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이 바라본 정의당의 ‘짓밟힌 당내 민주주의’

[글 싣는 순서]

  1. ‘촛불혁명’에 정의당을 위한 자리는 없다
  2. 당원이 바라본 정의당의 ‘짓밟힌 당내 민주주의’
  3.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로 어떻게 무너졌나
  4. 정의당, ‘그들만의 진보정당’은 무한 반복된다

‘촛불혁명’에 정의당을 위한 자리는 없다를 주제로 4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이 두 문장, 제1조 제1장의 제1항과 2항으로 시작한다.

여러분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글에서 헌법을 인용하는 것으로 앞머리를 장식하는 것이 너무 진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 아래 이런 ‘진부한 이야기’는 이미 잊힌 지 오래였다.

지난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온 시민들이라면, 대한민국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오는 민주공화국이란 헌법의 도입부를 무척이나 간절하게 외쳐왔을 것이다. 그만큼, 지난 두 정권의 반민주적 행각들은 우리 국민과 그 권리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은 빼앗겨온 권리를 되찾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차기 정권은 당연히 지난 정권들과는 달리 민주주의의 정신을 토대로 건설되어야만 하고, 반민주적인 적폐들을 모두 개혁하고 해소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대선 후보에 대한 판단 기준은 바로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될 것이다. 차기 대선후보가 광장에 차벽을 세우고, 국민과 불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는 지난 정권의 연속일 뿐이니까.

이제 정의당의 이야기를 해보자. 대통령과 정권은 국정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듯, 당대표와 정당은 당정으로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한 정당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라면, 당정에 있어 후보가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가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겠다.

요컨대, 이번 조기 대선에 있어 정의당과 그 대선 후보를 판단할 가장 정확한 근거는 정의당 내부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당과 그 대선 후보인 심상정은 위의 기준에서 얼마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원내 유일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를 자랑스럽게 자처하는 그가 과연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에서 만족스러운 ‘민주주의 점수’를 얻을 수 있을까? 필자는 한 명의 채점자 중 한 사람으로서 심상정과 정의당에 대한 평가, 정의당의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 정의당원이 바라본 ‘짓밟힌 당내 민주주의’

박근혜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단어들에 대해 전 국민적인 설문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면, ‘불통’은 최소한 가장 많이 꼽힌 단어 후보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욕설들을 전부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만큼 지난 정권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정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말할 필요도 없고, 정부의 도움이 간절했던 사회의 약자들이나 재난의 피해자들, 심지어는 정권 내부 조언자들의 의견도 묵살당하기 일쑤였다. 이미 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 실세, 그리고 박 전 대통령 개인의 의견만이 대한민국의 국정의 원동력이었단 사실이 낱낱이 파헤쳐졌다.

즉, 박근혜의 불통은 그를 탄핵으로까지 몰고 갔을 정도로 지독한 단점으로 손꼽힌 것이다.

개인의 불통은 사실 개성이 될 수도 있다. 독불장군이란 단어는 상황에 따라선 속된 말로 ‘답도 없는 꼰대’가 될 수 있지만, 때로는 ‘고집이 센 카리스마적인 인물’로 꼽힐 수도 있다.

당장 국어 시간에 나오는 ‘방망이 깎는 노인’을 떠올려보라. 손님이 그냥 내놓으라 하더라도 개인의 신념을 굳혀 끝까지 만족할만할 물건을 만들고서야 손님에게 건네는 모습, 이른바 장인 정신이란 것도 불통으로 보일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영역에 한정될 때의 이야기다. 그 독불장군이란 자가 권력을 잡았을 때, 더구나 한 나라와 그 구성원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지도자의 위치에 올랐을 땐 결코 개성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하물며 왕조 국가에서도 국왕의 독선은 불만을 일으키는 법인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라면 당연히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에 신중히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모든 민주국가의 성원은 지도자와 동등한 권리를 줬기 때문이다.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주국가 지도자의 의무를 전혀 지키지 않은 죄를 범한 셈이다.

출처 YTN

당정도 국정과 마찬가지다. 국민의 세금과 당원들의 당비를 통해 운영되는 이상 내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의무이다. 매달 당비를 내는 당원들의 권리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이상 당 바깥의 유권자들 또한 각 정당에 목소리를 낼 권리가 보장되어야만 한다.

정의당이 아무리 군소 정당이라 하더라도 이 의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른바 당내 민주주의라는 것은 이들의 정당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정의당이 선택한 길은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의 ‘불통’의 방식이었다. 당은 오로지 지도부, 그리고 특정 정파만의 의견만을 존중해왔다. 이 문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은 지난 2016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음 회차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도록 할 것이기에 지금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이야기를 조명하고자 한다.

