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배틀필드 논란, 창작자의 ‘밥숟가락 얹기’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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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게이머를 비롯한 대중문화 소비자들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반발하는가?

자칭 ‘크리에이터’와 자신을 ‘힙스터’라 믿는 수많은 팬은 최근 ‘배틀필드’와 ‘스타워즈’ 컨텐츠를 둘러싼 일련의 정치·사회적 논란에 대해서 이같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잘못된 질문이다.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만 올바른 대답이 나온다.

우선 배틀필드나 스타워즈의 경우 전작 시리즈의 세계관과 분위기가 해당 컨텐츠의 팬층에게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상황인식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왜 이들은 전작의 명성에 기대어 밥숟가락을 얹는 방식으로 밖에 자신의 이념을 표현할 줄 모르는가?

즉 과거 전작의 명성을 빌려 대단히 게으른 방식으로 자신의 이념을 타인에게 이식시키고자 하는 창작자의 안일한 태도가 논란의 핵심인 것이다.

배틀필드V, 왜 논란인가

우선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배틀필드V를 보자. 트레일러 영상 공개를 계기로 해당 작품을 둘러싼 이른바 ‘고증 논란’이 일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어두운 분위기를 독특하게 재해석한 사운드와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전작 ‘배틀필드1’ 트레일러를 기대한 게이머들은 실망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일본도(?)를 등에 찬 남성과 의수를 단 여성 영국군이 ‘A특공대’를 연상시키는 액션활극을 펼치고 있는 것에 많은 게이머는 경악했다. 그러한 나머지 이들은 ‘#not_my_battlefield’라는 실망에 가득 찬 해시태그를 유투브 댓글창에 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게이머들은 이미 배틀필드V를 기존의 배틀필드 시리즈와 ‘별개’의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배틀필드V 트레일러에서 논란을 일으킨 캐릭터(출처 유투브)
배틀필드V 트레일러 영상에 달린 댓글(출처 유투브)

혹자는 이러한 배틀필드V 논란을 단순한 ‘고증’ 논란으로만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핵심은 ‘고증’이 아니다. 게임이 반드시 실제 전장이나 역사적 사건을 모두 다 충실하게 고증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과거의 배틀필드 시리즈가 그간 구축해온 작품 내의 핍진성(verisimilitude)이다. 배틀필드는 많은 가상의 전장을 다루고 있지만 시리즈 속 구축된 세계관에서 구현된 사실성(무기체계와 병종 그리고 전장의 리얼리티)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쉽게 말하자면 아무리 ‘A특공대’식 액션활극이나 ‘바스터즈’식 대체역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보통은 ‘배틀필드’에서 그런 것을 볼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핍진성은 본래 문학비평의 용어로 ‘작품 내’에서 구축된 그럴싸함이나 사실성을 의미한다.

문맥을 읽지 못하는 자칭 크리에이터들

물론 배틀필드V를 기해서 롱런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겠다면(가능성은 의문스럽지만) 그럴 수 있다. 다만 크레이터 측에서 ‘이것은 나의 배틀필드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떠나는 게이머들에 대해서 인신공격이나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행위는 자신의 능력 부재를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배틀필드V의 디자인 디렉터인 Alan Kertz는 여성 캐릭터를 넣은 이유가 자기 딸에게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해명했다가 딸이 두 살배기 아이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애니메이션 리드인 Ryan Duffin 역시 고증에 충실한 다른 캐릭터 스킨을 유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냐는 유저에게 ‘모두를 백인으로 만들기 버튼을 만들까요?’라고 조롱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여성과 소수인종의 게임 내 등장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지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과거 역사적 전쟁을 다룬 게임들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다수 등장했다는 점에서 Kertz의 해명은 초점에서 빗나갔다. 이미 2010년대 게임 중에서도 자신의 두 살배기 딸이 장성한 후 보여줄, 전장을 누비며 활약하는 수많은 멋진 여성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역사적 사실성을 갖춘 캐릭터도 존재한다. 가령 ‘컴퍼니 오브 히어르즈 2’에서는 나치점령에 저항한 폴란드 빨치산 여성 리더를 비중 있는 캐릭터로 다루고 있다. 그 외에도 저격수와 스파이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여성에 대한 소재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게이머들이 납득하지 못한 지점은 제2차 세계대전 영국군을 소재로 영화 ‘매드맥스’의 여주인공 ‘퓨리오사’를 게으르게 복제한 ‘의수를 단 여성 캐릭터’를 구현하면서 전작에서 이어져온 개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만일 ‘의수를 단 여성’이 ‘전쟁에서 활약하는’ 상황을 컨텐츠의 중심에 놓고 싶다면 왜 그들은 그것을 새로운 세계관 속에서 구현해내지 못하는 것일까.

이처럼 상황의 문맥을 읽는 능력이 완전한 부재한 실질문맹자들이 컨텐츠 창작자를 자임한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제2의 ‘스타워즈’ 논란?

사실 영화 ‘매드맥스’처럼 ‘작품성’과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 경우, 완전히 새롭게 구축된 총체적 세계관 속에서 캐릭터와 서사로 자신의 이념을 잘 구현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스타워즈 논란’처럼 기존 시리즈의 명성과 플롯 그리고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것을 완전히 망쳐버리는 만행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앞으로의 배틀필드 시리즈가 스타워즈의 전철을 밟을지 두고 볼 일이다.

실제로 최근에 개봉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와 ‘한 솔로’ 두 작품은 전작과 맞지 않는 설정오류, 극적 개연성의 붕괴, 스토리와 상관없는 캐릭터의 남발, 전작 스타워즈 세계관의 지향점에 대한 아무런 해명 없는 변경 등으로 기존 팬 사이에서 무수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가장 최근작인 ‘한 솔로’의 경우 시리즈 사상 최악의 수입을 기록하면서 흥행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한 솔로’의 흥행참패를 다룬 기사
‘한솔로:스타워즈 스토리’ 예상밖 부진···2002년 이후 최소 흥행

노엘 갤러거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격한(?) 반응(출처 인스타그램)

최근 스타워즈 시리즈도 평론가들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지적 유희에 복무하는 ‘클리셰 뒤집기’와 자기만족적인 ‘여성과 소수자의 비중확대’라는 명분에만 집착하다가 그냥 영화를 ‘못 만든’ 케이스다. 이와 관련해 웹툰 영화평론인 ‘부기영화’의 작중대사는 시사적이다.

오직 자신 없는 자들만이 결과물이 아닌 의도를 평가받고자 합니다. 그래서 결과물을 비판하면 마치 그 의도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죠. 그냥 못 만든 거예요!

잘 모르겠으면 외우자. 팬이 반발하는 이유는 정치적 올바름이 아니다. 전작의 명성에 기대어 밥숟가락을 얹으려는 게으르고 안일한 태도가 팬의 마음을 떠나게 하는 것이다.

경제학 석사. 프리랜서 작가.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2019, 공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paxwoni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