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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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8 11:00 | 최종 수정 2021.03.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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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세 급격히 잃은 워마드 시위
자칭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편파판결 규탄 시위’가 지난 6일 혜화역 인근에서 열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홍대 몰카수사를 편파수사라고 주장하던 초반 워마드 시위와 달리 집회의 초점이 바뀐 데 있다.
이번 집회에서는 안희정 판결 문제나 전 남자친구로부터 몰카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구하라 등의 사건들이 중점적으로 거론됐다. 주최 측도 지난 집회 방식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하며 여성 대중과의 공감대를 애써 늘리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사안을 남녀 성대결로 몰고 가며 저질스러운 언사를 쏟아내는 집회의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번 5차 집회에서도 구호에 ‘자X’, ‘보X’ 등의 욕설에 가까운 단어를 쓰며 최근 있었던 정현백 장관 경질과 통계청장 교체마저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준다. 또한 집회 현장에는 ‘여자라서 실형 선고, 남자니까 집행유예’라며 워마드 몰카 가해자를 두둔하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성대결과 관련 없는 문제까지 끌어들여 성대결과 피해의식을 자극하는 행태에 대해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는 “1g의 이론에 1톤의 피해의식”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사회적 고립을 넘어 자폐로
실제로 그동안 워마드 집회를 둘러싼 논란이 누적되면서 집회는 점차 고립되는 양상을 보였다.
4차까지 집회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라는 표제 아래 진행됐다. 홍대 누드 크로키 수업시간에 남성모델을 대상으로 몰래카메라를 찍은 워마드 회원이 검거되자 이를 규탄하는 그야말로 ‘적반하장’ 식 집회의 성격이었다.
특히 집회 현장에서 해당 남성 몰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피켓과 구호가 난무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후에는 공식적인 집회 구호로 쓰인 문재인 대통령 비하 발언(재기해=자살해)과 워마드 내 가톨릭 성체 훼손 사건 등이 부각되면서 사회적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무엇보다 집회 참여자의 상당수와 같은 성향을 공유하는 워마드의 실상이 대중에 알려진 탓이 크다.
워마드 집회를 ‘여성인권 집회’로 자체보정해서 보도하던 언론에서도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6월 9일 2차 집회 당일 71건 보도가 나온 데 비해 워마드 집회가 커다란 논란을 맞은 이후인 10월 6일 5차 집회 당일에는 (네이버 검색 기준) 27건으로 보도의 양 자체가 급격히 줄었다.
집회 측을 비판하는 기사가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워마드와 관련해서 비판적인 논조를 보여온 주요 언론 중 하나인 <서울신문> 역시 지난 7일 자 기사 “이번에도 극단적”이라는 표제 아래 집회 주최 측의 성대결 프레임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 나갔다.
이번에도 워마드 집회 초기에 집회의 취지를 옹호했던 정치인에게 비난 일색의 문자폭탄을 날리는 ‘오폭’이 이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지원 의원은 이번에 열린 5차 집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워마드를 이해해야 하며 반성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소개한 뒤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귀하들 때문에 지지하는 정치인을 잃게 되고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자신에 대한 비난 일색의 문자폭탄을 비판한 바 있다.
과연 노련한 정치인답게, 혜화역 집회의 본질이 워마드 집회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으며, 결국 이로 인해 지지 철회를 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평균적인 대중의 지적 수준보다 한참 떨어지는 판단력 결핍에서 비롯된 이러한 워마드의 오폭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러한 문자폭탄 행위는 지난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거친 비난과 판박이이다. 연이어 벌어진 워마드 집회에 ‘몰카 근절’ 등으로 화답하며 온정적인 자세로 접근했던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홍대 몰카 수사는 편파수사가 아니다’라고 발언하자 그를 홍대 남성 몰카 피해자와 합성하며 비난하는 추태를 보인 바 있다. 이는 평소 사회운동 단체들을 전부 ‘꿘충’으로 싸잡아 비난하며 어떠한 연대도 거부하는 모습 하고도 연결된다.