1. 정의당 식 차벽과 물대포, 당원 게시판 봉쇄 작전

정의당의 공식적인 소통 창구는 오직 공식 홈페이지의 당원 게시판뿐이다. 정의당은 공식 홈페이지의 전체 당원 게시판뿐만 아니라 시도당별 게시판, 각 부문위원회별 게시판 등을 마련하고 있다.

개별적인 SNS에 비하면 당연히 접근성이나 편의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당의 공식 홈페이지니만큼 엄연히 유일한 공식 창구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당직 선거 때도, 총선과 대선 등에도 당의 모든 입장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되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 또한 당원 게시판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모든 광장에서 항상 축제만을 벌일 순 없는 법이다. 당내 분쟁이 가장 뜨거웠던 지난 2016년 ‘메갈리아 사태’에서 당원 게시판은 이 문제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가득했다. 광화문 광장이 시민들의 정치적 발언과 행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써의 상징성을 가지듯, 당원 게시판 또한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정의당 내 유일한 공간이었다.

이러한 당내 반발에 대해, ‘메갈리아 사태’에서 해당 혐오주의 커뮤니티에 우호적이거나 ‘당내 갈등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당원 게시판을 통한 항의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의 논지는 간단했다. 당 외부에서 정의당을 바라보는 공개적 자리에서의 끝없는 싸움이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것이었다.

출처 연합뉴스TV

지난 박근혜 정권 동안에 있었던 수많은 광장의 투쟁들을 모욕하는 가장 대표적인 주장이 바로 ‘국가 이미지의 실추’였던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논의될 가치조차 없는 헛소리로 치부됐으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당의 입장에선 이는 매우 구미가 당기는 논조였다. ‘메갈리아 사태’에서 ‘여성주의 강화’를 당론으로 채택한 과정에 실망한 사람들이 탈당을 선택한 뒤 게시판의 열기가 식자, 정의당은 이른바 ‘당원 게시판 봉쇄’를 준비해나갔다.

지난 제19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들 중, ‘조건만남 검색’으로 유명한 박원석 전 의원이 있다. 그는 현재 정의당에서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으로 정치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지난 2016년 8월 18일 성남시 당원과의 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다.

질문 : 지금 문제 되고 있는 메갈리아 사태에 대한 분쟁을 계파 대립으로 인식하고 있다. 노동당 일부가 흡수되면서 진보결집과 같은 세력이 당을 흔들기 위해 벌이는 공작이라는 의견이 있는 마당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답변 : 이번 사태의 본질을 계파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비약이다. 다만 여러 쟁점을 드러내 놓고 토론을 해야 한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조기에 합리적인 대응을 했으면 짧아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빠른 해결을 원하는 것은 문제의 성격에 비추어 봤을 때 그렇게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당원 게시판에 나온 의견은 일정 부분 과잉 대표 되는 측면이 있다. 침묵하고 관망하는 다수의 생각이 있을 수 있고, 미루어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당원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여기서 그의 마지막 의견을 주목해보자. 2016년 8월 중순이라면 당시 정의당을 둘러싼 논쟁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논쟁이 다름 아닌 ‘메갈리아 사태 ’였음을 상기한다면, 이는 당의 유력 정치인의 입장에선 나와선 안 될 이야기였다.

당의 문제 자체를 희석하는 화법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의 공식 소통 창구에서 나온 이야기를 향해 ‘침묵하는 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자신들이 의견 전부인 줄 아는 자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논지는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 그리고 ‘태극기’ 진영에서 바라본 광화문에 대한 인식과 유사한 것이었다.

이에 발맞춰, 정의당의 일부 정파는 ‘당원 게시판은 항상 글을 쓰는 사람들만 쓴다’는 주장으로 통계를 내,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당원 게시판 무용론’을 대두시켰다. 그리고 2016년 8월 31일, 당내 유력 정치인들과 특정 정파들의 주장에 발을 맞춰 정의당은 당원들에게 공식 설문조사를 메일로 발송하였다.

필자에겐 2016년 8월 31일 자에 정의당 공식 메일 계정에서 발송된 설문조사의 내용 중 일부

메일에서 밝힌 해당 설문조사에 대한 당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당 홈페이지 관련하여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당원들의 소통과 토론의 창구로서 당 홈페이지가 제대로 역할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바쁘시겠지만 당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조사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사진 1. 정의당 당원 게시판 문제 관련 설문조사

그렇다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각 당원이 소속된 시도당과 활동 경력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 뒤, 홈페이지 기능에 대한 단락에서는 지역활동에 관한 홈페이지 기능에 대한 만족도와 그에 대한 개선 의견, 지역위원회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필요에 대해 질문한다. 여기까진 응당 있을 수 있는 설문조사로 보인다.

