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저는 지난해 저보다 스무 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그 시인은 박진성 시인입니다.
2016년 10월 18일, 트위터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은 빠르게 퍼져나가며 이와 관련된 다른 이의 폭로 또한 이어졌습니다. 철저한 익명 기반 서비스인 트위터에서 일어난 폭로였지만, 아무도 사실 여부를 검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인 박진성은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습니다.
자식과도 같은 그의 책은 출고정지 되었고 아끼던 시창작 수업 수강생들도 떠났습니다. 언론 또한 사실 확인 없이 박진성을 성범죄자로 보도하였습니다. 친절했던 이웃까지도 그에게 등을 돌리고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진실을 알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17년 9월 26일, 대전지방검찰청은 박진성의 강간 및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내립니다. 더 나아가 2017년 10월 30일 수원지방검찰청은 박진성을 고소했던 여성에 대해 무고 혐의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립니다. 죄질이 무척 좋지 아니하나 초범인 점,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인 점을 감안해서 내린 처분입니다. 박진성 시인이 무고의 피해자라는 것을 확인해준 처분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박진성에게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사과문이나 정정보도문을 게시하지 않았습니다. 시인의 잃어버린 명예를 다시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박진성 시인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알려나갔습니다.
결국 23개월이 지난 2019년 1월 30일, 해당 사건을 처음 기사화한 <한국일보>에서 정정보도문이 나왔습니다. 단 한 줄의 사과문도 없이 기계적으로 쓰인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인에 대한 언론사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며 그의 결백을 입증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셈입니다. 정정보도문에는 박진성 시인에게 제기되었던 모든 의혹이 허위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박진성이 무고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정정보도문이었습니다.
이렇게 검찰과 언론 모두 박진성 시인의 결백을 입증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성범죄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출판사인 ‘문학과지성사’ 또한 그렇습니다. 문학과지성사는 사건이 발생하고 일주일 만에 박진성 시인의 책들을 출고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모든 결백이 밝혀진 지금에도 이러한 출고 정지 처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과지성사는 박진성 시인과 사건 이전에 체결했던 시집 계약도 일방적으로 파기했습니다. 철저한 유죄주청의 원칙에 따라 행해진 폭력이 문지사라는 대형 출판사에 의해 자행된 것입니다.
2016년 10월 21일 문학과지성사에서는 “문학과지성사는 이 사건에 대한 사실을 조속히 조사하고 확인하여 그 결과로써 조만간 사회적 정의와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입장을 정식으로 밝히고 조치하겠습니다”라고 사고를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 조사와 확인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출판사는 일방적으로 ‘출고 정지 처분’이라는 ‘합의’를 박진성 시인에게 제안했습니다. 애초 문학과지성사는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박진성 시인 사건을 대한 것입니다.
현재 박진성 시인에 대한 최초 의혹을 보도했던 <한국일보>에서 박진성 시인에게 제기되었던 모든 의혹에 대해 ‘허위’라는 판결을 한 마당에 문학과지성사가 말하는 ‘피해자’는 실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그리고 서울고등법원까지 박진성 시인은 이 정정보도문을 받아내기 위해 27개월간 싸웠습니다.
또 조속히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확인한다고 하였으나 그들이 한 것은 조사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우선적으로 박진성 시인의 책에 출고 정지 처분을 내린 것뿐이었습니다. 이러한 문학과지성사의 행동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의심을 부추기고 유죄추정적 행위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되었습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내보냈던 박진성 시인을 성범죄자로 낙인찍는 ‘사고’는 언론에 대서특필되어 박진성 시인을 성범죄자로 확정되게끔 했습니다.
이같은 끔찍한 만행을 벌인 문학과지성사는 “박 시인은 이후 어쩐 일인지 계약해지 통보를 번복한 뒤 다시 출고 정지 처분을 풀어달라고 막무가내로 요청하고 있다”며 박진성 시인이 하는 행동은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실존하지 않는 피해자, 더 나아가 무고를 자행한 이들을 위해 박진성 시인을 성범죄자로 낙인찍었던 문학과지성사는 ‘실존하는 피해자’인 박진성에게는 찰나의 고민의 시간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이 박진성에게 성범죄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직접 벼랑 끝으로 밀었으면서도 사과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리어 날인도 하지 않은 서류를 가지고 계약해지라고 주장하며 박진성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의 행태는 형평성에도 어긋납니다. 이중적 잣대로 ‘성폭력 사건’을 대하고 있습니다. 문지사는 성범죄자로 6년 형을 판결받은 이모씨의 책을 현재에도 버젓이 판매, 유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를 보면 범죄 사실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박진성 시인의 책을 출고 정지한 숨겨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이에 관해서 문학과지성사는 침묵으로만 답하고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가 박진성 시인이 무고한 자인 것을 인정하고, 자신들이 박진성 시인에게 쏟아지는 유죄추정을 주도하여 성범죄자의 낙인을 찍는 데 일조하였다는 것을 깨달을 지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당당위는 문학과지성사가 박진성 시인의 책에 대한 출고정지 처분을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는바 입니다. 나아가 당당위는 문학과지성사가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박진성 시인과의 시집 계약을 이행하기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부디 문학과지성사에서는 사명과 같이 지성(知性) 있는 결정을 내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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