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속 한반도 외교 막전막후 3

[전격입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이환희 승인 2020.06.29 15:22 | 최종 수정 2020.06.29 15:38 의견 0

방위비 분담금

볼턴은 (한국이나 일본 등) 동맹국과의 방위비분담 산출 공식은 별도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미군 주둔 비용 산출은 미국 국방부에서 회계기술 조작으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 비율 문제를 거론하는 트럼프를 만족시킬 만한 방위비 분담 수준은 트럼프 본인 외 아무도 몰랐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된) 주둔미군 철수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을 거부했다.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 문제를 지적할 때 두 부처는 지연 및 거부 전략으로 대응했다(기본적으로 양 부처는 트럼프의 동맹국 방위비 분담 조정 방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지난해 7월 볼턴이 방한 시 주한미국대사 관저 모임에서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 및 한미연합연습에 대한 시각과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상세하게 설명했는데,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상당히 놀라는 표정이었다.

지난해 7월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좌관 방한(출처 KBS)
지난해 7월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좌관 방한(출처 KBS)

방위비 분담에 대한 트럼프 인식 및 발언

트럼프는 다자안보 등 개념을 거부하고, 미국이 동맹국들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미군이 주둔하는 동맹국은 미군 소요비용에 더한 비용 보전을 지불해야 하며, 이것이 트럼프가 주장하는 ‘Cost plus 50(주둔비용의 150% 비용보전)’ 근거였다.

(‘보호’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원색적이라는 참모들의 만류에 “공정한 분담(fair share)”, “소요비용의 공정하고 완전한 보전(fair and fullreimbursement of costs)” 등의 표현으로 다소 완화했다.

트럼프는 주둔미군 철수 위협을 가장 효과적인 협상카드로 인식하고 참모들에게 이를 언급했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안보상황(북한 미사일 발사 등)을 활용해 협상에서 우위를 갖는 방안을 고려해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볼턴이 방일·방한 결과를 보고하자 트럼프는 80억달러(일본)·50억달러(한국)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미군철수로 위협하는 것이며, “이는 너(볼턴)를 아주 강력한 협상 위치에 있게 해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설명을 듣던 트럼프는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협상을 상기하면서 이를 활용하도록 주문했다. “이는 돈을 달라고 할 적기”라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에서 아프가니스탄 관련 브리핑을 받던 중 트럼프는 한미연합훈련(TTX. Table Top EXercise)을 언급하며 불만을 표현했다. 이를 방위비 분담 협상 및 주한미군과 연계하면서 “50억달러를 받지 못하면 거기서 나와(철수해). 무역으로 380억달러를 손해 보는데 철수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 언급 시 무역불균형 문제를 함께 제기하곤 했다.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이 타 동맹국 대비 높은 수준인 것은 인정하나 이를 방위비 분담 불균형 해결요소로 인식하지는 않았다.

그 뒤에(한미정상 회담 시) 한국 측이 GDP 대비 2.4%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상기하자 트럼프는 독일, 일본도 한국과 같은 상황(in the same boat)이나 그들은 위협에 직면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함께 지적(보다 많은 방위비분담을 압박)했다.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출처 KBS)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출처 KBS)

한미정상간 방위비 분담 논의 내용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 회담 시) 트럼프는 주한미군 소요 비용을 50억달러로 설명하고, 동시에 무역 부문에서 미국이 연간 40억달러 적자임을 언급했다. 타국들은 이미 상당한 인상에 합의했다고 거짓 발언을 했다. 이어진 논의 중 거듭 한국보호 비용이 5조달러라고 언급하고 한국이 그간 미국의 보호로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문재인은 당시 상당한 국방비 지출 및 기여 부분을 설명했는데, 트럼프는 주한미군에 제공되는 토지가 무상공여인지 미국 측이 임대료를 지불하는지 문의했다.

볼턴은 (한미 방위비 분담)수치와 관련해 트럼프가 일관성이 없음을 책에서 설명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국방부 브리핑 중 트럼프가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언급했다고 회고했는데 본인이 2018년에 5억달러를 더 받아냈다고 기쁘게 표현하는 부분을 기술하며 브리핑실 내 다른 관료들은 실제 인상된 금액은 7500만달러 수준임을 (트럼프와 달리)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볼턴은 지난해 6월 트럼프가 방한 시 무역 불균형 문제(200억, 380억 등 수치 혼용)를 상기하며 일부 사람들이 관세부과로 한국을 처벌하자고 건의하는 것을 문재인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한국 측에) 설명했다. 트럼프는 한국 보호 명목으로 미군이 40억달러 손해를 보고 있는데, 본인은 이 문제 해결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음을 강조했다.

또한 (상시적인) 북한위협을 언급하고 주한미군 철수 시 벌어질 부정적 영향을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이미 높은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한미 간 무역 불균형은 점차 해소될 것이고 한국기업의 대미투자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강조했고 한국의 미군 주도 전쟁 참전(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등을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출처 KBS)
지난해 11월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출처 KBS)

한일관계

볼턴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지난해 7월 일본을 방문했다. 그의 카운터 파트너인 야치 국가안전보장국(NSS) 국장과 면담했고 이때 야치 국장은 면담시간의 상당 부분을 한일 관계 설명에 할애했다.

야치 국장은 “문 대통령이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부정한다. 그러나 당시 체결된 한일 기본조약은 양자관계를 정상화하고, 한국에 대한 모든 보상(compensation) 문제를 마무리한 조약”이라고 강조했다.

볼턴이 보았을 때 한일 협력은 동북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응하는 강력한 반대급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는(물론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한국의 대일 강경책으로 인해 일본의 국민감정이 악화돼가는 시점이었다.

야치 국장에 따르면 일본은 1965년 기본조약을 전례 삼아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했고 그에 따라 막대한 경제지원 의사를 보유했으나, 한국과의 1965년 조약이 (전면적으로) 부정된다면 북한과 여사한 조약을 맺지 못할 것이었다.

볼턴의 시각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은 단순히 한일 간 양자 협정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이익과도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고리였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할 경우 한미일간 안보협력 저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볼턴은 야치 국장과의 면담을 마친 이튿날 서울을 방문, 정의용 청와대 국가 안보실장(볼턴의 한국 측 카운터 파트너)과 협의했는데, 정 실장은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준수하고 있으나 한국 대법원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실장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협박함으로써 양국 간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강조했다.

이후 볼턴은 양국과의 회담 후에 한 달 간 ‘현상동결(standstill agreement)’을 제안했다. 한국은 긍정적 반응이었으나, 일본은 일견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현재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볼턴이 백악관을 떠나고 2020년 6월 현재 한일 양국 간 관계는 아직도 험악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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