문제는 그 뒤의 세 단락이다. 당원 게시판에 대한 만족도 조사, 당원 게시판의 문제점에 대한 조사(사진 1),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언제 집행하는 것이 좋겠는가?’에 대한 조사(사진 2)로 마친다. 이는 명백히 악의적인 의도가 드러난 설문조사다.

게다가 중복 설문도 가능하다는 허점이 존재했다. 당원 게시판의 장점에 대해선 묻지 않고 단점만을 조사하는 설문조사가 무한정으로 응답해도 된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설문조사가 당의 지도부 회의인 상무위원회에 공식 보고된다는 점을 보면, 결국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사진 2. 정의당 홈페이지 관련 당원 설문조사

당의 공식 메일 계정을 통하여 당원 전체에게 발송한 설문이니만큼, 이미 당대표 혹은 사무총장과 같은 고위 책임자 또한 이 사실을 인지하고 허가해줬으리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즉, 이는 지도부나 고위 관계자가 지시 혹은 허가를 내린 악의적 설문으로, 박원석 경기도당 상임위원장 등 당내 유력 정치인이나 유력 정파들의 행동과 무관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이 또한 거센 반발을 일으켜 당원 게시판 자체를 닫는 일은 없어졌지만, 이후 홈페이지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정의당의 ‘광장 통제 작전’의 목표는 달성됐다. 여담이지만, 위 과정에서 박원석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의 사과도, 설문조사를 기획한 당직자의 사과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마저도 부족했던 것이었을까? 지난 3월 7일, ‘당원 게시판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라는 또 다른 설문조사가 당원들에게 유포되었으나, 홍보팀은 ‘이는 당의 공식 설문조사가 아니며 출처를 조사 중’이라고만 답한 뒤 그 어떤 조사에 대한 보고나 징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때문에’, 혹은 ‘침묵하는 다수들은 동의하지 않는 문제이기에’ 당원들의 발언권을 제한하려는 정당이 과연 민주적인 정당, 소통하는 정당인가? 이는 오히려 과거 새누리당 정권이 광화문에 보여줬던 광화문에 대한 통제, 차벽과 살수차와 닮은 불통의 정책이 아니겠나?

2. 정의당 4기 청년학생위원장의 자진사퇴 은폐 사건

2016년 10월 11일, 정의당의 청년학생위원장의 자리가 공석이며, 정의당 청년부대표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표현이 어딘가 애매하지만,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당원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묘한 사건에 대한 배준호 정의당 부대표, 청년미래부 본부장(예비내각제에서 청년미래부 장관에 해당하는 자리)의 답변은 더욱 가관이었다. 다음은 그의 답변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사임 사유를 제가 밝히는 것이 적절한 일인지 판단이 참 어렵습니다. 당사자가 사임하면서 여러 고민이 있었을 텐데, 제가 별도로 공개적인 공간에서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 사유를 밝히는 건 제 책임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위원장이 스스로 직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사임했다”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부디 양해해주십시오.

위원장 사퇴 이후 집행위원회를 새로 구성 중입니다. 그리고 전에도 실질적으로 청년 부문 실무를 담당하는 것은 청년미래부 사무국장 1인이었습니다. 공지가 늦어진 것은 그런 실무적인 역량 부족에서 비롯된 것도 있고, 청년 부문에 대한 재정비 구상을 하다가 늦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위원장 사임 날짜는 9월 27일입니다.

배준호 당 부대표에 의하면, 청년학생위원장은 자진 사임을 한 것인데 그 이유는 자신이 밝힐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해 약 2주간(9월 27일부터 한 당원이 문제를 제기한 10월 11일까지) 이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것은 실무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굉장히 석연찮은 답변이다. 왜 정의당의 청년학생위원장은 자진 사임을 해야만 했으며, 그 이유는 어째서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는 것일까? 자진 사임이라면 당연히 청년학생위원장 본인이 사임의 변으로 인사를 남기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데, 그런 인사말조차도 남기지 않았을까? 이 사실을 ‘실무자가 없어서 공지하지 못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먼저 후자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정의당의 청년학생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그리고 중앙 집행위원들과 지역별 청년학생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방 청년학생위원장단은 중앙 청년학생위원회 운영위원회의 성원으로, 약 20인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중앙 청년학생위원회의 부위원장들은 임기가 끝난 상황으로 공석이었지만, 분명 중앙 집행위원들과 운영위원들이 건재하는 상황이었다.

