 성별갈등이 이토록 깊어진 것이다.
페미 진영은 여성들이 차별받아 온 과거를 인식하고 변화하려는 공동체의 선의를 악용해 자신들의 이념을 국가정책에 주입시켜왔다. 그 중 하나가 성인지 예산 제도이다.
성인지 예산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페미 진영은 성인지 예산은 별도로 편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떼어낼 수 있다는 주장은 악의적 왜곡이며 가짜뉴스라고 주장한다. 또한 정부정책이 남녀 모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고 집행되도록 해 성차별을 없애는 정책인데 이를 여성만을 위한 것으로 왜곡해 갈라치기를 한다고 비난한다.
과연 성인지 예산은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예산정책인지, 어떤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정책인지 알아보자.
성인지 예산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포함’하고 있는 사업
페미 진영의 주장과는 달리 성인지 예산은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이들은 이 사업의 표면적인 정의를 인용해 마치 남녀 모두에게 공정한 제도인 듯 포장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성인지 예산은 여성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정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부가 해마다 발간하는 <성인지 예산서작성매뉴얼>에 따르면 성인지 예산은 직접목적사업과 간접목적사업으로 나뉜다. 직접목적사업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직접목적사업: 직접목적사업은 성평등을 1차적 목적으로 하는 사업으로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포함하고 있는 사업.
간접목적사업: 사업의 고유목적이 있으며 성평등을 1차적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사업수행의 결과가 간접적으로 성평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
즉, 여성단체 등 페미 진영은 성인지 예산이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해 편성에 반영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수혜받았는지 평가해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하는 제도를 뜻한다”며 겉핥기에 불과한 포괄적인 정의로 사실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목적 사업을 확대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성인지 예산은 단순 평가제도가 아니라 실제 편성되는 예산
페미 진영은 성인지 예산이라는 항목이 정부예산에 30조 규모로 편성된 게 아니라 각 부처의 사업을 사후 평가하는 제도이므로 별도로 떼어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성인지 예산이 별도의 관항목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각 부처의 사업을 편성할 때 위 직접목적사업과 간접목적사업에 해당하는 여성관련 사업을 포함시켜야 하므로, 30조라는 규모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순 평가제도라 할 수는 없다. 실제 사업별로 집행되는 예산의 규모이다.
예를 들어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성인지 예산 분석을 보면 직접목적사업으로 여성기업육성 등 2개 사업에 총 88억원이 편성되었다. 여성창업자와 기업인에게 돌아가는 지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혁신적인 산업 육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 한국경제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진 부처이다.
그런데 유망기업을 육성하고,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데에 특정 성별에게만 배타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면 이는 성차별적인 정책이 된다. 여성기업인의 창업아이템이 혁신적이라면 정부의 육성정책 대상이 될 것이다. 여성자영업자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어렵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예산투입의 정당성은 ‘혁신’과 ‘재난’에 있지 성별에 있지 않다. 예산은 특정 성별집단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사업에 배정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지 예산 분석에 따르면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직접목적사업으로 정당하게 분류된다.
이처럼 정부의 각 부처마다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위한’ 성인지 예산 사업이 포진되어 있으므로, 마치 아무런 실질적 기능 없이 허공에 떠 있는 예산처럼 설명하는 페미 진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성인지 예산의 실질적인 관장은 여성가족부와 페미 진영
페미 진영은 성인지 예산 논란이 여가부 폐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동원하는 가짜뉴스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여가부가 35조원 규모의 성인지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는 건 가짜뉴스’, ‘ 여가부는 성인지 예산의 주관 부처가 아니며, 각 부처의 성인지 예산을 취합해 총괄하는 건 기획재정부’라고 한다. 여가부는 단지 사업기준을 정하는 협의회의 위원 중 하나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여가부의 역할을 축소해 여가부 폐지 여론이 부당한 전제에서 나온 잘못된 주장이라는 논리를 펴기 위한 언설이다. 여성가족부는 성인지 예산의 주무부처가 맞다.
성인지 예산은 제도 자체가 ‘예산’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당연히 주관한다. 여성가족부는 단순하게 부처 중 하나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성인지 예산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현재 성인지 예산제도는 다음과 같이 운영된다. 여성가족부는 성인지 예산 매뉴얼을 만들고, 기획재정부는 여성가족부와 협의하여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기준을 마련하고, 각 기관으로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지침과 양식을 배포한다.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교육을 담당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 예산센터는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을 지원하며, 각 부처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성가족부 장관이 협의하여 제시한 작성기준 및 방식 등에 따라 성인지 예·결산서를 작성한다.
