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믿기 어려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겨레> 선임 기자들이 술자리에서 다툼을 벌인 끝에 한 기자가 다른 기자를 폭행해 죽였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2시 30분경 서울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안아무개 기자에게 폭행을 당한 손아무개 기자가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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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자,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체포
술자리에서 시비 붙는 일이야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 시비가 아닌 폭력을 행사해 상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살인사건이다.
게다가 진보민족정론지를 자처하는 <한겨레>에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이번 사건을 대하는 <한겨레>의 태도다.
<한겨레>에서는 사건이 벌어지자 기자들에게 단체 카톡을 보냈다.
캡님들, 일요일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지난 토요일 저의 회사에 무척 안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선배 두 분이 술자리에서 다툼을 벌이다 한 분이 돌아가셨고, 한 분이 폭행치사 혐의자로 긴급체포되었습니다. 아마 내일쯤 구속영장이 신청될 거 같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언론계 선후배 동료로서 이 사건 보도를 자제해주실 수 있을지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한겨레>의 보도 자제 요청과 세월호참사 당시 청와대의 해경 비판 보도 자제 요청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지난 2014년 세월호참사 직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녹취록이 공개돼 정부가 언론통제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정부가 부당하게 언론통제를 했다고 비판해 온 언론사가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자사에서 벌어진 사건은 다른 언론사에 보도 자제 요청을 한 것이다. 한 인터넷커뮤니티 베스트 댓글
<한겨레>의 이러한 보도 자제 요청은 수많은 네티즌의 비난과 비판을 받았으나 오히려 <한겨레> 측에서는 이러한 요청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한겨레21> 안수찬 편집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경우 두 사람이 모두 소속된 조직이 여러 측면을 감안하지 못하는 단발성 사건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언론사에 요청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단한 조직이 아니라 평범한 유족들도 그렇게 요청합니다. 이를 수용할지 말지 보도할지 말지는 각 매체의 판단입니다. 다만 그 보도의 내용과 수준은 각 매체가 책임질 일입니다.”라고 적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선후배간 주먹다짐하다 벌어진 살인사건을 쉴드 쳐주는 한겨레(사진=한겨레21 안수찬 편집장 페이스북) 사건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언론사에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한겨레와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뭐가 다를까(사진=한겨레21 안수찬 편집장 페이스북)
‘사건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에 한 네티즌은 “고인과 유가족에게 예우를 표하지 않는 것은 본인들이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고인의 억울한 사정을 무시하고 가해자의 입장에서 정리해버릴 우려가 있는 건 세월호참사나 한겨레 살인사건이나 마찬가지다”며 “진상규명을 방해해놓고 이제 본인들이 박근혜 같은 입장이 되니까 박근혜랑 똑같이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증명하듯 <한겨레>가 지난 23일 부고 기사 ‘손준현 <한겨레> 문화부 기자 하늘로’에서 사망 원인을 제외했다. <한겨레>는 손 기자의 경력과 취재 일화까지 소상하게 열거하면서도 어떻게 사망했는지에 대한 사망 경위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지난 23일 다음과 같은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겨레신문사 구성원 사이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 문화스포츠에디터석 공연 담당인 손준현 기자는 지난 21일 저녁 공연 취재를 마친 뒤 편집국의 한 동료 기자와 술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동료 기자의 폭력적 행위로 손 기자가 옆 테이블 의자에 가슴을 부딪쳐 큰 부상을 당했고,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와 수술을 받았으나 22일 오후 안타깝게 숨졌다. 이 동료 기자는 폭행치사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뜻하지 않은 불행한 사태로 유명을 달리한 고 손준현 기자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헤아릴 수 없는 죄송한 마음과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아울러 한겨레신문사는 이번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로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깊이 반성하며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서 한 사람의 기자이자 가장이 목숨을 잃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 사유가 사회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주폭인 데다가 이 시대, 이 사회의 지성인을 자처하는 언론인들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백번 비판받아 마땅하다.
스스로 나서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주폭을 근절하자는 캠페인을 벌여도 모자랄 판에 언론 카르텔을 통해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그 요청을 정당화하는 <한겨레>의 이러한 태도는 언론으로서의 기본적인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정부가 언론통제를 하듯 언론 카르텔을 통해 보도 자제 요청 행위가 정당하다는 <한겨레>를 과연 진보민족정론지로 볼 수 있을까.
<한겨레>가 진보민족정론지라면 ‘이번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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