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임주현, 임종윤·종훈 형제에 화해 제스처?···사장 해임 반격
23일 “형제가 그리는 한미의 꿈과 비전에도 귀 기울이겠다” → 24일 “프리미엄 받고 주식 매각할 방안만 추구하는 행동 멈출 것” → 25일 “임종윤·종훈 형제 사장직에서 해임”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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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18:00 | 최종 수정 2024.06.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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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한미-OCI그룹 통합 반대 행보에 임종윤·종훈 형제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던 한미약품그룹(한미약품)이 두 형제를 사장직에서 해임하며 반격에 나섰다.
새 이사회 구성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우위를 차지하게 됐지만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도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를 끌어들이면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녀 측과 형제 측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각각 21.86%대 20.47%로 호각세다. 형제 측이 신 회장의 지분 12.15%와 합쳐 32%대 지분을 확보했지만 모녀 측도 국민연금(7.66%)과 기관투자자 지분을 확보하면 표 대결이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23일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의 손을 들어줬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형제 측을 통해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 모색하기를 바란다”며 공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신 회장은 모녀 측의 한미-OCI그룹 통합 추진에 대해서도 “비즈니스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라며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모녀 측이 내세웠던 장기적인 비전보다 창업주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 해결이 통합의 주된 이유가 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신 회장은 통합 과정에서 형제와 자신 등이 논의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이에 한미약품은 신 회장에게 OCI그룹과의 통합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임종윤·종훈 형제가 그리는 한미의 꿈과 비전에도 귀 기울이겠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형제 측이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총 200조를 향한 도전을 해 나가겠다”고 주장을 펼치자, 한미약품은 “도전적이지만, 역설적으로 매우 비현실적이고 실체가 없으며,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24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신동국 회장에게)개인적인 서운함을 뒤로 하고 지금까지처럼 한미그룹의 미래를 위해 큰 어른으로서 저희(모녀)를 응원해 줄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린다”면서도 “(임종윤·종훈 형제에게는)회사를 욕보이고 새로운 자금이 회사에 건전하게 수혈되는 것을 막으면서, 오로지 프리미엄을 받고 주식을 매각할 방안만을 추구하는 행동은 부디 멈추어 주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임주현 사장의 입장문을 뒤따라 한미사우회, 서스틴베스트,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 윌리엄 라이스 회장, 한미그룹 본부장과 계열사 대표의 한미-OCI그룹 통합 찬성 성명서가 쏟아져 나왔다.
이같은 성명서로부터 힘을 얻은 한미약품은 25일 임종윤·종훈 형제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다며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사장직에서 해임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두 사장과 한미의 미래를 위한 행보를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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