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좌절된 청년정치 실험, 인선절차는 무력했고 정실인사는 여전했다.
미래통합당에서 경기 과천·의왕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했던 이윤정 후보(사진)는 납득할 수 없었다. 지역구를 두고 당내에서 설계한 오디션을 거쳤고 압박면접을 치러 떳떳하게 후보가 된 터였다.
일찌감치 지역을 닦고 유세를 시작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선거운동에 나섰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선거에서 제1야당의 몇 안 되는 청년 후보로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다.
청천벽력은 순식간이었다.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서 재가한 후보 인선이 당내 지도부에 의해 번복됐다. ‘청년 벨트’라며 홍보했던 지역구에는 전직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의 연세 지긋한 인사가 이미 지정된 이윤정 후보를 제치고 후보로 올랐다.
미래통합당 최고위는 선관위 후보 등록 전날 일방적인 취소통보를 보냈다. 설명은 없었고 결정만 있었다. 제도권 정치에서 청년의 도전이 또 한 번 꺾이고 바닥에 매다 꽂혔다. 이윤정 후보는 속상하고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본지와의 인터뷰는 지난 30일 통화와 서면으로 이뤄졌다.
Q. 보도에 따르면 공관위가 당 지도부에 결정을 위임했다고 하는데. 당내 결정 절차를 보자면 별문제가 없는 게 아닌가.
A. 미래통합당 당헌‧당규에 근거하면 공천안은 독립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관위 소관이며 최고위는 재의요구, 의결권이 있다. 최고위의 재의요구에도 불구하고 공관위의 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 최고위원회는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한다.
최고위에서 공천취소의 초법적인 결정의 주장에 근거하는 조항은 당규 제30조 3항 ‘다만, 후보자로 확정되었더라도 불법선거운동이 금품수수 등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을 경우에는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후보자 추천을 무효로 할 수 있다‘인데, 청년벨트 퓨처메이커 지역의 저를 포함한 두 지역 청년후보가 과연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공천취소의 원칙과 기준에 대해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는 공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 게다가 저는 이번 공천에서 유일하게 진행된 오디션 경쟁 및 압박면접을 거쳐 투표로 선발된 후보다. 공천취소에 있어 납득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에 대해 공유받은 사항이 전혀 없다.
Q. 결정에 문제가 있다면, 당내 알력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인가. 희생양 이윤정?
A. 아직도 공천취소의 명료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유를 보니, 기득권 기성정치인들의 힘겨루기에 희생된 결과가 아닌가 예측해본다.
Q. 여의도연구원 8년 상근으로 김세연 키즈라는 별칭이 돌아다닌다고 들었다. 당내에서 혹은 최고위나 공천 심사과정에서 김세연 쪽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돌면 불리한 건가.
A. 여의도연구원에서 퓨처포럼 공동대표와 객원연구원으로 8개월 일했다. 객원연구원이었기에 비상근이었다. 퓨처포럼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밀레니얼세대로 구성된 매력적이고 실력 있는 인재풀을 조성해 함께 성장하고 있었으며, 객원연구원으로는 청년정책 개발 및 미래 아젠다 발굴과 여러 정책의 TF 팀원으로 활동했다. 저는 당내에서 2013년부터 지금 2020년까지 성장해왔다. 8년간 정당에서 청년정치 활동을 하면서 함께 일한 의원님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누군가와 같이 일을 하면 누구 키즈가 된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저의 대표 경력을 명시하는 부분에 김세연 의원이 원장으로 재직 시절 근무한 여의도연구원 퓨처포럼 공동대표로 적시해서 그런건지, 당선될 것 같은 지역에 청년을 주고 싶지 않았던 건지, 그분들의 심리는 예측만 할 뿐이지만, 청년후보 대상 인격적, 정치적으로 폭력적인 결정을 한 것은 사실이다.
Q. 여의도연구원 퓨처 포럼에 대해 설명한다면.
A. 밀레니얼세대로 구성된 그룹으로 외국계 투자은행 펀드매니저, IT 스타트업 대표, 환경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의사, 간호사, 육군 대위 출신 행정사, KIST 연구원, 청년정치인, 교육 스타트업 대표, IT 칼럼니스트, 법률 연구원, 유튜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필드에서 인정받은 실력 있는 리더로 구성된 그룹이다. 이들과 함께 스터디 및 오픈세미나를 통해 사회문제를 찾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보는 스텝을 밟았다.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 인재풀이라고 자부한다.
Q. 새로 인선된 신계용 후보는 황교안 측 사람이라고 봐야 하나. 청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A. 그들의 논리로 제가 김세연 키즈라면 신계용 후보도 황교안 최측근 아닐까. 우리당에 거의 없는 청년후보를 굳이 본 후보 등록 전날 공천 취소를 하고 신계용 후보를 공천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최측근 중의 최측근 아니겠느냐고 상상해본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후보등록 전날 밤, 공천 결과를 번복해 새로운 후보를 세운 지역 4곳 중 2곳이 유감스럽게도 청년벨트로 명명한 퓨처메이커 지역이었다(이윤정 후보의 경기 과천·의왕과 경기 화성을 지역 역시 청년후보를 내리고 50대 임명배 후보를 새로 올렸다). 공천 대상자는 50대로 알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이전부터 지속해서 공개 발언한 ‘청년친화정당을 만들겠다, 청년들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약속이 무색해지는 자기 모순적인 결정이었다.
