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안의 화제 ‘토탈 워: 삼국’

사막호 승인 2019.06.04 17:12 | 최종 수정 2020.03.17 15:08 의견 0

모두를 기다리게 했던, 출시일이 셋인 종놈(?)이 드디어 나왔다! 아시아 최고의 게임 소재인 삼국지와 만명까지 등장 가능한 대규모 전투로 명성을 떨쳐 온 토탈 워의 결합.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게임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

‘토탈 워: 삼국’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 출시일을 두 번이나 연기하며 사람들을 목 빠지게 하던 녀석답게 그 파장은 엄청났다. 출시하자마자 스팀 동시 접속자 16만명, 주말에는 19만명을 채우며 역대 토탈 워 동시 접속 최고기록을 갈아 치워버렸다(이전 최고기록은 로마2 발매 때 11만명).

드디어 우리는 (천명의 병사를 대리(?)한다는 우스꽝스러운 인형들의 싸움이 아닌) 실제 전장에서 유비와 조조가 수천의 군대를 이끌고 격돌하는, 블록버스터급 삼국지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장면을 게임으로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게임이 나오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들썩거렸고 이를 지켜보는 필자 역시 그 맛을 한 번 보지 않고선 견딜 수 없게 됐다(필자는 삼국지와 토탈 워 양쪽 모두 팬이다).

아직 천하통일까진 도달하지 못했으나 지금까지 플레이를 바탕으로, 이 게임의 특성을 역탈워(역사기반 토탈 워 시리즈) 전작인 로마2와 아틸라 기준으로 비교 설명해 보고자 한다(애석하게도 ‘브리타니아의 왕좌’는 필자가 경험해 보지 못했다).

관우·장비 일인무쌍 보고 싶다면 ‘연의모드’

이번 시리즈가 특별히 기대를 모았던 요소는 삼국지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장수들이 전장에서 일당백으로 무쌍을 찍는 모습을 게임 상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이전 역탈워 씨리즈에서 장수는 그저 지휘관 이상의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아주 급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장수를 전선에 세워 하나의 유닛으로 굴리는 것은 별로 선호되는 플레이 방식이 아니었다(전투 중 장수가 전사할 경우 병사들의 사기가 급감한다).

토탈 워: 삼국(삼탈워)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정사/연의’라는 두 가지 모드 선택지를 부여했다. ‘정사’를 선택할 경우 으레 역탈워가 그러했듯이 전장에서 장수는 정예 호위병력을 거느리고 등장한다(물론 전작 역탈워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강하긴 하다).

만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수들의 일인 무쌍을 보고 싶다면 유저는 ‘연의’를 선택하면 된다. 이 경우 장수들은 전작과는 달리 전장에 호위병력이 없는 단일유닛으로 등장해 싸우며, 유저가 소설 속에서 읽었던 그런 비슷한 장면을 구현하게 된다.

게임 속에서 구현된 ‘쿨가이 관우’. 뒤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806이라는 킬뎃은 참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물론 그럼에도 플레이어는 항상 장수의 남은 체력 여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토탈워 시리즈에서의 장수 전사율은 경쟁작인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보다 현저하게 높다는 것을 명심하자. 코에이 삼국지에서 장수들은 비교적 잘 도망치며 설령 잡히더라도 대게 풀려나는 경우가 많은데 토탈워는 그렇지 않다. 전장에서 쓰러지면 최소 중상이고(평생 불구가 되기도 한다) 보통 전사로 처리되며 사로잡힐 경우 상당히 높은 확률로 처형당하게 된다.

관우·장비와 같은 명장이 좋다고 함부로 최전선에서 막 굴리다가 여차해서 도망도 못 가고 쓰러져 버릴 경우 아군의 진영이 바로 적군의 장수에 의해 밀려버리게 되며(삼탈워 연의모드에서는 제갈량과 같은 책사형 장수가 아니고서야 B급, C급 무장들조차 보병 한 부대 정도는 혼자서 거뜬히 씹어 먹을 수 있다. 장수 품질 차이에 따라 각 세력 간 너무 큰 편차가 발생해 촉나라 무쌍이 되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전사나 처형으로 명장을 전투 한 번에 허망하게 잃어버리게 되면 향후 플레이 진행에도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명장이라도 전체적인 전세에 의한 사기 영향을 안 받는 것은 아니다. 설령 자신이 강하다 하더라도 주변 부하들이 다 몰살당해 밀리는 상황이면 장수 역시 당황해서 도주하기도 한다(매복 공격을 당한 상태에서 주변 부하들이 몰살당하는 상황이 되자 충분히 체력이 남아있던 장비가 사기 저하로 패주해 버리는 장면을 직접 보았다).

