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기, 포퓰리즘 정치세력화 경계해야

박가분 승인 2018.01.12 12:50 | 최종 수정 2022.05.24 12:26 의견 0

법무부 발표로 롤러코스터 탄 암호화폐 시장

지난 11일 법무부가 최근 투기 열풍의 진원지가 된 ‘암호화폐 거래소의 폐지’ 법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암호화폐 투기계층과 거래소가 일제히 패닉에 빠졌다. 비트코인의 경우 하루 동안 1BTC 당 2000만원대에서 1700만원대를 오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법무부의 발표가 여타 부처와의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뒤이어 보도되자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다른 유사 암호화폐의 경우도 비슷한 가격 움직임을 보였다.

1월 11일 오후 9시경의 비트코인 가격 추세(출처 빗썸)

투기계층에서 쏟아진 청와대와 현 정부에 대한 비난

전 국민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여타 정부 부처와의 조율을 거치지 않고 ‘거래소 폐쇄’라는 ‘초강수’를 입법 추진하겠다는 법무부의 발표는 여러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 일각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비이성적 투기심리에 보내는 경고로 읽힐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써야 할 초강경 대책으로 ‘거래소 폐쇄’까지 고려하겠다는 신호이다.

이에 암호화폐 투기계층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가상화폐 거래를 적극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넣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어떤 참여자는 ‘흙수저들이 꿈이라도 꿀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이는 역으로 가상화폐 거래자들이 투기적 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트코인 시장 참여자들 상당수가 20~30대 중하위 계층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상승과 최근의 관련 규제 등으로 서민에게 더 이상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젊은 노동자 계층에서 비트코인을 ‘마지막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인식하고 투기 열풍에 뛰어든 것이다. 이는 그동안의 자산·소득의 불평등 및 양극화 심화 경향 속에서 노동의 가치가 절하되어온 사회의 풍속을 반영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재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기 열풍을 ‘흙수저들의 반란’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다수 비트코인 투기자들은 기존의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기에는 자신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느끼나, 개개인이 시장을 좌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는 집단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상화폐 관련 청원(출처 청와대)

비트코인 투기의 본질은 다단계 폰지금융

그러나 투기심리의 배경이 아무리 이해할 만 하더라도 투기는 여전히 투기이며, 이러한 투기 열풍을 잠재울 대책이 필요하다.

혹자는 암화화폐 열풍이 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투자라고 강변하지만 실제로는 시장 참여자들 대부분이 기술발전이 아닌 투기적 차익실현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암호화폐 대부분은 현실의 재화 서비스 거래에 사용되지 않으며, 오직 원화와의 교환이 이뤄지는 거래소에서만 거래된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등이 원화를 비롯한 기존 화폐를 대체할 시스템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비트코인 이용자 대부분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원화’를 바라며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비트코인 예찬론자들의 장밋빛 전망을 무색케 하는 아이러니다.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대안화폐이기는커녕 기존 화폐시스템에 기생적으로 의존하는 투기자산이라는 방증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을 원화로 투기하는 행위는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능력을 잠재적으로 늘리는 ‘투자’와 무관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비트코인을 통한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촉진’을 활성화하는 행위와도 무관하다.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상승 추세와 가격 변동성 심화는 현실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역으로 대안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의 가능성마저 훼손하고 있다.

게다가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원화로 도박판에 계속 뛰어들어야 이러한 비트코인 가격상승 추세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비트코인 열풍은 다단계 폰지금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젊은 투기꾼들의 보수 포퓰리즘 정치세력화 경계해야

앞서 말했듯이 비트코인 규제방안에 대한 투기계층의 반발은 어떤 의미에서는 ‘흙수저의 반란’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흙수저 계층의 정치적 이중성에 유의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흙수저 계층은 급진적인 사회변화를 옹호하는 계층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반동적인 정치 운동을 지지하는 계층이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흙수저들은 이명박 정부의 탄생 때처럼 ‘모두가 부자가 될 것’이라는 보수정당의 감언이설에 현혹되는가 하면, ‘내가 못사는 것은 이민자나 소수자 계층 때문’ 등의 정치 선동을 일삼은 트럼프와 대안 우파 운동 지지자가 되기도 한다.

벌써 보수야당세력은 젊은 투기세력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옳은 조치인지 의문”이라며 마치 현재 가상화폐 거래 중 건전한 거래가 있기라도 하는 듯이 물타기를 행하고 있으며,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법무부의 입장발표에 대해 “선무당이 사람 잡는 우를 범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는 와중에 최근의 암호화폐 투기세력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보수야당의 기회주의적 처신이다.

집권여당 역시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야

암호화폐 투기심리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신분 상승이 아니라 일하는 이들의 계급적 여건의 개선이 실제 개개인의 삶의 질 개선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더욱 임금소득의 상승을 지향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박차를 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올해까지도 여전히 실망스러운 청년 일자리 지표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집권여당 역시 이번 투기 열풍을 위험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신분 상승으로 계급적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위험한 착각에 불을 붙이는 행위는 결국 불평등한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한 진보 혹은 중도 집권세력의 무능력이다. 정부는 과거 참여정부의 실책을 반면교사 삼아 암호화폐 투기심리에 대해 보다 강경하게 대응하는 한편, 현실의 일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경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추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저작권자 ⓒ 리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