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여성할당제, 6·13 지방선거 기초의원비례대표 여성 당선인 97%

김승한 승인 2018.06.15 19:18 | 최종 수정 2022.11.25 17:08 의견 0
 

6·13 지방선거 결과 1486명 당선인 중 544명이 여성이다. 그중 374명이 기초의원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무려 97%다.

사실상 기초의원비례대표 당선인 거의 전부가 여성인데도 일부 언론들은 ‘견고한 유리 천장’·‘지방선거 여성잔혹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마치 여성 당선인이 없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연합뉴스>와 <JTBC>, <아주경제>, <여성신문> 등은 기초단체장 선거만을 언급하면서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여성 당선자 오히려 감소했다’와 같은 기사를 보도했다.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여성 당선자 오히려 감소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연합뉴스>는 ‘견고한 유리 천장···지방의원 당선 여성 후보 10%대 그쳐’ 기사를 냈고, <오마이뉴스>는 ‘크나큰 1.7%, 신지예가 보여준 ‘페미 정치’의 순간들’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방선거 여성잔혹사’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반복됐다. 당선자 중 여성 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없고, 여성 기초단체장은 8명으로 그마저도 지난 2014년 지방선거(9명)에 비해 감소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이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 수 자체가 매우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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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의 경우 칼럼을 통해 ‘풀뿌리 지방자치’를 언급했다. 하지만 기초의원 거의 대부분이 여성인 점을 들면 <여성신문>의 칼럼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에 불과하다.

소란 없이 민주주의도 없다. ‘중년 남성’ 만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공론장에서 각자의 주장을 관철하는 소란스런 과정이 정치이자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더 이상 ‘인물이 없다’는 정치권의 해묵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지방선거는 끝이 났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풀뿌리 지방자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페미니즘 정치는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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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작 후, 제6회까지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은 2만6413명이다. 그 중 여성은 2496명으로 전체 당선인의 9.4%를 차지한다.

여성 당선인 2496명의 선거별 분포를 보면, 기초의원선거 80%(2000명), 광역의원선거 19%(473명), 구시군의장선거 0.8%(21명)다. 교육감교육의원선거 각 1명, 시도지사선거 당선인은 한 명도 없다.

이번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1486명 당선인 중 544명이 여성이지만, 기초의원선거 당선 인원이 374명으로 가장 많다. 남성의 당선인원은 11명에 불과하다. 6·13 지방선거 기초의원비례대표 당선인 성별 통계(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시도지사선거에서는 여성이 한 명도 선출되지 않았고, 시도의원선거에서는 남성이 218명, 여성이 8명 당선됐다. 구시군의원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639명이 남성, 98명이 여성이다. 광역의원은 25명이 남성, 62명이 여성, 교육감은 15명이 남성, 여성은 2명(대구 강은희·울산 노옥희)이 당선됐다.

왜 기초의원비례대표선거에서 여성이 압도적으로 당선되는 걸까. 그 이유를 여성할당제를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에서 찾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은 정당에서 후보자를 추천할 때, 비례대표지방의원선거에서 50%이상을, 지역구지방의원선거 후보는 국회의원지역구마다 1명씩 여성을 추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47조제3항~제5항에 명시돼 있다.

게다가 비례의원 선거에 어느 정당이든 홀수 순위는 여성, 짝수 순위는 남성이다. 이때 홀수 순위는 반드시 여성이어야 하지만, 짝수 순위는 남녀 구분이 없다. 짝수 순위에 남성을 배분한다고 해도, 1~5번까지 순위에 모두 여성을 배분할 수 있다.

이같은 불합리한 여성할당제에 얽매여 자질이 부족한 후보들이 당선되는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초의원의 경우 여성 당선인들의 이력을 살펴봤을 때 부녀회장, 대학 동아리 회장 등이 전부인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성할당제를 더욱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일부 여성들은 여성 정치인이 없다면, 그 표를 무효표로 만들자는 운동을 벌인 바 있다. 이 여성들은 ‘#투표용지에_여성 정치인’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여성 정치인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투표용지에_여성정치인’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

무효표 운동을 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여당이고 야당이고 여성 정치인이 거의 없는데 어떻게 여성의 권익을 대변해줄 수 있겠느냐, 왜 정치는 항상 50대 이상 남성의 몫인가?”라고 항변했다.

지역구에 여성 후보가 있으면 정당 관계없이 밀어주고, 만일 여성 후보가 없다면 ‘투표용지에 여성 정치인’이라는 글씨를 쓰고 무효표를 만드는 것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투표 자체를 보이콧하자는 게 아니라, 각 정당에 여성 정치인을 비례대표와 지역구 후보로 내보내라는 압박을 주는 것이다.

여성할당제가 이처럼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려는 처음 의도와는 달리 자질이 부족한 후보가 당선되고 무조건 여성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밀어주는 등 심각하게 변질됐다. 이제는 지방자치를 뒷걸음질 치게 할 뿐인 여성할당제를 재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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