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법원은 리얼돌 수입에 대해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며 통관 허용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리얼돌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성계의 주장 때문에 벌어진 논란은 종결됐어야 한다.
그러나 관세청은 사법부의 최종판단이 이루어진 후에도 여가부와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계속 통관금지를 고수했다(이것이 왜 법치유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에도 리얼돌 금지가 적법하다는 관세청, 왜 법치 유린인가?’ 참조)
수입업자들은 대법원 판결이 난 후에도 상품을 들여올 때마다 개별소송을 진행해야 했고, 관세청은 수십 건의 소송마다 속속 패소했다. 이 소모적인 행위는 ‘관세청이 벌이는 리얼돌과의 전쟁’이라고 보도될만큼 기이한 일이었다. 소송비용 또한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에서 지출됐다.
또한 대법원의 이른바 여성 ‘젠더’법관은 아동형상 리얼돌은 금지한다는 판결로 기존의 판결정신을 훼손하는 논란을 일으켰다. 판결문에 적시한 아동형상이라는 기준이 주관적이면서 모호하고, 아동에 대한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 또한 입증된 바 없어 법관의 판결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부의 기관이 사법부의 최종판단에 불복하는 것과, 계속 패소하는 소송을 고수해 세금을 낭비하는 등 정당한 명분이 없었던 관세청은, 대법원 판결 3년만에 통관지침을 개정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단 미성년형상은 여전히 금지하겠다고 한다.
페미니스트 진영은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리얼돌은 강간 인형이며, 남성들의 강간판타지를 충족해 실제 여성에 대한 강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여성을 오직 성적대상으로만 취급하도록 만든다’는 논리다. 이러한 주장은 단 한가지도 입증된 바 없다.
페미니스트들처럼 사적 영역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을 권리로 주장하려면 먼저 권리논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주장만을 할 뿐 이에 합당한 논증을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리얼돌 사안에는 ‘더러움’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의 난처함이 있다. 리얼돌은 강간 판타지를 충족하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는 페미니스트 진영의 괴이한 공세에 대해 남성들의 대응은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얼돌 금지를 반대하더라도 앞머리에
“나는 리얼돌같은 걸 이용할 생각이 없지만”
“나도 리얼돌 이용하는 남성들에 대해 한심하다고 생각하지만”
처럼, 그런 물건을 이용하는 남자들과 나는 다르다는 걸 굳이 전제하거나,
“리얼돌을 이용한다고 해서 꼭 강간판타지를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자위도구일 뿐이다”
정도의 조심스럽고 수세적인 방어에 머문다.
그러나 리얼돌 사안에서 페미니스트들에게 해야 할 말은
“강간 판타지 충족이 왜 금지해야 할 일인가?”라는 본질적이고도 당연한 반박이다.
리얼돌을 이용해 자신의 사적인 공간에서 어떠한 판타지(그것이 설사 강간이든 무엇이든)를 충족하든 말든, 타인의 머리 속 판타지를 어떻게 금지할 것이며, 왜 금지하려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남성뿐만 아니라 문명화된 법치국가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은 범죄행위와 판타지를 구분한다. 강간이 판타지로 존재할 수 있는 자체가 문명화의 증거다. 피해자도 없는 도구 사용을 폭력이나 강간과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금지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같은 것은 없다.
리얼돌을 이용하는 모든 남성이 리얼돌한테 폭력을 행사하고 강제로 성행위를 할 거라는 해괴한 상상이야말로 페미니스트들만의 논리이며, 한국남성에 대한 그들의 망상에 해당한다. 이들의 망상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리얼돌을 두고 강간인형이라 비난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발언을 보면 성적으로 가장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이며 극단적인 상상은 오히려 그들이 머리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많은 문명국가에서 리얼돌 이용을 두고 논란을 겪거나 금지하는 일은 없다. 이는 문명의 시계를 퇴행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왜 국가에게 인간의 정신을 검열하고, 가장 내밀한 사적 영역을 통제하고 지배할 권리를 자꾸만 더 부여하라고 하는가?
덧붙여, 한 현직 남성판사는 (리얼돌을 사용하지 않음에도)자신에게 강간판타지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고백한 바 있다. 이처럼 리얼돌 사용과 무관한 강간판타지들은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현직 남성판사는 남성 페미니스트다.
리얼돌 이용이 왜 당연한 권리인지, 페미니스 진영의 주장이 왜 틀렸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정립된 논증이 있다. 아래 시리즈 기사를 읽어보면 된다.
관련 기사: 리얼돌 규제 주장의 문제점들
1. 성적 보수화와 남성혐오
2. 성상품화와 성적대상화 개념의 오남용
3. 자유의 감각을 잃어가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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