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카카오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시로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카카오뱅크로 돈을 송금하며 카카오T로 택시와 자전거 등을 이용한다. 카카오가 없는 세상은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카카오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으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카카오는 지금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 카카오가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카카오 택시 독과점이 플랫폼 갑질이라는 비판을 시작으로 카카오의 시장 독과점 폐해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카카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수록 그만큼 중소 업체들은 위축되고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현 카카오의 의장 김범수는 관상만 봐도 비범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와 돌출된 관골은 문인이기보다는 무인에 가깝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불린다. 카카오라는 군대의 장수인 그는 참신한 아이템과 기획력을 무기로 차츰차츰 비즈니스라는 전쟁터에서 동종 업계의 적들을 섬멸하고 무서운 속도로 다양한 사업 영역을 장악해 가고 있다. 그런데 그가 하나 간과한 것이 있는데 전쟁에서는 공격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비즈니스가 전쟁이라면 분명 병법적 전략이 먹힐 것이다. 병법에서는 적을 죽이는 살인검만 있는 게 아니라 비살생의 활인검도 있다. 그것이 가능할까. 일본의 무도 아이키도(Aikido)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키도는 공격해오는 적마저 죽이지 않고 살린다는 창시자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의 사상에 따라 아이키도의 1교에서 4교까지의 모든 기술은 공격해오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순간적으로 제압만 할 뿐 손과 발로 재차 타격을 가해 상해를 입히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살생이 아닌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전통적으로 일본의 무도에는 ‘아이누케(相拔け)’라는 것이 있다. 아이누케란 상대와 마주 선 일촉즉발의 순간에 상대의 눈빛과 몸동작만으로도 그 실력을 알아차리고 평소 생명존중의 깨달음 등을 통해 검을 동시에 거두고 상대에게 고개를 숙이며 서로 예(禮)를 취할 줄 아는 명인의 경지다. 이것이 살인검이 아닌 활인검이다.
이와 관련된 일화는 전국시대의 초기 병법가이자 검성(劍聖)으로 칭호 받는 가시마신토류(鹿島新道流)의 창시자 쓰카하라 보쿠덴(1489∼1571)에게 찾을 수 있다. 그는 상대가 치고 들어올 때 동시에 치고 들어가 일격에 베는 필살기 히토쓰노타치(一の太刀)로도 유명하다.
젊은 시절 보쿠덴은 시가현의 비와호(琵琶湖)를 건너던 나룻배에 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같은 배에 있던 젊은 무사가 시종일관 자신이 천하무적의 검객이라며 무례하게 떠들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러나 보쿠덴만이 겁을 먹기는커녕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화가 난 무사는 보쿠덴에게 결투를 청했다. 그러자 보쿠덴은 배에서 싸우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마침 보이던 작은 섬에서 싸우자고 말했다. 무사가 섬에 내리자 보쿠덴은 다시 배에 재빨리 올라타서 젊은 무사를 따돌렸다. 무사가 비겁하다고 소리치자 “싸우지 않고 이긴다! 이것이 나의 무테카쓰류(無手勝流: 칼 없이도 이기는 유파)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신들에게 해서 유명해졌으며 요즘도 일본에서 많이 회자 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소룡은 자신의 영화 용호쟁투에서 이 일화를 재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보쿠덴이 봤을 때 진정한 무사란 검을 빼지 않고도 이기는 것이며, 함부로 자신의 검술을 뽐내지 말아야 한다. 또한 활인검은 상대를 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자만과 헛된 망상을 베기 위한 도구가 된다. 그러나 살인검일 때는 불필요한 살생은 자제하지만, 악인을 벨 때는 과감하게 잘라버린다.
다쿠앙 선사도 병법의 도리에 통달한 사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병법의 도리에 통달한 사람은 칼을 이용하여 사람을 죽이지 않고, 칼을 이용하여 사람을 살린다. 죽이는 것이 필요하다면 즉시 죽이고,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면 즉시 살린다.”
내 이익만 채우는 사업은 그 순간은 이익이 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손해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살인검과 같다. 당장은 손해가 될 수 있지만, 함께 가는 상생의 활인검 비즈니스는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
현재 다국적 기업들은 기존의 살인검 방식을 버리고 고객과 기업 그리고 그 외 하청업체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상생과 공존의 방식인 활인검을 택하고 있다. 함께 했을 때 더욱더 시너지 효과가 나며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업들은 좀 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환경파괴가 아닌 친환경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물론 비즈니스라는 정글의 법칙에서는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카카오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분명 칭찬할만하다. 그 덕에 우리도 여러 편리함과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난다. 독점기업은 그만큼 적도 많이 생기며 공격의 대상이 된다. 공성신퇴(攻城身退)라 했다. 카카오는 잠시 몸을 피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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