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 대체 무엇을 잊으란 말인가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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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7 21:07 | 최종 수정 2020.06.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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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되는 날이었다. 사고가 났던 팽목항과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 단원고가 있는 경기도 안산, 일반인 희생자 41명의 봉안함이 안치된 인천가족공원 등 전국 각지에서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대한민국 전체가 매년 하나의 사건으로 인한 슬픔을 공유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모물결과는 별개로 이 사건을 두고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슬픔을 강요하지 말고, 희생자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탐사 등 다른 참사들도 모두 추모하자며 세월호 사건에 대한 추모를 비꼬기도 한다.
필자가 이들에게 유일하게 인정해주고 싶은 건 자신들의 꼬인 심성을 완고하게 표현하는 능력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탐사 등 그동안 참사가 있을 때마다 그렇게 지겹다고 잊어왔기 때문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해상교통사고가 아닌 이제야 표면 위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미흡한 재난관리체계와 관행적 묵인들의 총체적 상징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호 추모일에 왜 천안함 전사자들은 추모하지 않냐며 해괴한 주장을 펼치는 이들보단 그나마 지적이다. 굳이 짚고 넘어가자면, 세월호 사건과 천안함 사건은 희생을 정량화해 비교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라는 외부적 위협에 의한 비극이고, 세월호 사건은 내부적 문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고된 참사, 세월호
필자가 보기에 세월호 사건은 예고된 참사였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세월호의 선사였던 청해진해운은 세월호가 침몰하기 2주 전 선박의 조타기 전원 접속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전원장치를 리셋시키며 계속 사용해왔다.
또한 전직 선원의 증언에 의하면 2013년 5월 제주항에서 화물을 싣다 세월호가 10도 넘게 기운 적이 있다고도 했으며, 2014년 2월에는 해경 특별점검에서는 배가 침수됐을 때 수실문 작동 등이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조타기 전원장치가 고장 나고, 선체가 10도 기울며, 수실문이 불량인 것은 선박이 통째로 가라앉은 사건에 비하면 사소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래 대형 사고는 어느 순간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미한 사고들과 경고성 징후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1번의 대형사고 이전에 29번의 경미한 사고, 같은 원인으로 인한 300번의 경고성 징후가 존재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침몰 당일은 어떠한가? 당시 사건을 어떻게든 접한 사람이라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이는 사건이 발생하자 선장과 기관사가 도망치기 직전에 승객들에게 한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승객들은 침몰하는 배 안에서 다음 지시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앙 지시가 없었던 해경은 우왕좌왕하기만 했으며, 언론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저질렀다. 초동 대처에 완전히 실패한 해경은 전반적인 구조 과정 내내 실책을 저질렀으며 그 와중에도 배는 꾸준히 가라앉았다.
구조 인력들을 효과적으로 지휘해야 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는 스스로 컨트롤타워임을 부정하며 재난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까지 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세월호 사건은 근본적으로 국가의 질서가 신뢰를 잃어버린 문제라는 사실이다. 이는 우연에 의해 발생한 단순한 비극이 아닌,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관행적 묵인, 그리고 조직화된 무책임을 상징하는 부끄러움의 연장선상이다.
이러한 현대사회 위험은 개인적으로 겪게 되는 위해와는 다른 ‘구조화된 위험’으로, 세월호 사건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또한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위험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이는 우리가 극복할 과제이지 잊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세월호를 잊을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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