결국 연의라 하더라도 장수‘만’ 가지고 승리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이다(연의에서도 장수가 잘 싸운다고 항상 전투에서 승리했던 것은 아니다).

청룡도를 휘두르며 원소군 한가운데로 혼자 돌진하는 우리의 관우

삼국지 무장 서사의 꽃 ‘일기토’

‘연의모드’라는 이름으로 반영되는 무장 시스템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일기토다. 일기토는 전투 중 거리가 일정 범위 내로 가까워진 무장들이 서로 간에 신청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물론 일기토 요청을 거절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일기토가 성사될 경우 두 장수가 서로를 향해 돌진해 싸우게 되며 병사들은 그 일대를 피해서 전투를 계속 진행하게 된다.

일기토로 적장을 때려잡은 장비

출시 전 소개 영상에서 장료가 (코에이식 능력치 배분에 의하면) 자신보다 무력이 한참 떨어지는 손상향에게 일기토로 죽임을 당하는 장면과 원소군 용장 문추가 이름 없는 클론무장을 상대로 혈투를 벌이는 모습이 등장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생각외로 장수들 간의 격차가 많이 나지 않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촉나라 무쌍’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보이는데 실제 게임 중 일기토에서 장수의 강함은 장수의 레벨과 아이템, 전투의 진행상황 등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간단하게, 관우·장비라 하더라도 이름 없는 잡장에게 얼마든지 휘둘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자신 있게 일기토를 받았는데 막상 붙어보니 상대가 만만찮을 경우 어쩔 수 없이 장수를 패주시킬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장수는 전장에서 완전히 이탈하게 된다. 그럼 남은 부하들은?

그러니 일기토를 선택할 땐 항상 신중하게 하자.

민병대 중심의 병종 운영

삼탈워의 병종 구성은 다양한데 전작처럼 건물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급 병종을 해금하던 요소는 사라졌다(심지어 대장간을 통한 무기와 방패 업그레이드조차도 없다). 모집할 수 있는 병종의 종류는 장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며 장수들은 시작할 때부터 자신의 유형에 해당하는 중상급 병종을 뽑을 수 있고 나머지 고급 병종들은 기술개발을 통해 해금된다.

그럼에도 유저들은 대부분 민병대 중심의 병력구성을 하게 되는데 이는 전작들에 비해 세금수익이 비교적 저렴해져서(전작에선 속주당 기본적으로 10개 이상의 건물이 가능했지만 삼탈워에선 가장 큰 속주를 풀업그레이드 해야 성 포함 10개가 가능할 뿐이다. 이마저도 당연히 초중반엔 어림도 없고 당연히 세금수익도 이에 비례해 저조하다) 고급 병종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측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비싼 돈을 들인 고급 병종과 민병대 간의 차이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유비군을 향해 돌진하는 조조군. 게임상으로 유비가 한조부승을 선언하며 조조보다 먼저 제위에 오른 상태라 유비군은 ‘유(劉)’가 아닌 ‘한(漢)’이라 쓰인 깃발을 들고 있다

전작에선 1티어 민병대 궁병으로는 최고티어 중장보병을 상대로 모든 화살을 소모할 때까지 쏘아봐야 상대 부대 병력의 3분의 1도 감소시키기 어려웠다. 삼탈워에선? 전멸까지 가능하다. 사실상 갑옷은 장식이고 실질적인 방어력 향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고급 병종으로 갈수록 공격력과 사기에 미묘한 증가는 일어난다. 그러나 말 그대로 너무 ‘미묘해서’ 과연 그것이 추가되는 비용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는 의문스럽고 결국 전 병력을 민병대 위주로 구성해 그냥 숫자를 늘리는 것이 이득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혹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고대 동양의 무장기술에 대한 폄하 아니냐고 불평하기도 한다.

후반까지 관우·장비의 무쌍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장치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 됐건, 월등히 비싼 돈을 들인 고급 병종이 그냥 디자인상으로만 멋있을 뿐 민병대 이상의 별다른 성능을 보이지 못하는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조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어려워진 캠페인

전작과 비교해 캠페인상 다양한 변화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그중에도 가장 중요해 보이는 한 가지를 먼저 꼽자면, 난이도가 상당히 올라갔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겠다.

