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풀어보는 비트코인 한계와 치명적 약점
정윤원
승인
2018.01.10 15:15 | 최종 수정 2022.05.2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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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는 투기라는 요소에서 살펴보면 주식이나 비트코인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왜 규제되는 것일까요? 화폐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이 왜 규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첫 번째 기사를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전에 비트코인은 화폐로써 사용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점을 한 가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에 대한 짧은 답을 하고자 합니다.
우선 과거로 돌아가 봅시다. 수표의 현재 영어 단어인 체크(check)는 중세 이슬람 상인들이 차용증으로 사용한 ‘삭(Sakk)’이란 단어로부터 유래됐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삭’이 중세 이슬람 제국의 아바스 왕조 내에서만 통용됐던 것이 아니라, 인도양부터 사하라 사막까지 그 주변부에 존재하는 나라들에서도 동일하게 사용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현시대에도 쉽지 않은, 이렇게 국가를 넘어서는 어음의 발행과 사용의 배경에는 당시 전 세계의 상업을 주름잡던 이슬람 상인의 막강한 신용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화폐에 관한 한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왜냐하면, 결국 어음과 차용증으로부터 발전한 것이 현대 화폐인 지폐이기 때문입니다. 즉, 돈이 돈으로 돌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 화폐의 본질이란 다름이 아니라 신용(credit)이란 이야깁니다. 그리고 화폐를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화폐신용론(the credit theory of money)이라고 합니다.
많은 이가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화폐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투자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화폐로 통용되는 문제에 블록체인 기술은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합니다. 즉, 나 이외의 남이 비트코인을 돈으로 인정하고 받아줬을 때만 비로소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 시각마다 그 가치가 급변하는 비트코인류의 화폐들은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주식과 비슷하게)투기로서의 기능은 해내지만, 화폐의 기능을 해낼 수 없습니다. 누가 가치가 급변하는 물건을 돈으로 받아주겠습니까.
같은 맥락에서, 그래서 현대의 지폐가 사람들 사이에서 신용을 가지고 통용될 수 있는 배경에는 국가의 강력한 권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기사에서는 화폐를 국가의 산물로 바라보는 ‘화폐 국정론’의 관점을 소개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화폐 신용론 역시 이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원시경제 사회의 거래까지 포함한다면 화폐 신용론이 조금 더 화폐의 본질에 가까우나, 결국 현대에는 그 신용의 원천이 국가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화폐 신용론이나 국정론은 큰 차이는 없습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우 드문 일이지만 이슬람 상인처럼 국가가 아닌 그 누군가가 신용의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에 강력한 신용을 부여하는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 만약 이들이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 비트코인은 정말 돈으로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에 설명해드린 것처럼 그 전에 대부분 국가 차원에서 규제를 당하게 될 것이 명백합니다.
비트코인과 관련된 마지막 기사인 만큼 예상되는 Q&A를 준비했습니다.
Q1.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걷을 수 없다 했는데, 왜 걷을 수 없는 것인가요?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의 계좌가 익명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송금기록과 수금기록은 모두 공개되는 투명성을 장점으로 가지지만, 계좌가 익명이기 때문에 누구와 누가 비트코인 거래를 주고받았는지는 거래 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장점(?) 때문에 비트코인은 탈세의 수단이나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되곤 합니다.
Q2. 그러면 국가가 ‘금융실명제’ 등을 비트코인에 적용해,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걷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요?
국가의 입장에서 비트코인을 기존 통화체제로 편입할 유인은 전혀 없습니다. 세금을 걷을 수 없다는 측면을 제외하고도 비트코인은 통화의 유통을 국가가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화폐로 받아들이자는 말은 국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폐기하자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Q3.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요?
네. 개인적으로도 현 상황을 봐서도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강력한 규제와 더불어 이미 이스라엘이 국가가 주도하는 암호화폐 발행을 고려 중이라는 기사가 우리나라에 나오기도 했고요.
Q4. 블록체인 기술을 보고 비트코인을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나요?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 차라리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다른 사업군의, 다른 회사에 돈을 투자하시는 것이 더 앞뒤가 맞는 주장이라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은 지금까지의 이유로 블록체인 기술 하나만을 가지고 투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난관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Q5. 그러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것인가요?
2번째 기사에서 말한 바와 같이 투기 심리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의 투자하는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의 참신성을 열렬히 토로하며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바보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결국 코인 판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라 보면 됩니다. 결국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투기 심리가 끊임없이 존재해야 이미 코인 판에 뛰어든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거든요.
Q6. 지난 기사에서 주식 역시 투기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주식은 왜 규제되지 않는 것인가요?
이미 주식은 자본주의 제도권 안에서 핵심적인 역할로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 주식을 발행하는 주식회사 특히 주식회사가 자리 잡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인 유한책임제에 관해서는 지금의 코인과 마찬가지로 여러 반대와 찬성의 논의가 있었습니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유한책임제를 경계하며 주식회사의 인가를 반대하는 사람의 대표 주자였고요. 물론 이 외에 주식회사 제도는 이전의 파트너쉽만으로는 충당하기 힘든 자금이 있어야 하는 철도, 철강, 석유 등의 거대 산업에서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기’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주식판이나 코인판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죠.
Q7. 비트코인은 근본 가치가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주식과는 다르지 않나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주식 가격이 정말 회사의 실질적인 가치를 반영하고 있느냐는 문제로 들어가 보면 이 또한 경계가 희미해집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라는 것은 측정하기 매우 어려운 사항입니다. 재무학의 주가 결정 모델도, 회계학의 대차대조표도 결국 사람들의 여러 가정과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모델이니까요. 즉, 모델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 대한 평가와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Q8. 투기여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하시면 됩니다.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비트코인을 하는 거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본격적으로 규제에 들어가지도 않았으니까요. 불법화되지 않은 도박이라고나 할까요? 다만 모든 것이 그렇든, 비트코인으로 일확천금을 벌고 싶다면 투자해야 하는 씨드머니(seed-money)가 애초에 커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1000만원이 10배가 돼서 1억원이 되는 것과 1원억이 10배가 돼서 10억원이 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Q9. 글쓴이는 비트코인 안 하세요?
안 합니다. 씨드머니가 없거든요. 다만, 비트코인이 자본주의에 던질 수 있는 여러 물음들-투기의 투자의 경계는 과연 어디까지라고 말할 수 있는지, 화폐의 본질이 무엇인지, 가치투자라는 것이 가능한지 등-에 관해서는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사람이든 긍정적인 사람이든 이번 사태는 한 번쯤 분석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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