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의 전가의 보도가 된 성인지감수성, 성 상품화의 희생양이 바로 여성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해 투쟁해 왔던 페미니즘이 오히려 성차별을 야기하는 셈이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제30회 동성로축제에서 ‘2019, 미즈메이퀸 선발대회’가 취소됐다. 미즈메이퀸 선발대회는 1996년부터 이벤트 회사가 주관해온 대구에서 오래된 주부모델 선발대회다.
2019 미즈메이퀸 선발대회예선을 치른 미즈메이퀸 선발대회는 동성로축제 전야제에서 본선을 개최해 25~40세, 41~55세, 56세 이상 나이별로 모델을 선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성모델들은 결국 동성로축제 무대에 서지 못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여성단체가 미즈메이퀸 선발대회를 극렬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구 여성단체들이 “모든 시민이 함께하는 동성로축제는 성인지 관점에서 시작돼야 한다. 미즈메이퀸 선발대회는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행사”라며 예정대로 미즈메이퀸 선발대회를 개최할 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선포하자, 관할 대구 중구청은 대회를 취소했다.
대구 여성단체들의 주장처럼 주부모델을 뽑는 미즈메이퀸 선발대회가 과연 사라져야 할 성 상품화일까. 모델도 엄연한 직업이다. 주부, 시니어 여성이 자신들의 장점과 특기를 살려 모델로 활동할 직업 선택의 자유는 장려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 성 상품화라는 여성단체의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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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품화 논란’ 미즈퀸즈 선발대회 취소
페미니스트의 성 상품화 논란은 페미니즘 담론에서 주목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래디컬 페미니즘의 시작도 1969년 미국 뉴욕의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미스아메리카 선발대회’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면서 막을 열었다.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100여년간 지속된 미스아메리카 선발대회를 집요하게 규탄했다. 여성의 몸을 대상화해 남성권력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래디컬 페미니스트는 비판해 왔다. 결국 미스아메리카 선발대회는 2018년부터 수영복 심사, 이브닝드레스 심사가 폐지됐다. 국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도 여성단체들의 끈질긴 비판으로 지상파 중계는 하지 않는 실정이다.
페미니즘 영향을 받은 또 다른 사례를 보자. 2018년 레이싱걸이라 불리는 ‘그리드걸’의 퇴출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 F1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그리드걸을 폐지했다. 그리드걸은 신체의 굴곡이 드러나는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자동차 경주를 홍보하며 선수 이름이 새겨진 안내판을 들고 경기 안내원 역할을 한다.
F1 측은 “그리드걸 관행은 수십 년 동안 필수 요소라 여겼지만 이런 관습이 현대 규범에 맞지 않는다”고 폐지 이유를 들었다. 현대 사회 규범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는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끊임없이 제기한 성 상품화 논란에서 찾을 수 있다.
페미니스트는 스포츠 분야가 남성의 권력이 압도하는 분야라면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와 연결시킨다.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여성이 대중에게 몸을 드러내는 것은 곧 성 상품화이며, 최근에 새로 가세한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성인지 감수성은 페미니스트가 내세운 최대의 사회 규범이 됐다.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규정하는 현대 사회 규범 중 성인지 감수성 위력의 대단함은 곳곳에서 입증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라는 판정은 불명확한 개념, 자의적 해석 우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모호함에도 이미 위력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8월 육군 모 부대에서 위문공연 프로그램 중 하나로 피트니스모델 공연이 있었다. 이 공연은 즉각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공식으로 사과했다. 향후 외부단체 공연을 추진할 때 부대별 심의위원회를 꾸려 공연 내용을 미리 심의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그리드걸 같은 스포츠모델의 퇴출, 이번 대구 동성로축제 행사 중 하나인 미즈메이퀸 선발대회 취소 등의 희생 대상자는 바로 여성들이다. 그리드걸은 단순히 선수 이름이 새겨진 안내판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역할만 하는게 아니다. 모델로서 엄격한 몸매 관리와 자동차 경주에 대한 전문지식 습득 등 전문직업인으로서 노력을 기울인다.
미즈메이퀸 역시 주부로서 또 다른 직업에 도전하는 성취감과 자신이 가진 신체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일이다. 아름다운 신체를 기반으로 일하는 업계 종사자를 성 상품화라는 이유를 들어 퇴출시킨다면 여성들은 직업을 얻을 기회의 박탈과 실직 위기에 처하게 된다.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내세우는 성 상품화, 성인지 감수성 잣대는 다른 종목의 여성들이 활동하는 치어리더, 옥타곤걸, UFC 라운드걸 또한 여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여성계가 이런 이유를 내세우며 행사 폐지를 확대한다면 결국 여성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돌아온다. 여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권력이며 성차별로 발전한다는 말이다.
반면에 성인지 감수성 잣대로 여성들의 성 상품화는 폐지해야 한다면 ‘성인 여성 전용 공연, 치펜데일쇼’가 인기를 얻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치펜데일쇼는 19세 이상 여성만이 관람하는 공연으로 벌써 4번째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근육질의 몸매, 남성 댄서들의 섹시 퍼포먼스는 내한 공연 때 마다 티켓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남성들의 섹시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성인 여성 전용 공연은 성인지 감수성, 성 상품화에서 자유로운가? 남성의 성 상품화는 문제가 되지 않고, 여성의 뷰티업 종사는 성 상품화라는 직격탄을 맞아 악덕으로 규정돼 사라져야 하나?
슈테판 츠바이크가 이런 말을 했다.
모든 독재정치는 하나의 이념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모든 이념은 그것을 실현하는 인간에게서 비로소 형태와 색깔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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