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남성의 페미니즘 성역화와 진보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
리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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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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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매체의 남성기자들과 진보남성 지식인들은 여성운동가나 여성학자, 여성계에서 어떤 용어를 개념화해서 주장하면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성평등한 의식을 가진 진보남성으로서 당연한 자세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페미니즘에 기반을 둬서 어떤 주장을 한다 해도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수용할 건 하고, 논쟁할 건 하는 게 필요한 자세다.
우리는 기득권을 누려온 남성이니 가르침에 잘 따르겠습니다.
하는 건 지식인으로서, 미디어 종사자로서 취하지 않아야 할 게으르고 비겁한 태도다.페미니즘 또한 이즘 가운데 하나일 뿐 성역이 아니다. 지금 터져 나오는 보도들을 보면 상당수가 데스크의 역할을 하고 있을 남성기자들이 어떤 지식과 책임감을 느끼고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필자는 회의적이다.이들은 페미니즘을 기본권의 지위에 두는 착각을 하고 있다. 페미니즘과 성평등, 인권, 기본권 등에 대한 추가 공부 없이 개념화가 안 되어 있으니 그냥 페미니즘에 쉽게 그 자리를 내어준다. 그러니 다른 정치적 용어들이 개념화될 때 뒤따르는 논쟁이 페미니즘에는 없다.강간문화, 젠더감수성, 데이트폭력, 여성혐오, 가스라이팅, 피해자 중심주의, 2차 가해 등 뭘 던지기만 하면 논쟁 없이 그냥 정식 개념화해버리는 이상한 상황이 진보매체에서 반복되고 있다.하나하나 다 따져봐야 할 개념들이고, 매우 거칠게 제기되고 있는데도 이를 공론의 장에서 차분하게 다뤄보려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반지성적인 태도가 전 매체를 망라해 지금처럼 일관되게 나타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세상의 절반을 위함으로 진정한 평등을 이루려는 선의가 이토록 집약된 상황인데, 왜 세상은 점점 성별갈등과 대립만 깊어질까. 성평등한 사회를 거스르는 반동의 물결로 취급해서 해결될 수 있을까.또한, 최승자·박서원 시인의 불행한 삶과 죽음을 최영미 시인의 미투와 함께 다루는 것은 에러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일과 여성 시인의 불행한 삶은 다른 이슈다.
문단에서 타살당한 여성들
이라는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제목의 기사.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나? 가난하고, 병들어서 고통받거나 죽은 시인이 여성들뿐인가?오마이뉴스(뿐만 아니라 진보 매체는 모두 비슷하지만)는 페미니즘 이슈만 나오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기자들의 성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시민기자들의 기사라 해도 선택하고 편집하는 것은 매체의 몫이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출처 오마이블로그)기자 개인과 매체가 특정한 이념에 가까울 수 있고 지향하는 가치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자신들이 지향하는 바를 위해 개연성 없는 사실을 엮어 주장을 펴는 일은 주의해야 한다.같은 성격이 아닌 사건을 최대한 범주를 늘려 섞어버리면, 같은 지향을 가진 진영의 주장을 실어나르는 대자보가 될 뿐이다(그런 의도로 보도하는 거라면 할 말은 없다).좀 더 진중하고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요점을 잡아서 기사를 쓰더라도 페미니즘을 편 들 수 있고, 그렇게 해야 더 잘 편드는 건데, 페미니즘 이슈만 다루면 진보매체들이 급하고 어설프며 불편부당함이라는 원칙이 사라진다.
기울어진 운동장
누가 말한건지 얄미울 때가 많은데 젠더 이슈에서 진보매체들의 기사들이 바로 그렇다.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다는 게 또 다른 편향을 만든다는 의미가 아닐 텐데 젠더 이슈 터질 때마다 고장 난 녹음기처럼 같은 말과 태도를 반복한다.진보매체들의 기사 리드 문장을 보면 그들이 비판하는 찌라시 매체와 다를 바 없이 선정적이고 때론 바보 같다(미안하지만 그렇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게으르다는 사실이다.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 추가 시사인도 빠질 수 없다편향된 채 굳어버린 생각들, 진영논리에 갇혀있는 모습들을 보면 혁신이나 변화가 요원해 보일 때가 많다. 젠더 이슈 다룰 때 특히 그렇다.공정함을 상실한 편향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이는 편 들고 싶은 대상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한결같음과 게으름은 다르다.불편부당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차분하고 지성적으로, 좀 느리더라도 이것이 진보매체다운 기사다 하는 글을 보고 싶다. 공정하고 좀 더 정의로운 방식으로도 우리는 약자의 편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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