깔끔한 캠페인 화면. 저 청주 일대를 장악하기까지 관우, 장비를 데리고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AI의 의리도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떨어져서 배신과 화친을 밥 먹듯이 반복한다. 전작에선 그나마 공격하기 몇 턴 전에 불가침조약이나 교역 협정을 파기함으로써 조만간 공격할 것이라는 경고 정도는 주곤 했는데 삼탈워에선 그마저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작에선 외교 관계가 초록색일 경우엔 최고난이도에서나 아주 가끔 전쟁을 걸었는데 삼탈워에서 외교 관계 색깔이란 그냥 색체 디자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국경 상황에 일일이 대응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많은 군단이 필요한데(전 군단을 민병대로 꽉꽉 채우게 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하나 이상의 군단을 거느리는 것은 군주의 등급 상승 내지 특정 기술개발이 있어야 가능한지라 플레이어는 대게 20여턴이 되기까지 단지 하나의 군단만을 거느리게 된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하북 내지 중원 군주의 경우 초반 빠른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런 어려움들에 대해 자주 나오는 대처법은, 초반 영토를 팔아버리고 지도 외각의 한적한 지역(형남 내지 익주지역을 보통 추천한다)으로 이주해 조용하게 세력을 확장하라는 것이다. 쟁쟁한 실력자들이 경쟁하는 중원에선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선 아무래도 장사에서 시작하는 손견이 가장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군주의 등급도. 가장 기본인 ‘귀족’계급일 경우 거느릴 수 있는 군단이 고작 하나뿐이다

모든 삼탈워 유저의 공공의 적이자 최종보스. (게임 속에서) 솔직히 동탁이 그렇게 나쁜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소가 개X끼라는 것은 삼탈워를 한번 해 본 유저라면 다들 인정한다

외교만이 문제가 아니다. 장수들 인간관계도 깨나 골치 아픈 문제인데, 장수들은 툭하면 자신들끼리 싸우며 원한 관계가 형성되곤 한다(특히 소설에서도 유독 성격이 안 좋고 대인관계에 문제가 많았다고 나오는 장수들이 심하다).

필자의 경우 전투 중 적장으로 만난 ‘전종’을 죽였는데 언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전종은 이미 아군 ‘방통’과 의형제 관계였고 이 죽음으로 인해 방통이 유비, 관우, 제갈량 모두와 원수 관계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일어났다. 유저들은 게임을 진행하며 이런 일들을 비일비재하게 겪게 될 것이다.

방통의 대인관계도를 보면 주군 유비를 비롯한 세력 주요 무장들과 모두 원한 관계로 처리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캠페인상으로 원한관계자와 근접하게 되면 장수의 만족도가 현저히 하락하며 결국 하야하거나 배신을 하게 된다

다소 아쉬운 일러스트와 그 밖에 아쉬운 점

삼탈워의 상대항으로 자주 언급되는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의 경우엔 실제 삼국지에선 별다른 활약 없이 스러져간 장수라 하더라도 하나하나 고유의 일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삼탈워에서는 관우, 장비급의 S급 명장이 아닌 90%의 무장들이 소위 클론무장으로 처리돼 엇비슷한 일러스트로 나오는데 이는 분명 아쉬운 부분으로 여겨진다(조인이 클론무장? 심지어 책사들은 제갈량, 사마의 정도만 고유 일러스트를 가지고 있고 방통은 복장으로만 간신히 구분 가능하며 나머지는 전부 클론 일러스트다. 곽가 정도 되는 장수조차 그렇다).

장수들의 전사율이 높아 실제 삼국지에서 활약했던 장수들이 100턴만 지나도 거의 사라져 버리고 온 천하가 듣도보도못한 가상의 클론무장으로?채워져?버리는 현상 역시 문제로 여겨진다.

조조도 원소도 대륙의 한 줌 먼지로 사라져버리고 그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가상무장들이 이 세력 저 세력을 통치하는 것을 보면 내가 지금 삼국지를 플레이 하는 것인지 그냥 중국대륙을 배경으로 한 어느 토탈워 모드를 진행하는 중인지 헷갈리곤 한다.

과도하게 높은 장수의 전사율을 낮춰 유저들이 접하고파 하는 유명 장수들의 생존을 오랫동안 보장하고 대신 가상의 클론무장 생성 빈도를 낮춘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유비군을 향해 돌진하는 조조군과 이에 응사하는 유비군

삼국지 최대의 전투 적벽대전이 수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상으론 수전이 지원되지 않는 부분 역시도 안타까운 점이다.

다소간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삼탈워를 접한 유저들의 전반적인 평은 무척 호의적인 편이며 이는 엄청난 기대에도 불구하고 출시 후 저급한 완성도로 인해 엄청난 욕을 먹었던 로마2와 분명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다소간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추후 꾸준한 패치로 이를 고쳐갔던 전례로 보건데 삼탈워의 ‘일부’ 문제들 역시 패치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이며, 워낙에 방대한 이야기들을 가진 삼국지라는 콘텐츠 특성상 각종 DLC와 모드들 역시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작사인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측에선 문명 팩, 챕터 팩, 캠페인 팩 등 다양한 후속 콘텐츠들을 예고한 바 있다.

출시된 이후에도 유저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게임이다.?현재 ‘토탈 워: 삼국’은 스팀 인기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북미의 평가 리뷰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 8.8의 유저평점을 유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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