이처럼 워마드 시위는 더 이상 외부와 연대하고 소통할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인데도 정작 언론과 자칭 전문가들이 그 사실을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워마드가 보여주는 고립 양상은 보통 공개적인 세 과시를 목적으로 하는 집회현장을 부르카처럼 장막으로 꽁꽁 감싼 기형적인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집회 측은 이를 몰래카메라 촬영을 방지한다는 명분이지만, 이는 사실상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워마드 성향의 피켓과 문구, 구호 등이 유출돼 비판여론을 일으키는 일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에 가깝다. 이것은 비판적 대화, 성찰, 설득의 과정 없이 일방적인 규정과 남성혐오에 기반한 감정적 호소로만 일관하다가 ‘자폐’로 빠져든 시위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집회 주최 측은 평소의 워마드 노선답게 남성혐오는 물론 이에 기반한 성소수자 혐오 기조를 공식적으로 이어 나갔다. 5차 집회 직전 주최 측인 ‘불편한 용기’는 트위터 계정에 집회 시 주의사항을 안내하면서 ‘시위 구역 내부에 트랜스젠더로 의심되는 인물은 신고’하라는 공지를 공유했다.
평소 남성혐오에 입각해 트랜스젠더를 여성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외부인쯤으로 비하하는 워마드의 평소 노선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여초 온란인 커뮤니티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성혐오 못 잃어, 소수자 혐오 못 잃어’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셈이다.
이 외에도, 워마드에서 집회 참여 후기가 잇달아 올라오면서 남성혐오를 표출하는 동시에 홍대 여성 몰카 가해자를 두둔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역시나 평소대로의 워마드다.
워마드와 래디컬 페미니즘의 반사회적 본질에 주목해야
점차 자폐적인 양상으로 빠져드는 워마드 시위의 모습은 비판과 성찰 없는 운동은 반드시 고립된다는 철칙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시에 이러한 사태는 워마드를 옹호해온 진보진영의 성찰을 요구한다.
몰카범죄에 대한 처벌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유달리 가혹하다는 주장은 모든 측면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온정적으로 접근한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홍대 몰카 수사는 편파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공식 석상에서 재확인해야 할 정도로 남녀 대결구도와 남성혐오를 부추기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 집회 주최와 참여자들의 사실 왜곡은 심각하다.
또한 워마드 집회 측에서 지금도 SNS와 여성 커뮤니티에서 날조하기 위해 애쓰는 것과 달리, 정작 몰카범죄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더 강하게 처벌받았다는 것은 구속 여부에서 보나 형 집행에서 보나 이미 통계로 증명된 사실이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몰카범죄에 대해 성별을 떠나 무관용으로 나아가는 추세 또한 사실이며 여기에는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이 납득하고 있다. 그러나 워마드의 관심은 그러한 사실관계가 아니라 남성 증오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제 언론과 자칭 전문가는 이런저런 사실관계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이러한 ‘반사회적 동기 자체’를 짚고 비판하는 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많은 이는 워마드가 반사회적 동기에서 성립된 집단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지금까지 워마드 그리고 워마드의 전신 메갈리아를 여성운동으로 옹호해온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워마드 자체에 대해 비판을 삼가야 한다는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
이러한 비판의 금기 설정이 문제(온라인상의 성별 갈등과 대립)를 악화시킨 게 아닐까. 그리고 이같은 워마드식 성대결의 피해자는 몰카범죄 피해를 본 남성만이 아닌 ‘코르셋을 입은 흉자’로 지목받아 규탄받는 일반 여성으로까지 확장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예전에 박지원 의원이 했던 말을 비틀자면, 여성에게는 어떠한 반사회적 동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환상에 빠져 있었던 워마드 변호론자들은, 그 자신이야말로 ‘잠재적 워마드가 아니었는지’ 반성할 때다.
경제학 박사. 프리랜서 작가.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2019, 공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박가분
paxwon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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