이처럼 성인지 예산이라는 개념의 이론적 정의부터 실질적인 운영까지 여가부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가부는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각 부처의 콘트롤타워 역할도 한다. 외부 여성계에서 인력을 수혈하고, 각 부처가 성인지 예산과 결산을 작성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교육하는 사업 또한 여가부 산하기관인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담당하고 있다.
성인지 예산이라는 제도는 오래전부터 여성계의 성주류화 전략에 따른 요구였고, 국회에 진출한 여성계 출신 의원들이 주도해 도입되었다. 현재도 각 부처별로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두고, 민관이 협력해 유기적으로 운영하여야 한다며 부처별로 ‘양성평등위원회’ 또한 설치된 상태다.
이들은 부처별로 포진해 성인지 예산 뿐 아니라 성평등정책이라는 명분의 여성정책을 발굴하고 실행한다. 이러한 직역의 공무원과 민간위원 등에는 여성단체 출신 페미 진영 인사들이 대거 진출해있다. 성인지 예산 사업, 성인지 예산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만드는 사업, 성인지 예산을 교육하는 사업, 성인지 예산에 여성이익 사업이 더 확산하도록 하는 모든 영역에 페미 진영은 관여하고 있다.
이러한 인력과 사업을 관장하는 담당 부처는 여성가족부다. 여가부가 성인지 예산의 주관부처가 아니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성인지 예산은 개념부터 성차별적
앞서 말했든 성인지 예산 사업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여성에게 적극적 조치를 하는’ 사업을 말한다. 성차별을 없애 남녀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업인데 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성평등일까?
이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역사적 오류 때문이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헌법이 아닌 페미니즘이라는 이념에 근거한 ‘성평등’을 수용한 탓에 오늘날 성별갈등이 이토록 깊어진 것이다.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평등은 무언가를 동등하게 나누고, 동등한 기회를 누리고, 동등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나 페미 진영의 평등 개념은 다르다. 이들은 차별을 해소해 평등을 이루는 것이 성평등이며, 여기에서 차별받는 존재는 여성이므로 여성의 지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모든 조치가 곧 성평등한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여성에게 적극적 조치를 하는’ 성인지 예산 사업의 논리는 이렇게 완성된다.
여기에는 국가의 책임이 크다. 국가가 성평등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여성계의 주장을 여과없이 받아들인 탓이다. 페미 진영은 여성들이 차별받아 온 과거를 인식하고 변화하려는 공동체의 선의를 악용해 자신들의 이념을 국가정책에 주입시켜왔다.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를 펴 여성이라는 특정 성별에 대한 차별적 혜택을 도입하고, 페미니즘 이념 교육을 제도화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들은 제도화된 페미니즘 논리에 따라 여성에 대한 배타적이고 편파적인 지원을 곧 성평등 사업이라 인식한다. 이러한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 결국 그 과실을 누리는 건 페미니스트들이다. 특히 제도적 평등이 자리잡은 후에는 여성폭력, 여성안전, 여성인권들을 내세워 폭력의 피해자들 중개인 역할로 막대한 세금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이를 K-페미 비즈니스라 칭한 바 있다.
연령인지, 지역인지 예산은 없는데 성인지 예산만 왜 존재해야 하는가?
이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왜 한 국가의 예산에서 성인지라는 영역만 따로 존재해야 하는가? 페미 진영은 국민의 절반이 여성이므로 당연하다는 이유를 댈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남성과 여성 절반씩 공정하게 예산을 배분하라는 게 아니다. 남녀 공통 사업에서 여성은 기본적인 수혜를 받음에도 이해 더해 더 많은 특혜를 달라는 것이다. 인구의 절반 논리는 기만이다.
또한 인구분포를 반반으로 나누는 것은 다른 형태의 분류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령 연령대를 인구의 절반씩에 해당하는 구간으로 나누어 연령인지 예산을 만드는 건 왜 하지 않는가? 수도권과 지방을 둘로 나누어 지역인지 예산을 만들 수도 있는데 왜 하지 않는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노동영역을 분리해 노동인지 예산을 만드는 건 어떤가? 왜 다른 영역은 독자적 인지가 필요없는데 성인지라는 이름으로 여성에 대한 예산분포는 특별하게 해야 하는가?