Q.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사퇴한 후 앞서 이뤄졌던 모든 공천과 방침에 재검토가 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한가. 경기 과천·의왕, 인천 연수을, 경기 화성을 등의 상황만 가지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A. 이런 초법적인 행태를 보일 거였으면, 공관위는 왜 세웠는지 묻고 싶다. 최고위가 공천하고 싶은 후보를 의중대로 다 세우는 것이 차라리 솔직한 결정이지 않았을까. 본 후보 등록 전날 공천취소 결과를 기사 보고 알았다. 제가 출마한 과천·의왕시 지역이 안건으로 올라간 사실도 결정도 당사자인 저 또한 기사 보고 알았다.
공당은 당원들의 당비 및 열정, 국민 세금으로 보조돼 운영되는 곳인데, 당내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현실에 갑갑하다. 무책임한 선택에 대해 입장 발표 없이 외면하는 모습을 보니 이 당에는 과연 정의가 살아 있는지, 법치와 질서를 중요시하는 정당이 맞는지 매우 혼란스럽다. 기본도 지키지 않는 정당의 메시지, 정책, 공약 등에 국민 어느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안타깝다.
Q. 이미 들어간 선거비용이 꽤 된다고 들었다. 비용 보전도 안 된다고 하던데.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A. 보통 본 후보 등록 전에 공보물 제작 및 인쇄 예약, 유세차, 선거사무실, 연락사무소, 현수막, 피켓, 명함, 선거운동복, 어깨띠, 로고송, 선거문자 등의 세팅이 완료된다. 게다가 저는 과천·의왕시로 두 개의 시가 묶여 있는 지역이라 두 곳의 사무실, 두 대의 선거 유세차량 등 모든 것이 두 배의 준비가 요구된다. 이 모든 금액은 제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예산이며 당에서 보조되는 부분은 없다.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다.
Q. 미래통합당은 이번에도 청년후보에 야박한 태도를 보였다. 반대 측에선 예정된 수순이고, 예고된 비극이었다고도 평가한다. 이윤정 전 후보는 당의 변화와 젊은 후보 지원 방침을 믿었나. 그 믿음의 근거가 있다면?
A. 시대적 요구는 세대교체, 정치교체라고 생각한다. 이를 얼마나 (제대로) 실천하는 정당이 총선 승리의 깃발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총선 필드에 용기 내어 후보로 도전하게 됐다. 당에서는 유일하게 경기 과천·의왕시는 오디션 경쟁으로 치러 후보를 인선하겠다고 했고 당일 촬영 또한 진행했다. 심사위원은 공관위 5명, 보좌관협의회 추천 5명, 사무처 5명, 지역 책임당원 5명 총 20명이 1인 1표로 후보를 최종 선발한다고 공지한 뒤 타이머를 켜놓고 3분 답변을 기준으로 압박면접이 1시간 30분간 있었다. 오디션 배심원 19명 중 저는 10표, 경쟁자는 7표, 기권 2표로 후보로 선출됐다. (당에서 직접 마련한) 이러한 수많은 절차가 있었기에 최고위의 공천취소는 예상하지 못했다.
실력 있는 여성정치인, 청년정치인이 오롯이 자립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인 것은 거대 양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 우리나라 정치 환경적으로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공천이 확정된 이후 최고위에 의해서 공천 취소가 결정되는 상황은 미래통합당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의 힘의 정점에 잠시 서 있는 그들이 문제다.
특히, 황교안 대표가 공안검사, 법무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한 분으로 누구보다 법과 질서에 대해 잘 알기에 법치를 가장 중요시하고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우리 미래통합당 보수정당에서 당헌‧당규를 확대 해석하는 초법적 결정을 할 거라 예상 못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충격적이다.
Q. 왜 하필 이윤정이었을까. 신계용 후보의 조직 기반(전 시장으로서)이 뒤늦게 작용했다고 봐야 하나.
A. 저의 정보는 한정적이기에 어디에서 어느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모르지만, 지금 잠시 힘의 정점에 서 있는 분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지 않았을까 예상한다. 그리고 여성에 청년이니 얼마나 가볍게 봤으면 이런 초법적인 결정을 했을까 싶다. 우리당이 청년을 바라보는 바로미터의 결과이지 않을까.
Q. 다른 지역구에서 활약하는 여러 청년 후보를 보는 심정이 씁쓸하겠다.
A. 선거캠프를 어벤저스급으로 실력가들로 모셨었다. 한분 한분 귀하게 모셔 팀워크를 맞춰 본 선거를 준비하는 와중에 이렇게 처참한 결과를 받게 돼 속상하다. 현재 캠프 동료들과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 올리고 선거사무실을 정리하고 있다. 속상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 같다.
Q. 청년을 다시 한번 홀대했다고 느끼는 당에 이윤정 후보는 희망을 또 한 번 품을 수 있을까.
A. 최고위가 당헌‧당규를 확대 해석해 초법적인 결정을 한 나쁜 사례는 저에서 끝나야 한다. 더 이상 반복되면 절대 안 된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구축하기 정당의 당내 민주주의, 투명성, 공정성이 확립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관련 대안을 뜻을 같이하는 청년들과 함께 준비하겠다. 건강한 보수, 올바른 정치문화 확립을 위해 저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
Q. 향후 계획은? 4년을 준비하는지, 아니면 당내 다른 직책으로? 공천 뒤집기 후 당에서 들려준 이야기라도 있는가.
A. 지금 당장은 대한민국의 위기를 초래하는 문재인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의 존재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므로 총선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캠프의 동료들과 고민하겠다. 향후 계획은 정치교체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준비해 보려 한다. 시간은 저를 비롯한 보수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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