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절대 원칙, 소수결

천영록 승인 2018.07.18 11:23 | 최종 수정 2020.11.23 16:22 의견 0

소수결 게임을 하는 법. 군중이 OX 퀴즈를 한다. 답이 무엇이든 간에 다수는 탈락하는 게임이다. 엄청난 눈치 게임이다. 친구도 못 믿고 부모 자식도 못 믿는다.

내 편에 다가서면 우리 모두 다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지인끼리 더더욱 흩어지고, 배신하고, 밀쳐내야 한다.

답이 무엇이든 간에 다수는 탈락하는 소수결 게임(출처 라이어 게임)
답이 무엇이든 간에 다수는 탈락하는 소수결 게임(출처 라이어 게임)

그것이 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이뤄지는 게임 중 하나다.

소수결 게임을 시작하며, 군중 1000명이 만원씩을 들고 시작했다고 해보자. 게임이 진행되며, 탈락한 다수의 돈이 소수에게로 모인다. 소수들이 게임을 그만하자고 합의할 때까지 소수결은 진행된다. 결국 다수의 돈은 소수에게 모여 아주 큰돈이 되어 있다.

예컨대 열 명이 남았으면 인당 100만원씩이다. 이 게임의 묘미는, 잃은 사람은 적은 돈을 잃고, 딴 사람은 많은 돈을 땄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티가 별로 안 나는데, 소수는 매우 큰 행복을 얻었다고나 할까.

실제 금융시장에서의 소수결 게임은 이런 일반적인 소수결 게임보다 잔인하다. 그 소수가 돈과 권력과 정보를 모두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똑똑하며, 더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다수는 모두 뿔뿔이 흩어져 띄엄띄엄 신문에 나온 내용을 찰떡같이 믿고,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투자 정보나 주워듣게 되어 있다. 행동이 느리고, 행동은 일관성이 없고, 유일하게 일관성 있는 행동들은 아주 체계적인 손실을 볼 수 있는 행동들이다.

물소 떼처럼, 겁이 나면 달리고, 앞에서 달리면 벼랑에라도 뛰어내린다. 단체로서 멍청할 수밖에 없다. 정보의 흐름이 그렇다. 전문적인 전략을 짤 수가 없다. 인력의 흐름이 그렇다.

그러나 소수의 부자에겐 수백 명의 펀드 매니저 친구가 있고, 언론이 있고, 자금이 있고, 회계사가 있다. 정보를 가장 먼저 얻을 수도 있고, 때론 정보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며, 급할 경우엔 거짓을 진실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자, 여기서 소수와 다수가 싸우면 누가 유리하겠는가. 얼마나 더 유리하겠는가.

필자는 음모론자는 아니지만, 금융에 있어서 음모론들이 일부나마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이러한 소수결의 법칙 때문이다.

다수는 패하고 소수가 승리하는 소수결(출처 라이어 게임)
다수는 패하고 소수가 승리하는 소수결(출처 라이어 게임)

예컨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집단이 1920년대의 강세장에서 모든 국민이 골고루 돈을 버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해보자. 세상의 자본총액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나누면 나눌수록 부자가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폭이 줄어든다.

부자들은 억울하게 생각했다. 큰 시장 폭락을 조장해서 전 국민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헐값에 팔도록 시장을 조종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을 원할까. 둘 다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필자가 음모론자가 아니라고 한 이유는 정황상 실제로 그렇게 치밀하게 음모론을 시행하기는 힘들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자들도 군중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고, 부자들도 그렇게 단합해서 움직이긴 힘들다.

수많은 부자가 대공황 때 자살했고, 생존한 부자들이 다 부자가 되진 않았다. 그러나 훨씬 더 부자가 된 소수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소수결을 철저히 믿는 사람들은 분명히 그런 위기를 철저히 인지하고 활용하였다.

우연히 정확한 타이밍에 다수의 의견을 불신해 반대로 투자한 사람은 흔치 않다. 돈을 번다는 것은 정확한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다수는 영원히 소수의 편에 서지 못할 것이다. 소수의 편에 서는 순간 이미 다수이기 때문에. 소수결 지향자들은 다 잽싸게 군중을 배신하고 흩어진 이후다.

