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저수익 투자자를 위한 조언

천영록 승인 2018.07.13 12:40 | 최종 수정 2020.11.23 16:05 의견 0
 

2년 이상의 투자 수익률이 연 5%가 안 되는 사람은 99%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리스크는 검도로 치면 호구다. 연 5% 수준의 수익률은 초급자용 대련 상대에게 점수를 따는 것과 비슷하다. 어림잡아 열에 일곱 명은 대련 중에 한대라도 맞을까 봐 호구를 과도하게 착용해 검을 휘두르지 못하는 수준이고, 나머지 세 명은 호구를 전혀 착용하지 않아 한 대 맞고 병원에 실려 가고 만다. 이렇게 병원에 실려 가는 사람을 보며 다시 나머지 일곱 명은 대련의 의지를 잃기도 한다.

이를 필자는 ‘포물선 문제‘라고 하는데, 특정한 투자 기법은 리스크를 많이 가져갈수록 포물선 같은 장기 기대수익률이 만들어지게 된다. 과도한 리스크는 포물선이 수면 아래 내려와 수익을 낼 수가 없다. 포물선의 시작은 예·적금 수익률이고, 잠시 수익률이 리스크에 비례해 올라갔다가 리스크가 늘어나며 급격히 떨어지고 만다.

리스크 수익률 포물선
리스크 수익률 포물선

간단한 산수라고 생각해도 좋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90%, 뒷면이 나오면 100%를 버는 게임이 있다고 해보자. 즉 100원을 걸어 지면 90원을 손해 보고 이기면 100원을 얻어가는, 상당히 유리한 게임이다. 전 재산 1억원을 걸어 앞면이 세 번 나오고 뒷면이 세 번 나오면 내 재산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

1억원 → 1000만원 → 100만원 → 10만원. 세 번 손실 만에 -99.9%가 됐다. 이제 세 번 연속으로 이기면 10만원 → 20만원 → 40만원 → 80만원이 된다. -99.2%의 손실이다. 순서가 바뀐다고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1억원이 8억원이 됐다가 8000만원 → 800만원 → 80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만약 1000만원씩 여섯 번 베팅했으면 -90만원의 결과가 세 번, +100만 의 결과가 세 번 이뤄져서 오히려 수익을 냈을 것인데 말이다. 한마디로 리스크를 너무 크게 가져가서, 만회할 수 있는 원금을 잃고 기회마저 날린 셈이다.

리스크가 클수록 똑같은 전략도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도박가들 사이에선 켈리 공식이라고도 부른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큰 리스크를 목격하면서 엉뚱한 결정들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 됐든 리스크가 적정선을 넘어서면 그 전략은 마이너스를 부르는 전략이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금융자산의 90% 이상이 예·적금으로 투자되고 있다는 엄청난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위의 과도한 모험주의자들의 실패를 바라본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은 리스크를 전혀 가져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포물선의 최고점을 ‘안전성 대비 최대 수익률’ 줄여서 ‘안전 수익률’이라 해보자. 이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원금이라도 유지하자는 보수적인 전략을 쓴다. 또한 과거에 고금리이던 시절의 습관, 혹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열정 때문도 있을 것이다.

리스크 관리
리스크 관리

‘주식하면 망한다’ 같은 이야기도 사실 위의 사례를 보면 일리가 있다. 포물선의 고점을 넘어서면 기대수익률은 ‘망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기 때문이다. 망하지 않고 득이 될 만큼 투자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 셈이다.

투자의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무엇보다 이 안전 수익률의 균형에 대한 감을 알려줄 사람을 만난다는 의미이다. 프로 트레이더들도 마찬가지다. 실력을 연마하면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초창기 3년 정도 실력을 쌓는 동안 그 세월을 버텨낼 리스크의 균형점을 알 수 없다면 불안감에 싸여 과도한 베팅과 과소한 베팅을 오가며 방황할 뿐이다. 결국 그럴싸한 시장괴담 외에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만다.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은 좋은 스승을 만나 그 스승이 옆에서 나의 베팅의 과대함이나 과소함을 지적해준 것이다. 나머지는 제자가 알아서 배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학습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았다면 포물선 아래로 떨어져 금치산자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옆에서 ‘과도하다’, ‘너무 적다’를 알려줄 사람을 한 명이라도 만들어놓는 것이 좋다. 어쩌면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배우자나 부모나 혹은 자녀가 그것을 논의해줄 가장 좋은 상대일 수도 있다. 굳이 고수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대부분 과도한 리스크를 감내하는 배포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주위에 쉬쉬하거나, 주위의 의견이 과도하게 보수적이어서 내가 부자가 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느끼거나 하는데, 좋은 투자는 옆에서 지켜만 봐도 좋은 투자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달 만에 한 달 수익 이상이 손실 날 수 있다면 (혹은 수익이 날 수 있다면) 초심자로서 과도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노동의 가치 대비 더 큰 자산이 움직이면 숨을 쉴 수 없게 마련이다.

