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모처에서 시민단체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대표(30대 남성)와 운영진(20대 여성)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당위는 지난해 9월 화제가 됐던 ‘곰탕집 사건’을 계기로 결성돼 혜화역 1차 시위 이후 10월 31일 정식 시민단체로 등록됐다. 현재 당당위는 ‘반혐오’, ‘사법정의 구현’, ‘성평등’의 모토 아래 사회 전반의 성범죄 유죄추정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진행 중이다. 오는 12일 오후 3시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제3차 유죄추정 규탄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Q. 최근 당당위에서는 시민단체로 전환한 후 이수역과 서울시립대 등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수사·재판 관행에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주변 시선에 선뜻 못 나서는 법조인도 최근 돕기 시작.
대표 : 우리 단체의 본격적인 운영은 10월 초부터 시작됐으며 운영진은 11월에 있었던 2차 혜화역 집회를 계기로 정비됐습니다. 신생단체라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이슈가 있을 때마다 많은 분이 관심을 두시고 후원해주십니다. 저희에게 쏟아지는 이러한 관심은 사법부의 유죄추정 관행을 비판하는 단체가 그만큼 없었다는 방증이라 봅니다. 최근에는 변호사 여러분이 법률상담으로 도와주고 계십니다. 법조인들도 현장에서 수사나 재판 관행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실제로 나서는 데 큰 부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는 1, 2차 집회를 거치면서 도와주는 법조인들이 생겼습니다. 저희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죠.
Q. 현재까지도 당당위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반페미’, ‘남성인권’보다는 ‘반혐오’, ‘사법정의 구현’, ‘성평등’ 등의 원론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방향성을 잡게 된 주요 계기는 무엇인지요.
인권은 남성이나 여성이라고 더 보장받는 가치가 아니다.
대표 : 저희를 지지하는 분도 지지하지 않는 분도 노선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주셨는데요. 우선 ‘사법정의’ 같은 경우 어떤 단체도 반대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반혐오’와 ‘성평등’에 대해서는 저희를 지원해주는 분 중에서 성별(남성, 인터뷰어주) 인권단체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권은 남성 혹은 여성이라고 더 보장받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성범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에서는 남성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당장은 남성들로부터 지지가 많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넓게 보면 여론재판 속에서 여성도 얼마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남성인권’만을 내세우는 순간 성별 간 진영 논리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포지션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Q. (대표에게) 대표를 하기 이전에 당당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대표 : 곰탕집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혐의의 경우에는 여성이 고발하는 즉시 남성의 반론권이 박탈당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혐의를 반박하기 위해 증거 제시를 하는 것까지 2차 가해로 몰리는 사례들을 보면 솔직히 겁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일상에서 신체접촉으로 인한 오해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때 누군가 악의나 오해를 가지고 지목하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범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성별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언제든지 지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일상 속에서 갖게 하는 것 자체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당당위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Q. 당당위에는 젊은 분들이 많이 계시죠? 여론조사를 보면 젠더문제와 관련해서 정당, 언론, 정부 전반을 불신하는 풍조가 확산된 것 같은데 대표로서 체감하기에 어떻습니까.
대변하는 단체가 부족해 사회적 고아라고 느끼는 젊은 남성.
대표 : 운영진과 서포터즈 연령대는 20대 중반인 듯합니다. 제가 체감하기에 20대 남성들이 정부나 정당에 느끼는 불만이 뭐냐면 자신들이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느끼는데 대변해줄 수 있는 단체나 인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에 대해서 ‘사회적 고아’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데 여성이 불합리한 일을 겪을 때 상대적으로 많은 지원단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남성의 경우 억울함이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갈 단체가 없습니다. 저희는 여론재판이나 불합리한 사법 관행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단체이지 남성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지만, 젊은 남성들의 지지가 몰리는 건 그만큼 젊은 남성을 위한 단체가 없다는 방증입니다. 사실 20대 남성의 경우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무당파가 제일 많습니다. 이런 이들조차 대선 직후까지만 해도 이번 정부에 대해 70~80% 가까이 되는 지지율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자신을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같이 정치색이 없는 시민단체로 관심과 지지가 몰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운영진에게) 일각에서는 당당위에서 활동하는 여성 운영진에 대해서 색안경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어떤 계기로 (젠더문제 등의) ‘불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에 참여하게 됐는지요.
