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7~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후
일본 아베 총리는 2018년 6월 열린 G7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전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에게 북한에 과도하게 양보하지 말도록 요청했다. 아베는 이 자리에서 북한은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목숨을 내걸었으며, 매우 터프하고 교활한 정치인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듬해 4월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볼턴은 비건(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이 만든 합의문 초안을 보이콧했다. 그는 하노이로 가는 도중 후커 보좌관에게서 초안을 받고는 “트럼프의 사전 양보만 열거해놓고 대가로 북한은 또 다른 모호한 비핵화 성명만 넣은 것”이라고 혹평했다. 폼페이오가 왜 이런 문안을 허락했는지 완전 미스터리이며, 펜스 부통령·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밀러 정책보좌관에게 연락해 채택하지 못하도록 사전 작업까지 했다.
볼턴은 하노이에서 예기치 못한 양보(행여 모를 합의문 채택)를 막기 위해, 레이건 대통령이 레이캬비크 회담(86년 소련의 고르바초프와의 핵무기 감축 협상)에서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을 본 뒤 “내가 유리한 입장이니 서둘 필요가 없다”며 “회담장을 걸어 나갈 수 있다”고 말해 그는 크게 안도했다.
볼턴은 폼페이오에게도 하노이 협상에서 기본 신고를 재차 강조하고, 왜 경제제재를 포기해선 안 되는지를 강조했으며, 폼페이오는 자신의 영역을 간섭하는데 발끈했지만, 내용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하노이 미일 정상회담은 결국 무산으로 결론 났다. 트럼프는 당시 영변 핵시설 해체 대가로 2016년 이후 채택된 유엔제재 해제를 요구한 김정은에게 볼턴이 준비한 비핵화 정의(CVID 핵폐기와 영변 외 추가 핵시설 폐기 조건)와 북한의 밝은 미래를 정리한 2쪽짜리 문서를 건넸다. 회담은 영변 외 추가로 내놓을 것이 없는지 묻는 트럼프와 영변이 북한에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말하는 김정은 간 문답이 반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중간에 장거리미사일 제거를 할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으며, 볼턴은 여기에 더해 “북한 핵·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전부에 대한 기본적인 신고부터 필요하다”고 끼어들었다(당시 볼턴의 위치와 존재감이 얼마나 컸던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자 김정은은 “한 걸음씩 가면 궁극적으로 전체 그림에 도달할 것”이라고 반응했고 그러면서 “북한은 안보에 대한 어떤 법률적 보장도 얻지 못했다”면서 “미 군함이 북한 영해에 진입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고도 항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만약 영변(한곳)-경제 제재해제 안을 받아들일 경우 미국에서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며 “자신은 대선에 패배할 수도 있다”고도 말하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어 트럼프가 (대담한 제안을 하나 던진다) 회담 도중 저녁을 취소하고 북한에 비행기로 데려다주는 게 어떤지를 물었지만, 김정은은 웃으며 ‘그럴 순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통일 전망이나 북중관계를 묻자, 김정은은 ‘본론으로 돌아가자’고 막았다. 김정은은 마지막까지 합의가 없더라도 ‘하노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를 원했지만, 이마저도 없이 2차 회담은 결렬로 막을 내렸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4월 26일 워싱턴을 방문한 아베는 (안타까움을 나타낸) 문재인과는 다른 시각으로 하노이 회담을 평가했다. 하노이에서 아무 성과 없이 끝난 회담을 긍정 평가하면서 트럼프는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제재 유지가 중요하며 시간은 미국 편이므로 북에 양보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트럼프는 이에 동의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는 하노이 ’노딜‘ 이후 한 달쯤 지난 뒤부터 하노이에서 자신이 너무 강하게 나갔던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우리는 전쟁에 10센트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으며, 대북제재를 어겨 미 재무부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회사 2곳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싶다고도 밝혔다(그해 11월 미국에선 상·하원 의원을 선출하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었고, 이를 앞두고 트럼프는 대북 문제와 관련해 성과를 보이고 싶어 했다). 이어 제재 해제를 시사하는 트윗을 게재하기도 했다.
