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뒤바뀐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 조작수사 규탄 시위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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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3 15:54 | 최종 수정 2020.03.1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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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부실 수사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는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이 벌어지자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주의에 입각한 재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높아졌다.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은 한 남성이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8개월 동안 수감됐으나 CCTV 확인 결과 여성의 폭행에 의해 남성이 피해자로 드러난 사건이다.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 부실 수사 처벌에 대한 국민 청원
또한 CCTV가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 아닌 피해 남성의 어머니가 직접 찾아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수사 과정 중 경찰의 폭언·욕설 등 강압적 태도가 드러나 비판여론이 쏟아지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광주 OO경찰서 부실 수사팀을 처벌해주세요”라는 청원 게시글이 올라왔다. 13일 기준 청원은 8000명의 동의를 넘어선 상황이다.
사법부의 유죄추정을 규탄하고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는 단체인 ‘당당위(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는 이 사건에 대해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극악무도한 사건이다”며 지난 12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혜화역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당당위 시민단체가 지난 12일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에서 '광주 데이트 폭력 조작수사'에 대해 규탄시위를 개최했다(출처: 유튜브 당당위TV 공식채널)
문성호 당당위 대표(사진 위)는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린 분들을 돕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사건을 접하며 잘못된 방식으로 수사하는 수사관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폭언과 욕설을 사용하고 증거를 묵살하면서까지 사건을 조작하는 수사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는 “2019년도 대한민국에서 이런 끔찍한 방식의 수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진 나조차도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 남성의 어머니 또한 집회에 참여했다. 발언대에 오른 어머니는 “경찰은 처음부터 끝까지 CCTV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일관했으나, 나는 CCTV를 30분 만에 찾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통한의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CCTV 증거가 이렇게 버젓이 존재하니 다시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재판결과가 나오면 재조사하겠다는 식의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할 뿐이었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어머니가 내려간 후 발언대에 오른 오세라비 작가는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하고, 누구 위에도 군림해선 안 된다”며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주의가 유린당한 이 사건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표했다.
또한 그는 “남성들 또한 데이트 폭력 피해를 많이 겪는다. 나에게 개별적으로 알려오는 사례들도 대단히 많다. 남성들은 단지 말을 하지 못할 뿐이다”라며 자신의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발언대에 오른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오손 법률사무소의 오명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사법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약 30% 정도의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면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게 맞다. 하지만 내가 수년간 재판을 하면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반대 증거가 있는 경우뿐이었다”고 말하며 무죄추정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법 현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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