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SOC 예산 감축에 호들갑 떠는 경제지들

경제지의 느닷없는 건설업계 옹호

박가분 승인 2017.09.18 11:54 | 최종 수정 2020.04.09 17:31 의견 0

문재인 정부의 추경 예산안에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복지 및 일자리 창출 비중이 늘어났다. 한편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전반적인 개혁 방향을 흔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를 등에 업은 일부 경제지 역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국가 예산안은 어느 분야에 먼저 정부의 재정을 지출할 것이냐는 정치철학을 반영한다. 바로 그 점에서 보수이념에 경도된 경제지의 재정정책 흔들기 시도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정연설을 했다(출처 국회방송)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촉구하는 시정연설을 했다(출처 국회방송)

대표적으로 <매일경제>는 지난 8월 말부터 연이어 SOC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보도를 이어갔다. 지난 8월 <MBN>은 (재벌 소속 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을 인용하며, “지난해 경제성장률 2.8% 가운데 60%에 육박하는 1.6%가 건설업이 견인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사설에서도 <매일경제>는 “SOC 예산 대폭 삭감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와 경기 위축이 걱정된다”는 논지를 내보낸 바 있다. 그러나 정말로 SOC 예산 삭감이 심각한 저성장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까? 좌파나 우파 모두 선동을 일삼을 때 흔히 사용하는 ‘겁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건설업 활성화가 복지이자 일자리?

건설업계는 건설업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을 근거로 건설업 활성화 정책이 곧 일자리 창출이자 성장정책이고 곧 복지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거의 만능으로 들린다. 이것은 사실일까? 이것부터 살펴보자.

우선 건설업의 성장만으로는 경제 전체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16년 건설업 전체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0.5%로 0.6%인 제조업과 1.3%인 서비스업에 비한다면 실제로는 그리 높다고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이마저도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을 골자로 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이른바 ‘초이노믹스’(2014년) 실시 이후에 반전된 추세이다.

한편 이러한 건설경기·부동산경기 부양 정책은 부작용이 크다. 부동산 시장 과열은 생산적 부문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원을 투기적 용도로 전용하게끔 하고,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늘린다는 점에서 경제 전체에 불안정성과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각 산업의 경제성장 기여도(출처 한국은행)
각 산업의 경제성장 기여도(출처 한국은행)

물론 어느 산업이든 경기가 활성화되면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건설업 분야가 정부와 지자체가 벌이는 토목사업과 부동산 투기 열풍에 따라 큰 부침을 겪는다는 것이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은 안정적인 지속성장 그리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이다.

반면 건설업의 호황은 일시적이고 불안정하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 또한, 주택건설 경기에 상당 부분 의존해온 건설업의 호황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무엇보다 건설업계가 내세우는 일자리 창출능력의 질적 측면 역시 생각해 볼 대목이다. 비록 건설업이 타 산업에 비해 고용유발 능력이 크긴 하지만 고용의 안정성과 지속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건설현장
사진=건설현장

일례로 건설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건설업 전체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51.9%로 전산업의 32.8%에 비해서 더 높았다. 더군다나 건설업 비정규직 내에서도 그 처우가 열악하고 법적 지위도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진 파견근로자, 용역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일일(단기)근로자 등이 해당되는 ‘비전형 근로자’의 비율이 70.5%로 대한민국의 전체 비정규직 내 비전형 근로자 비율인 34.5%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러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질적으로 열악한 고용구조는 건설경기 호조에 따른 고용창출 가능성만큼이나 경기침체 때 경기적·계절적 실업이 유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한 경제의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을 건설업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건강한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그러한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이명박 정부 이래 보수정권이 9년 동안 보여 왔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진짜 문제는 SOC 투자의 규모가 아닌 효율성

특히 최근 벌어지고 있는 보수경제지 및 일부 재벌출연 연구소의 SOC 예산 감축 때리기는 실제 SOC 투자 자체의 효율성과 효과를 논해야 할 곳에 건설업계 일각의 이해관계를 개입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있다.

특히 (건설업계를 제외한) 경제계 전반이 주택건설경기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연착륙시키고 (수요측면에서든 공급측면에서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시점에서, 그러한 모습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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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요한 것은 SOC 투자의 규모 그 자체가 아니라 효율성이다. 지역사회의 실제 수요를 고려하기 보다는 지역 간 사업 나눠 먹기와 지역균형을 빙자한 독점적 개발이익 추구행위에 휘둘려 방만한 지출이 이뤄진 사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화 촬영장 세트를 방불케 하는 한산한 일부 지방공항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SOC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각의 SOC 과잉투자, 중복투자는 유휴시설 발생 등의 비효율성을 낳고 이후에는 과다한 유지보수비용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사진=경북 울진공항
사진=경북 울진공항

특히 경제구조가 고도화될수록 건설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건설업계 역시 이러한 사항을 모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10~20년 동안 일각에서 과다하게 증가했다고 지적받은 건설투자 재정 규모를 유지하거나 더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공공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율성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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