여성으로서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것.
운영진 : 사실 개인적으로는 젠더문제에 대한 관심은 옅었습니다. 곰탕집 사건을 커뮤니티에서 접하게 되면서 유죄추정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해당 사건을 유죄추정의 사회적 피해 사례라고 생각했고 젠더문제를 떠나 자의적인 유죄추정으로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인 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공감하게 됐습니다. 여성으로서 공감해준 게 아니라 한 명의 사람으로서 공감해서 당당위에 참여하게 된 거죠. 혜화역에서 열린 당당위 1차 시위부터 운영진과 같이 준비했습니다. 성별이 다르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운영진과 별개로) 네이버 카페에서는 닉네임으로 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남자로 오해하는 분도 많습니다(웃음).
Q. <한겨레> 같은 일부 언론에서는 10월에 있었던 첫 시위를 계기로 당당위나 시위 참여주체를 ‘극우세력’으로 매도한 바 있어서 구성원들이 크게 속상했을 것 같은데요. 저 역시 현장에서 인터뷰를 따간 <한겨레> 기자들의 얼굴과 이름이 기억납니다(웃음). 이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씀은? 그리고 향후 이러한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지요.
대표 : 그 당시 기자 분들이나 저희나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성명서를 더 제대로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왜곡 보도에 굉장히 속이 상했지만 조금 진행하다 보니까 준비가 미흡해서 이분들이 그렇게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래도 기자들도 기사를 써야 하니까 시위 현장에서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소스(source)를 만들려 했던 욕심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Q. 애초에 이미 정해진 논조에 맞춰진 소스를 확보하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 인터뷰를 따갔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만(웃음).
운영진 : 자유발언을 하는 와중에 저 역시 언론에게 성 갈등의 소재로 쓰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는데도 그렇게 기사를 쓴 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언론 측에서도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닌) 남녀 간의 갈등 문제라는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겨레>가 당시 현장에서 열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따갔는데 실제로 발언한 취지를 왜곡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한겨레> 기사에서 나온 모씨가 나인 거 같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라든지 말이지요. 역시 자신들이 쓸 수 있는 소스가 나올 때까지 캐묻다가 여의치 않자 발언의 취지마저 왜곡해버린 건 아닌가 합니다.
Q. 반대로 언론에서 호의적으로 다뤄준 경우는 있습니까.
대표 : (여성단체의 경우와 달리) 아무래도 언론계에서는 이 문제에 관해 전적으로 저희의 편을 들어서 써주는 보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나마 저희가 주장하는 취지를 중립적으로 써주는 건 <시사주간>, <시사포커스>, <헤럴드경제> 정도? 언론의 폭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Q. 이수역 사건과 서울시립대 린치 사건에 대해 당당위가 1인 시위로 대응하는 등 최근에는 사법부의 유죄추정을 넘어서 ‘일상에서 작동하는 유죄추정의 원칙’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이수역 사건도 유죄추정의 문제를 드러낸 사건.
대표 : 처음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법부 규탄을 1차 목표로 시위를 진행했지만, 사실 무죄추정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판사가 이득을 얻는 건 없습니다. 왜 원칙을 어기냐 하면 여성단체와 여론의 압력 때문에 충분한 증거 없이도 유죄판결을 때려 버리는 것입니다. 사법기관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건 수사기관, 언론, 여론이 이미 그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수역 사건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여성인 내가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맞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널리 확산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반례를 제시하는 것조차 ‘2차 가해’로 모는 제도적 장치가 작동했다면 커플 일행과 주변인 남성은 파렴치한 폭행범이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언론과 대중 시민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원칙을 잘 지켜야 했는데 남성이 젠더문제로 고발당할 경우 이것이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법부를 비롯해 일상에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통해 개인의 반론권을 보호하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당당위에서 직접 이수역 사건이라든지 서울시립대 린치 사건이라든지 1인 시위를 진행했는데 현장의 분위기나 반응은 어땠습니까.
