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보고서 ‘혜화역 시위 원인과 해석’, 래디컬 페미니즘에 포획된 보고서인가?

행정안전부가 서강대 산학협력단에 용역 수행을 맡긴 <불법촬영 관련 시위 원인과 해석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9월 4일 수의계약을 맺고 10월 3일까지 연구 기간을 거쳐 나온 보고서 책임 작성자는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연구교수다. 보고서 제목은 <2018년 ‘혜화역 시위’에 대한 해석>이며 분량은 총 32페이지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연구교수(출처 정의당 강남구위원회 페이스북)

서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는 사실상 특이점이 없다. 필자와 박가분 작가는 <리얼뉴스>에 메갈리아·워마드부터 시작한 래디컬 페미니즘의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지속해서 해왔다.

서 교수 보고서에 나오는 혜화역 시위 개요와 특징, 메갈리아와 미러링 탄생, 메갈리안의 분화,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등에 대해서는 약 4년 가까이 이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그런데 서 교수의 보고서에서는 의아한 대목이 드러난다. 목차 마지막 부분 4장 ‘사회변화의 맥락과 혜화역 시위’에서 2014년 세월호 사건과 2015년 메갈리아 등장이 일련의 흐름에 같은 맥락이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 25페이지를 보자.

최근 등장한 일련의 새로운 성평등 주장 운동의 흐름은 2015년 ‘메갈리아’에서 분기를 이루는데, ‘메갈리아’가 ‘메르스 사태’에서 기원했다는 점은 ‘세월호 사건’ 이후 일련의 권리 자각 흐름에 맞닿아 있다는 점을 보여줌.

이들은 메르스 희생자의 성별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바라보며 희생자의 성별조차 차별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분노했고 과거와는 다른 행동주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음···.

‘강남역 살인 사건’은 여성의 안전이 상시적으로 위협받는 사회에 대한 공포를 각인시킨 반면,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무책임하거나 무능력한 태도가 대비된 사건으로 ‘세월호 사건’과 맞닿아 있음···.

2016년 촛불광장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촛불광장에서 이루어진 한국사회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집단행동의 결과임···.

‘혜화역 시위’는 2015년 이후 일련의 온라인 흐름에 바탕을 두고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등 오프라인 집단행동···. 그 저변에는 촛불광장과 탄핵 이후 형성된 사회적 정치 효능감 고양이라는 요인이 작동하는 것으로 추정됨.

혜화역 시위를 발단을 계기로 이른바 ‘영페미’라는 명칭을 얻은 래디컬 페미니즘 등장의 사회변화 맥락으로 설명하는 대목이다. 서 교수는 갈등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런 내용으로 전개하고 있다.

물론 서 교수는 이렇게 평가할 수 있겠으나 현재 국내에서 일어나는 극단적 페미니즘 현상을 세월호 사건, 촛불광장의 연장선에 있는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극단적 페미니즘은 정치 페미니스트들의 작품이 아닌가?

필자는 <리얼뉴스> 기고를 통해 ‘극단적 페미니즘 ‘워마드’ 등장 3년, 무엇을 남겼는지 복기해보자‘ 흐름을 이렇게 분석했다. 그중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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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페미니즘 ‘워마드’ 등장 3년, 무엇을 남겼는지 복기해보자

극단적인 남성혐오 발언과 남성의 생식기를 소재로 한 이미지 만연, 사이트의 나치 문양 사용, 회원 가입 시 엽기적인 절차는 이들이 얼마나 과격하고 극단적인 방식을 추구하는지 증명한 바 있다.

또한, 메갈리아는 장애인 비하, 성소수자(게이) 강제 아웃팅을 하면서 세간의 큰 비난을 받으면서도 승승장구했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메갈리아 회원들은 2015년 11월에 현재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을 ‘갓선미’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1200만원 가까이 후원금을 전달해 정치적 세력화라는 목적을 명확히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 과격한 남성혐오와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회원들이 점차 세력을 넓히며 메갈리아는 분열됐다. 2017년 1월 말 현재의 워마드를 개설하며 결국 메갈리아는 사라지고, 메갈리아·워마드 회원의 교집합이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메갈리아와 워마드가 같다 다르다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강단 페미니스트·직업 페미니스트·진보 지식인·진보언론, 페미니즘 작위 수여가 힘을 실어주었다.