즉 월급이 400만원인 사람은 자신의 전 재산이 한달에 400만원 이상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간단한 초심자의 규칙이다. 만약 총자산이 1억원이라면 한 달 만에 4%가 이상이 움직이지 않는 투자가 좋다. 400만원 이상을 잃어도 아무런 감정이 안 생길 정도의 경험이 생겼을 때 초심자를 탈출했다고 보면 된다.

물론 리스크의 균형점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투자의 신비한 비법이 있지 않느냐 묻게 마련이다. 이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위의 포물선은 모든 투자 기법에서 똑같이 포물선을 그리기 때문에 워런 버핏도 예외가 있을 수 없지만, 반면 포물선의 크기 자체는 기법의 우수함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Warren Buffett, chairman and CEO of Berkshire Hathaway is interviewed after the annual Berkshire Hathaway shareholders meeting held at the CenturyLink Center in Omaha, Neb. on Saturday, May 2, 2015. ⓒ shutterstock
Warren Buffett, chairman and CEO of Berkshire Hathaway is interviewed after the annual Berkshire Hathaway shareholders meeting held at the CenturyLink Center in Omaha, Neb. on Saturday, May 2, 2015. ⓒ shutterstock

리스크와 상관없이 형편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면 포물선이 수면 위에 있는 구간은 매우 짧을 것이고 그만큼 돈을 벌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리스크가 중요하다지만 사실 투자 방법론의 차이에서 오는 안전 수익률의 차이를 무시 못 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그 말이 맞음에도 중간에 한마디만 덧붙여 말하자면, 연 5% 수준의 수익은 제아무리 평이한 투자전략이어도 리스크 관리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다. 주식 60%에 채권 40%를 단순 보유하기만 하더라도 최근까지는 연 5%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다. 지나치게 용감하거나, 지나치게 몸을 사리지만 않았더라면, 걱정하지 않을 수준의 출렁임 속에서 자산이 불어나는 경험을 했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단순 보유하는 전략이 대단한 전략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이 이 전략을 찬양하는 이유는 섣부르게 리스크를 늘였다 줄이는 것보다 한결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것에 단순투자 하는 것만으로도 패가망신하거나 예·적금 금리에 묶이는 것보다 우월한 수익구조를 짤 수 있다.

반면 더 우수한 투자전략을 채택하더라도,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하면 수익은 포물선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필자 생각에 투자 초심자라면 이 리스크 수준이 세 달 기준으로 -10%가 넘어서서는 안 되고, 특히 세 달간 최대의 손실이 세 달 월급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 제아무리 좋은 투자라도 마찬가지다. 유휴 자금이 없어 쩔쩔매게 될 수 있고, 불안감에 포지션을 지키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삶이 망가진다.

마지막으로 좋은 전략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 한다. 이미 다른 글들에서 많이 나눈 이야기라 짧게 반복하자면, 투자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그 타이밍은 ‘좋은 시장’과 ‘나쁜 시장’에 대한 아주 막연한 감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주식하기 좋은 때가 있고, 부동산하기 좋은 때가 있고, 예금하기 좋은 때가 있는 법이다. 단순 보유하는 전략의 유일한 약점은 그 ‘때’의 존재를 외면하는 것인데, 좋을 때도 나쁠 때도 항상 투자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이러한 ‘때’마다 리스크의 구조가 바뀐다는 것이다. 동일한 액수의 주식을 들고 있어도 어떤 때에는 리스크가 과도할 수 있고 어떨 때는 리스크가 너무 적을 수 있다. 어떤 때에는 주식이 월 20%씩 움직일 수 있고 또 어떤 때에는 월 3%도 안 움직이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시장이 좋지만 언제든 폭락할 수 있고, 그 폭락의 폭이 20%를 훌쩍 넘기도 한다.

어떤 때에 어떤 리스크가 존재하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주어진 리스크 안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답이다. 우수한 기법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매수 후 단순 보유하는 모델보다 조금만이라도 투자를 개선하면 포물선의 크기를 대폭 키울 수 있다.

자신만의 타이밍과 자신만의 상품, 자신만의 투자처를 찾는 노력을 해보면서 포물선 안에서 조정을 해보자. 따지고 보면 정확한 균형점의 위치는 사람마다 시대마다 다르고, 눈곱만한 차이의 정교함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심리적으로 버틸 수 있는 적정선에 와 있으면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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