볼턴과 멀베이니 대통령 비서실장은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기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해했던 샌더스 대변인에게 트럼프는 “나는 김정은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제재는 불필요했다”고 답변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 가진 한미 안보실장 대화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은 김정은이 대안 없이 한 가지 전략(영변 한 곳만 핵시설 폐기)만 갖고 온 것에 놀랐다고 하고, 미국 측이 행동 대 행동 방식(영변 핵시설 폐기와 경제 제재 전격 해제)을 거부한 건 옳으나, 영변 폐기는 의미 있는 첫 조치이며, 이는(이러한 제안을 내놓은 것은) 북한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단계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분열병적(몇몇 언론에선 ‘조현병’으로 번역)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2019년 4월 11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 약 일 년 뒤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귀결된 데 대해 자신이 ‘나쁜 합의’에 서명하기보다는 걸어 나온 데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볼턴의 회고에 따르면 미국은 당시 하노이 이후 남북 간 접촉이 없음을 알게 됐다. 햇볕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해온 문재인은 비핵화 및 남북관계 관련해 북한의 냉담함이 (국내) 정치적으로 안 좋다는 데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는 희생양을 찾기 시작했다.
문재인은 이어 (남북미 세 정상이) 판문점 또는 해군 군함 위에서의 만남을 제안하며 극적인 결과를 이끌 수 있는 시각, 장소, 형식에 대한 극적인 접근법이 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는 회담 말미에 내가 서울로 돌아가면 북측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30일 남북미 판문점 회동은 오후 3시께 이뤄졌고, 오전에는 한미 소인수 참석 협상과 정상회담과 오찬회담이 열렸다.
트럼프는 2019년 5월말 일본을 방문해 아베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는 지속해서 북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이유가 없으며, 북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제재 때문에 북이 어렵다고 하면서도 북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으므로 개의치 않는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북이 한 개 이상의 핵시설을 철폐하고, 미국과 또 한 차례의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은 트럼프 자신을 좋아하지만, 펜스 부통령, 볼턴 보좌관, 폼페이오 장관은 싫어한다고 하면서 웃었고 아베 총리도 같이 따라 웃었으나 불편한 표정이었다.
미독 정상회담(2019년 6월 28일. 오사카 G20 계기)에서 트럼프는 독일 메르켈에게 김정은이 (하노이 노딜 회담 이후) 어떻게 다시 협상을 시작할지 모른다며, 본인이 김정은을 판문점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 대표단이 처음으로 판문점 회동에 대해 듣는 순간이었다.
6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회동을 제안하는 트위터를 게재했다. 볼턴과 폼페이오는 이 회동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튿날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간의 회동이 이뤄졌다).
문재인은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전날 실무진을 통해 보낸 메시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정상)회동을 성사시키는 것이며, 그러나 본인 없이 김정은이 남한 영토로 들어오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일 것이라며, 김정은을 맞이한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계하고 떠나겠다고 제안했다. 폼페이오는 문재인의 아이디어를 이날 밤 북측에 제안했으나, 북측이 거절했다고 전해졌다.
이튿날(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담 당일) 열린 한미 오찬 회담에서 문재인은 김정은이 안전보장을 원한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그것은) 미국만이 이를 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트위터로 김정은을 만나는 것에 대해 다른 이들이 생각지 못한 방식이라고 했으며, 문재인은 트럼프에게 “한국이 김정은과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그것은 노동당 본부에 있고 김정은은 거기(남북 정상 핫라인)에 간 적이 없다”고 고백하며 “그 전화는 주말에는 작동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문재인의 거듭된 (3정상 회동) 고집에도 불구, 북측 요구대로 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에게 할 얘기가 있기 때문에 경호팀 계획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문 대통령에게 서울에서 자신을 DMZ로 배웅한 뒤 판문점 회동 후 오산 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DMZ 내 오울렛 초소까지 동행하겠다면서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그때 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30일 오후 3시 45분 열린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문재인이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기를 바랐”으나, 문재인은 필사적으로 삼자회동으로 만들려 했다. 볼턴은 오히려 이렇게 되면, 회동 자체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슬쩍 기대했다(볼턴은 이 판문점 회동에 아무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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