서 교수의 보고서 중 동의하는 부분은 ‘메갈리아’ 이후 흐름을 래디컬 페미니즘 모델로 본다는 점이다. 하지만 서 교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사전에 래디컬 페미니즘의 이론과 행동방식을 인지하고 행동에 옮겼다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보고서 28페이지를 보자.

이들이 래디컬 페미니스트‘ 이론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합의하에 그 행동노선을 채택했다는 것이 아님. 현재 상태는 온라인 논쟁을 통해 자신들의 정서와 주장을 설명할 수 있는 대안의 언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마주친 것이 ’래디컬 페미니스트‘ 계열의 언어들이며 일시적으로 이를 차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상태라고 보는 것이 현실에 부합함.

이 부분에서 필자는 서 교수와 견해가 다르다.

래디컬 페미니즘 모델이 우연히 메갈리아·워마드·영페미로 이어지다 마주친 게 아니다. 처음부터 메갈리아 핵심 코어 집단은 래디컬 페미니즘 이론의 의식화 과정이 분명히 존재했다. 2015년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온 래디컬 페미니즘 중요 텍스트들이 증거로, 현재 페미니스트들이 사용하는 논리와 슬로건, 상징적 언어, 명령어 등은 우연이 아닌 정치적 실천 방법으로 준비됐다.

현재 영페미들이 사용하는 상징적 언어의 연원은 모두 래디컬 페미니즘 이론서에 존재한다.

서 교수는 보고서 29~30페이지에서 “갈등 주체를 대화 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 갈등 주체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불편한 용기’ 운영진을 공론장에 초대해 발언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대화 테이블에는 사실상 남성은 배제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역시나 메갈리아 등장 후부터 줄곧 이들을 옹호해온 당사자다운 솔루션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혜화역 5차 시위(출처 ‘불편한 용기’ 트위터)

‘불편한 용기’는 워마드와 관련된 여성단체가 포털 다음 카페에 개설한 임시 조직이다. 이들은 지난 5월 19일 1차 집회를 열어 피해자인 남성 모델을 그림으로 그려 조롱했으며, 남성 성기를 그린 다양한 유인물을 들고나왔다. 이들은 “홍대 누드모델 남성 피해자가 남성이라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됐다. 피의자가 여자라서 빨리 잡았다. 성차별이다“라고 주장했다.

혜화역 1차 시위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보국은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통해 ‘불편한 용기’ 조직을 옹호하기도 했다. 피해자인 남성 모델을 향한 악랄한 조롱과 인권 유린 폭력 행태는 7월 7일 3차 시위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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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용기’의 사실 왜곡과 억지 주장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7월 12일 발간한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27~37페이지에 상세히 서술한 바 있다. 서 교수가 <2018년 ‘혜화역 시위’에 대한 해석>에 대한 평가서를 내기 전에 분석한 것이다.

서 교수는 <한겨레> 등의 매체에 2015년부터 활발한 칼럼을 기고해 왔다. 예컨대 7월 13일자 ‘혜화역 시위, 그들의 언어는 왜 낯설고 불편한가’에서 “10대~30대 초반 시위 참여자들 ‘민주주의 헌법 이후 태어난 첫 세대’, 현실은 헌법·법률과 거리 멀어, 부모세대가 만든 사회구조 속에서 청년세대 남성·여성 갈등 커져 세월호·강남역 살인사건 거치며 무능하거나 악한 정부에 분노, ‘사태 이 지경 만든’ 모든 권위 거부 부모세대 향한 도전장 계속될 것, 그들의 언어 불편하고 낯설지만 광장에서 말 걸어줘 고마워”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연구 의뢰를 받기 직전까지 혜화역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이다.

7월 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8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 참석해 “누구도 차별과 폭력에 아파하지 않는 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라고 개회사를 하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또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월 7일 혜화역 3차 시위를 다녀온 후 페이스북에 각각 소회를 밝혔다. 정현백 장관이 다녀온 3차 시위는 “문재인 대통령, 재기하라, 재기해! 재기해!”라는 문제의 구호를 외쳤던 집회였다. 정 여가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남긴 전문이다.

오늘 오후 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현장에 조용히 다녀왔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노상에 모여 함께 분노하고 함께 절규하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만의 자유로운 공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멀리에서 지켜보았지만, 스크린과 마이크의 도움으로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뜨거운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촬영을 비롯해 성범죄를 근절하지 못하는 국가기관과 우리 사회 전반의 성차별을 성토했습니다. 국무위원의 한 사람이자, 여성인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스럽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정부가 그동안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보다 안전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습니다.