여성은 어떤 형태로 분류하든 어디에나 포함된다. 성인지 예산이 아니어도 국가의 모든 예산과 정책의 수혜 대상에는 여성국민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의 사업은 모든 국민을 수혜 대상으로 하는 ‘기능’이 기준이어야지 특정 성별이라는 ‘대상’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성인지 예산 30조는 단일항목으로 배정된 예산은 아니지만 따로 떼어낼 실체가 없는 예산 또한 아니다. 여가부 또한 성인지 예산의 단순 집행 기구가 아니다. 성인지 예산은 페미니즘이 주장하는 성평등 이념을 실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기존 예산을 이중으로 분석, 편성해야 하는데다 성평등해진 사회의 현실과 맞지 않으니 부처마다 목적과 맞지 않는 사업들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하는 오작동이 일어난다. 한 마디로 행정력의 낭비이다.
정부가 성인지 예산을 독려하니 이를 맞추기 위해 엉뚱한 사업을 둔갑시켜 놓거나, 여성 대상 사업이 적을 수밖에 없는 부처들은 손쉽게 채워넣을 수 있는 ‘성평등, 양성평등 교육’ 등을 편성한다. 페미 진영은 직접목적사업 즉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적극적으로 조치하는 사업’을 확대하라고 압박하고, 특히 성평등 관련한 인식교육과 상담 사업 등을 적극 요구한 후 자신들이 진출한다. 젠더, 양성평등, 성평등 등의 이름을 가진 공직사회의 페미니스트 전용 직역 또한 계속 늘어난다.
성인지 예산을 별도로 만들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교육하고, 인력을 운영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상 행정력과 예산의 막대한 낭비이며 이는 공권력의 부패에 해당한다. 뇌물을 주고받거나 횡령을 하는 것만이 부패가 아니다. 국민들의 돈을 이념적 관료들의 성향에 따라 운용하는 것은 결국 국가권력의 강탈에 해당한다. 자신들이 주도해서 만든 제도에 관여해 이익을 취하는 페미 진영 운동가들과 기관들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구조는 결과적으로 부패를 낳는다.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는 “성인지 예산 문제는 한 때 페미니즘·여가부 공격 레파토리로 유행했지만, 너무 말이 안돼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날조는 자제하자’는 분위기”라고 주장한다. 정의당의 배복주 부대표는 “성인지 예산제도는 정부 예산 편성과 집행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성차별이 없도록 하는 것인데, 별도 사업 예산으로 책정된 것처럼 주장하면 어떡하느냐”고 한다.
성인지 예산에 대한 비판과 비난의 일부가 정교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인지 예산에 대한 문제의식을 ‘말이 안 되는’ 주장으로 오도하는 것은 책임있는 지식인의 태도가 아니다. 또한 성인지 예산은 배복주씨 주장처럼 성차별이 없도록 하는 제도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성인지 사업들 자체가 성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성별 갈등의 원인으로 작동한다. 오히려 ‘가짜뉴스’, ‘날조’, ‘망언’ 등으로 치부하는 이들이 성인지 예산의 근본적 문제를 가리고 건설적인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성인지 예산에 대한 비판을 접할 때마다 페미 진영은 똑같은 논리로 대응한다. ‘실제 예산이 아니다’, ‘보육시설 지원 등이 성인지 예산이므로 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실제 예산도 아니고, 보육시설 지원사업 등으로 운영되는데 왜 굳이 성인지 예산이라는 이름의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가? 보육시설 지원은 복지사업인데 왜 성인지로 중복 분류하는 기만적인 행정을 펴는가?
여가부 폐지 여론이 일때마다 페미 진영이 대응하던 논리도 똑같다. 이들은 앞에서는 ‘여가부의 예산은 적다, 여가부의 실제 예산은 가족과 청소년이지 여성만을 위한 부서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평등을 일상으로’를 내걸고 성평등을 위해 여가부의 권한을 높여달라 요구한다. 그러면서 비판자들에게 가짜뉴스라거나, 성별 갈라치기라고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런 기만적인 ‘쇼’를 벌이는 여가부와 페미 진영의 행태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이들은 절대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에 성인지 예산은 입법으로 명시되어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 시대의 변화와 맞지 않는 정책, 사회의 갈등을 양산하는 정책은 언제든 교정되어야 하고, 그것이 정치권의 임무이기도 하다. 성인지 예산은 문제적인 제도이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 요구는 정당하다.
성인지 예산 제도가 폐지된다고 해도 그 과실을 누리던 이들에게는 타격일지언정 여성국민에 대한 국가의 정책과 예산은 사라지지 않는다. 성별 갈라치기는 성인지 예산을 비판하는 자가 아니라 애초부터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여성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포함한 사업’인 성인지 예산 제도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기사 출처 : 성인지 예산에 대하여: 공동체의 선의를 악용한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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