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과 대주주 가족이 힘을 합쳐 더욱 발전된 한미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공언한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의 입장문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형제가 어머니를 형사고발 하며 공(空)언이 됐다.
형제(임종윤·종훈) 측 한미사이언스가 3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를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 하자 3자연합은 형제의 독재경영 민낯이 드러났다며 반격에 나섰다. 오는 28일 열릴 예정인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표 대결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사전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됐다. 이사회 인원을 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의 건과 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 2인의 이사 선임 건, 주주친화정책인 감액배당 건들이 상정돼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3자연합과 이들로부터 의결권 권유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는 업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3자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함은 물론 거짓 정보로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는 사례들이 속속 확인돼 부득이 형사고발을 진행키로 했다”며 “제보 내용에는 ‘국민연금도 3자연합으로 돌아섰다’, ‘유상증자한다’ 등 거짓 정보, 결정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주주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3자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 법률 검토에 착수했었다. 표 대결을 벌이게 된 3자연합 측 대리업체들이 활동을 개시함과 동시에 한미사이언스 로고 등을 무단으로 명함 등에 사용케 한 것이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최근 3자연합의 의결권 대리업체가 주주들을 방문하며 제공한 인쇄물과 명함(사진)에 자사 로고가 버젓이 인쇄됐다. 특히 확인된 대면과 유선통화 내용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에 대한 명예훼손성 비방은 물론 거짓 정보를 주주들이 믿도록 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정부기관까지 인용했다는 것.
법조계 한 관계자는 “회사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해 거짓 정보를 주주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임시주주총회 결과를 왜곡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주주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며 자신들을 지지해달라 요구하는 행위는 정당한 주주관리 및 주주총회 운영, 진행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3자연합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형사고발 절차를 문제 삼았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중요한 소송의 제기’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형제 측이 절차를 무시하고 형사고발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3자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와 사내이사를 한미사이언스가 형사고발 하는 행위는 당연히 중요한 소송의 제기이며, 따라서 이사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고, 오로지 형제 입김에 좌우돼 불법과 위법을 넘나드는 독재경영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3자연합 관계자는 형사고발 절차상 문제뿐만 아니라 “형제 측의 비방 행위 사례를 많이 확보했지만, 건강한 경쟁을 위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주 여론이 3자연합 측에 쏠려 있다 보니 형제 측이 초조한 마음에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다”며 “앞에선 화합을 뒤에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형제의 민낯을 본 주주들께서는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꼭 심판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올해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형제 측의 신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액주주연대가 지난 1일 3자연합 공개지지 선언을 하며 3자연합으로 돌아섰다.
선언문에 따르면 소액주주연대는 형제 측이 경영권 장악 이후에도 속절없이 하락해 온 주가 정상화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달 30일 신동국 회장과 소액주주 간 간담회를 거친 끝에 신 회장의 더 높은 수준의 진정성을 이해했으며, 그가 소액주주들과 이해관계가 가장 유사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24일 양측에 전달한 주주연대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 서한을 공정하게 검토했으나 임종윤 사장의 대응과 주총에서 약속한 내용을 불이행한 것 등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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