소수결은 그 자체로 강력한 자본주의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실제 음모를 가지고 기획하는 사람이 있건 없건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좋은 예이다.

모든 사람이 부동산 불패를 믿다 못해 파생상품으로 부동산이 절대 하락하지 않는다는 베팅을 하다 보니, 그 베팅이 과열돼 실제 상황보다 훨씬 베팅액 비율이 과장된다.

예컨대 만원짜리 로또의 기대수익이 오천원이 해보자. 사람들이 중고나라에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로또를 갑자기 투매하다 보니 중고 로또 가격이 폭락해 만원짜리가 장당 1원에 팔리고 있다고 해보자. 적당히 많은 로또를 긁어모으면 1원당 오천원의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가격이 만들어지려면 정말 엄청나게 압도적인 다수가 로또를 부정적으로 봐야 한다. 실제 금액은 소수가 더 적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로또 투매 붐이 만들어져야, 로또의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소수의 인원끼리 그 로또를 다 매집할 수 있다.

즉 사회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한 가지 상품에 다수가 몰릴 때, 소수에겐 항상 좋은 투자 기회가 발생한다. 가격이 왜곡될 뿐만 아니라, 실제 결과를 왜곡해 큰돈을 벌 기회마저 주어지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많이 올랐으니 과열 아니냐는 얘기를 근래에 한다. 이 정도로는 소수결 수준이 아니다. 코스피를 공매도해서 조금 하락시키면 전 세계가 깜짝 놀라서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며 패대기치진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한참 멀었다.

모든 사람이 교조적으로 어떤 현상을 믿고 있어야만 소수결 게임의 시동이 걸린다. 대중 전부는 절대 진리라고 믿고 있어서, 부자들이 마음껏 반대로 행동해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누군가 소수결 의견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신성모독이라며 돌팔매를 던져야 한다. 여기서 ‘사람들’은 특히 똑똑하고 잘 배운 사람들이다. 학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권위 있는 교수와 업계 최고의 애널리스트들이 모두 종교적 신앙을 가질 정도의 상황일 때가 소수결의 정점이다.

다수는 패하고 소수가 승리하는 소수결(출처 라이어 게임)
다수는 패하고 소수가 승리하는 소수결(출처 라이어 게임)

그들에게 반론을 내세우면 업계에서 매장당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서브프라임 때 그랬고, IT 버블 때 그랬고, 대공황 때 그랬듯이 말이다. 그런 냄새를 잘 맡으면 위기를 피해 기회로 만들 수가 있다. 짧게는 산업군 투자에서도 활용 가능한 방법이다.

필자가 경제에 대해 무엇을 알겠느냐마는, 소수결에 대해서는 조금 안다. 그래서 지금 소수결 싸움이 맹렬히 진행 중인 것도 있다고 느낀다. 아직 한참 더 진행돼 필자가 도저히 창피해서 더 말하고 다니지 못하는 수준까지 가야 진정한 소수결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남은 극소수까지 가야만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게 소수결이니까.

하나의 예만 들어보자. 현재 전 국민이 저금리의 고통을 외치며 주머니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다 자산을 사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아니, 저금리이니까 돈을 빌리기 쉽고, 그러니 빌려서라도 뭔가 자산을 사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 근간은 물가상승에 의해 내 현금이 다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이론이다. 부동산이고 주식이고 밥값이고 다 꾸준히 영원히 오를 텐데 내 현금만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교수들의 외침에 부응한 것이다. 정부도 돕고 있고, 금융권도 돕고 있다.

다만, 전 세계 부자들만은 미친 듯이 자산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1:99의 싸움이다. 99는 현금이 필요 없다고, 손해라고 생각하고, 1은 현금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1이 전부 틀려서 99에게 모든 부를 다 나눠줘 버렸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소수결의 게임이 이번만 기가 막히게 틀릴 가능성은 없다. 고의든 아니든, 현금의 가치가 올라가고 나머지 모든 가치가 떨어진다면, 1은 대승을 이루게 되고, 99는 모두 한푼 두푼 다 모아서 1에게 갖다 바치는 꼴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할 때는 반드시 그렇게 된다. 양쪽 생각이 균형을 이루지 않는다면, 세상은 다수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 버린단 점이다. 현금의 가치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이 정도로 극단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소수결이 완성된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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