여러분들이 혜화역에서 외친 생생한 목소리를 절대 잊지 않고, 불법촬영 및 유포 등의 두려움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안전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김부겸 장관 역시 같은 날인 8일 페이스북에 느낀 점을 썼다. 다음은 전문이다.

공화

어제 혜화역에서 여성들이 모였습니다.

세 번째 집회는 규모가 더 커졌습니다. 분위기는 더 뜨거워지고, 질서는 더 정연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가슴에 와 닿은 것은 ‘불편한 용기’ 측이 자신의 시위를 이렇게 정의했다는 대목입니다. ‘국가가 여성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여성들의 외침’이자 ‘국민의 반인 여성들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대한민국의 민주시민임을 외치는 시위’

공중화장실 관리는 행안부의 고유 업무 중 하나입니다. ‘편파수사’의 당사자로 지목된 경찰청은 행안부의 외청입니다. 따라서 ‘불편한 용기’ 측이 말하는, 여성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에 저 자신도 포함됩니다. 저의 책임이 큽니다.

그래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몰카 단속과 몰카범 체포, 유통망 추적색출에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민간 업주들도 단속에 협조를 다 하겠다고 했습니다. 입법도 이른 시일 내에 하겠다는 의지와 각오를 동료 의원들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결코 보여주기 ‘쇼’가 아님을 실천으로 입증해 보이겠습니다. 어떡하든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해결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여성의 외침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왜 저토록 절박한지 진지하게 경청해야 합니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남성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반박하고 비판부터 하려는 태도입니다.

어제 3차 집회 이후 일부 언론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입니다. 남성 혐오가 아니다, 정부를 비판했다 아니다···. 지금 그런 시시비비는 또 다른 편 가르기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이 세운 정부입니다. ‘민주시민’과 촛불정부를 이간질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여성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언론이 알려주셔야 합니다.

여성과 남성, 우리는 모두 민주공화국의 시민입니다. 시민이 다른 시민의 외침에 귀 기울일 때, 그리고 그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할 때 비로소 공화(共和)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또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8월 4일 4차 광화문 집회 현장을 찾아 “아이스팩 지원 검토” 발언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정부 관계자의 시찰 직후 행정안전부가 <불법촬영 관련 시위 원인과 해석에 관한 연구>를 <서강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용역 수행을 맡겼다고 유추할 수 있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 발표 직후 정부는 2차례 ‘불편한 용기’ 운영진 20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1차는 10월 17일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2개 부처 관계자가 참석했으나, 11월 6일에 열린 2차 간담회에서는 여가부, 행안부를 비롯해 법무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등 모두 7개 부처 과장급 10여명이 대거 자리해 불편한 용기 측의 요구사항을 3시간가량 경청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간담회 중간에 모습을 드러내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간담회 전후 요구사항을 전달받고 대책을 지시했다.

진선미 의원(출처 진선미 의원 페이스북)

불편한 용기 측은 간담회에서 법무부에 “성폭력상 성적 욕망과 수치심의 결정권자를 구체화해 달라”고 요구했고 법무부는 “구체적인 상황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여성 검사의 비율을 늘려 달라”는 요구에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교육부에는 “초·중·고교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하고 관련 학습자료를 개발해 달라”고 요구했고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또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의 여성 혐오 문제와 몰래카메라 탐지 기술 개발 등 불법 촬영 문제를 개선할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 측은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초범, 우발적 범행을 엄벌해 달라”는 요구에 “구속 수사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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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시위’에 대한 해석>이라는 평가 보고서에서 드러나듯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한 용기’라는 임의 단체로 포장한 워마드 입장과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혜화역 시위의 발단이 된 홍익대 회화과 남성 누드모델의 불법촬영이 명백한 범죄임에도 적반하장격 시위에 대한 질타는 어디에도 없었다.

서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의 참고 문헌도 편향적이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8월에 출판한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소설 <이갈리아의 딸>, <한겨레>, <경향신문>,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연구 교수 등의 저서 등이다.

행정안전부 보고서 <2018년 ‘혜화역 시위’에 대한 해석>에 대한 평가는 남성들의 문제, 극단적인 남성혐오를 일삼는 행위에 대한 분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래디컬 페미니즘에 포획된 정부라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