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출세를 겸손하게 받아들여라

김용훈 승인 2019.10.28 18:33 | 최종 수정 2020.06.25 13:28 의견 0

중국 북송시대 학자 정이천(1033~1107년)은 사람의 세 가지 불행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 불행이 있다. 첫째는 어린 나이에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이며, 둘째는 부형의 군세에 힘입어 좋은 벼슬을 하는 것이며, 셋째는 뛰어난 재주로 문장에만 능숙한 것이다.

伊川先生言, 人有三不幸. 少年登高科, 一不行, 度父母弟之勢爲美官, 二不幸, 有高才能文章, 三不幸也.-<이정전서>

한 마디로 “일찍 핀 꽃이 먼저 시든다”. 너무 일찍 크면 그만큼 빨리 내려와야 된다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소년등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초반에 화려한 삶을 살다가 말년에 쓸쓸히 기울어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불행하게 할까. 필자가 이들을 관찰한 결과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이타심 부족이다. 너무 일찍 커버린 탓일까. 통합과 소통의 시대에 이것은 가장 큰 결함이다. 실패와 좌절을 겪어가며 힘들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공자는 자공에게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논어> 위령공)는 가르침을 줬다. 이것을 한 글자로 말하면 서(恕)다. 恕는 같을 여(如)자와 마음 심(心)자가 합쳐진 글자로 너와 내 마음이 같다는 것이다. 즉 자기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이는 웬만한 내공이 없으면 힘들다.

인생은 <주역>의 원형이정(元亨利貞)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따뜻한 봄과 무성한 여름이 지나면 쌀쌀한 가을이 지나 추운 겨울이 반드시 온다. 젊어서 혹한기는 훗날 자양분이 돼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왔을 때 헤쳐나갈 수 있는 혜안(慧眼)이 되어 준다. 그러나 늘 따뜻한 봄만 있었던 그들에게는 이러한 고통과 혜안이 없었기에 막상 난이 왔을 때 견딜 만한 내공이 없다. 이에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년등과를 예방하기 위한 대비책은 없는 것일까. 방법이 있다. 바로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공부로 삼는 것이다.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는 인생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하였고, 마흔 살에 사리에 의혹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고, 예순 살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고, 일흔 살에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 넘지 않았다.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논어> 위정편

열다섯 학창시절에는 학문에 뜻을 두고 열심히 공부하고, 서른이 되면 자립해 사회로 나가 사회공부를 하는 시기다. 사회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과 그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모든 것을 공부하고 흡수하면 정확히 마흔에 하늘이 나에게 시험지를 준다.

이때 공부가 잘됐으면 미혹되지 않고 올바른 사리분별을 통해 잘 헤쳐 나가고 더욱더 공부에 정진하게 된다. 그러면 모든 시험을 통과하고 드디어 하늘의 뜻을 알게 돼 나의 뜻을 펼치는 시기가 오는데 바로 지천명 쉰 살이다. 즉 쉰 살까지는 공부하는 시기인 것이다. 그래야 내공이 쌓여 예순 이후에는 도통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말년에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삶이 도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빨리 정상에 올라가 자만에 빠지면 마흔에 시험에도 통과 못 하고 쉰 이후에는 하늘의 뜻을 알지도 못하며 예순에 귀가 순해지기는커녕 고집만 더 세져서 내리막 길을 걷게 된다. 말년에 내려가면 다시는 올라가기가 힘들어진다. 체력적으로도 힘이 달린다.

백세시대인 요즘 대기만성은 오히려 좋다. 인생의 전반부는 열심히 공부해 나를 갖추고 후반부를 화려하게 꽃피워 멋지게 말년을 사는 인생도 나쁘지 않다. 일찍 핀 꽃을 부러워하지 말고 나의 모순을 찾아 끊임없이 공부하고 갖춘다면 밝은 미래는 보장되고 내리막길은 없을 것이다.

또한 내가 일찍 피었다고 자랑할 것도 없다. 일찍 핀 행운을 겸손하게 공부로 받아들이고 욕심이 아닌 공적인 삶으로 살면 되는 것이다.당나라 이백의 시 행로난(行路難)의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있다.

거친 바람 불어 큰 파도 일 때 구름 같은 돛을 달고 넓은 바다 건너리라.長風波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큰바람과 파도가 일 때를 대비해 돛을 만들고 부지런히 배를 수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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