서울시립대 린치사건은 서울시립대 내 일부 여학생 집단이 남학생을 성희롱범으로 조작하기 위해 작당한 카톡 대화 내용이 유출돼 논란이 된 사건이다. 더욱이 피해자 남학생이 가해자에게 건 명예훼손 및 협박 고소를 경찰이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뜨거워졌다. 인터뷰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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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 현장에서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저희의 대자보를 읽고 질문해 주는 시민도 있었고요. 지나가면서 지인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해주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시립대 측에서 저희의 문제 제기에 대한 반응은 없지만, 경찰 측에서 연락 온 적이 있습니다. 피해자가 여론몰이를 당한 후에 가해자 여학생들을 협박죄와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는데 결국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저희가 이 문제에 대해 수사기관을 비판한 것이 알려졌는지 동대문구 경찰서로부터 전화가 와서 ‘자신들이 부실하게 수사한 게 아니다’고 항변하더라고요. 자신들도 당시에는 카톡 대화내용 등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서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요. 하지만 가해자 여학생들이 단톡방에 자신들의 범행을 공유할 정도로 조심성이 없는 친구들이었는데 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았을까요? 책임 회피가 아닌가 합니다.
Q. 이 외에도 향후 다루고자 하는 이슈가 있는지요?
김포 맘카페 사건의 어린이집 교사 피해자도 유죄추정의 관행의 피해자.
운영진 : 지금 와서 늦기는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김포 맘카페 사건이 마음에 걸립니다. 김포 지역 맘카페로부터 ‘아동 학대교사’라고 지목받고 조리돌림 당한 어린이집 교사가 자살한 사건인데요. 교육계에 관심이 있어서 이러한 온라인 조리돌림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김포 맘카페 사건은 남녀 누구라도 유죄추정 문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향후에도 온라인에서 개인을 공격하는 문제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 그런 문제에서 피해를 보는 분들과 결합하고 싶습니다.
Q. 이처럼 사회 여러 곳의 불균형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자 하는 당당위의 행보에 대해 ‘백래시(back-lash)’라고 매도하는 일부 인사도 있습니다.
대표 : 백래시라고 하는 것은 기득권 세력을 두고 ‘반동(분자)’이라고 몰아붙이는 말로 알고 있습니다. 조직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소시민, 학생, 직장인 구성이 전부인 우리는 기득권도 강자도 아닙니다. 그런데 저희보다 훨씬 강하신 분들이 저희를 그렇게 몰아세우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보다 훨씬 강한 분들이 우리를 백래시(반동)으로 몰아세워.
Q. 이제 당당위는 정식 시민단체로 발돋움했습니다. ‘무고죄 폐지’나 ‘2차가해 낙인 제도화’ 등을 줄곧 요구해왔던 주류 여성계와 의견을 달리하는 단체 중에서 가장 균형 있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처 말씀 주지 못한 앞으로의 운영에 대한 계획이나 포부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표·운영진 : 향후에는 불공한 사법절차와 수사관행과 관련해서 본격적인 피해자 구제 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유죄추정의 피해자 대부분은 소시민, 학생, 직장인 등입니다. 법률적 서비스를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이런 문제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불공정한 수사와 사법절차의 피해자 구제 활동을 변호사와 함께 준비 중입니다. 그동안 저희와 같은 단체들이 생기지 않은 건 여성단체와 언론의 서슬이 무서워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낙인을 저희가 무너뜨린 이후에 무고한 이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후발 단체들이 생기길 바랍니다.
아울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슈화하는 것도 이뤄져야 하지만 그걸 넘어서 근본적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혐오가 없어지는 분위기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반혐오 캠페인을 전개할 필요성도 느낍니다. 관련해서 유튜브와 카드뉴스 등 여러 컨텐츠를 제작할 계획입니다. 잘못된 정책이나 법안을 비판하고 나아가 저지하는 데까지 활동을 하면 좋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럴만한 여력이나 조직력이 받쳐주지 않습니다. 당당위에서 화두를 던진 유죄추정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하루아침에 문제가 해결될 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4~5년 이후를 내다보면서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경제학 박사. 프리랜서 작가.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2019, 공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박가분
paxwon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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