즉, 이들 간의 합의, 최소한 운영위원들 간의 합의를 통해 직무대행이 결정되었을 것이므로 이 사실을 당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건 최소한 20명이 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실무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2주간이나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답변이라면, 이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나?

게다가 그는 당시 정의당 정책미래내각(예비내각)에서 청년미래부의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즉, 당의 계약직 당직자까지 겸임하고 있는 위치로, 정의당은 이들의 인사이동 등을 당원들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왜 유독 청년학생위원장만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이보다 큰 문제는 전자의 이유다. 청년학생위원장은 엄연히 당내 청년당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한 선출직 간부로, 그가 사임한다면 당연히 그 이유나 입장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만약 당신의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도·시·구의원이 사임하는데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면 이를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는 엄연한 당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정의당 지도부는 오로지 ‘자진 사임’만을 강조할 뿐, 그 사유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월 16일, 서울시당 당기위원회에선 한 사건에 대해 3년간의 당원자격 정지와 정의당 여성위원회가 인정하는 단체의 성 평등 교육 이수를 포함한 중징계를 결정한다. 사유는 ‘성폭력행위’였다. 그리고 같은 날, 서울시당 당기위원회는 ‘직무유기’에 대한 제소에는 기각을 결정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두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루지는 않겠다. 하지만, 뜬금없이 이 두 판결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먼저 후자인 ‘직무유기’에 대한 제소의 판결문의 일부분이다.

···◎◎◎가 당의 지도부이자 사건3-024의 피제소인 ◆◆◆의 직속 상관이라 할 수 있는 미래정치내각의 책임자···

피제소인 ◎◎◎과 소통을 통하여 처벌 수위 등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가해자인 ◆◆◆은 선출직 직책은 자진해서 사퇴하였고 임명직 직책에 대하여 공식적인 처벌과정이 없이 권고사직에 이르게 된바···

지난 몇 달간 정의당에서 자진해서 사퇴한 선출직 직책을 가짐과 동시에 미래정치내각 책임자의 직속 부하인 인물은 청년학생위원장밖에 없는 상황에, 해당 인원의 직속 상관이자 미래정책내각의 책임자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인사는 다름 아닌 청년미래부의 배준호 정의당 부대표뿐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사건3-024는 무엇인가? 바로 3년간의 당원자격 정지 등의 중징계를 포함한 ‘성폭력행위’ 사건을 지칭한다.

즉, 정의당은 선출직 간부가 ‘(당기위에 명시된 용어로)성폭력 행위’의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사퇴’ 처리를 수용하고, 당 지도부의 일원이자 청년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부대표는 ‘실무자 부족’을 핑계로 이를 공지하지 않았으며, 자퇴의 이유에 대한 문의엔 ‘내가 밝힐 수 없는 사안’이라 답변한 것이다. 이 사건을 2016년 9월 27일을 기준으로 약 5개월간 은폐한 뒤에서야 당내의 징계를 내리는 형식으로 종결시킨 셈이다.

해당 사건에 경위에 대해선 이 글에서 밝힐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애초에 그 경위는 필자를 포함한 외부자가 자세히 알 이유가 없다. 해당 사건이 당기위원회 결정문에 명시된 대로 ‘성폭력행위’라면, 그건 사법기관이 알아서 조사하고 처벌하면 될 문제다. 이를 외부자가 함부로 거론한다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필자는 ‘성폭력행위’가 일어난 사건이 아닌 ‘자진사퇴’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당내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인사가 모종의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면, 당은 이를 숨길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여 해당 인사가 조치를 받았습니다. 당내에서 성실히 조사한 뒤, 사법기관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죄송합니다’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어야만 했다.

즉, 이는 숨길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당 차원에서 먼저 사실을 밝히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정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상임공동대표

하지만 정의당의 선택은 사건의 은폐였다.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약 20여명의 관계자와 당 지도부까지 해당 사건의 경위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자가 없어 (2주 동안) 공지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게다가 청년학생위원장의 공석 자체가 발각되었다면 당연히 그 사퇴의 이유를 밝혔어야 했지만, 당은 수차례의 질문에도 지도부 차원에서 사퇴 사유를 밝히는 것을 거부하였다. 즉, 대한민국의 유권자들, 최소한 정의당의 당원들은 정의당의 선출직 직책을 맡은 당 간부가 범죄행위를 저질러 ‘자진사퇴’한 상황을 다섯 달 이상이나 알 수 없었단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조차도 정의당에선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홈페이지운영위원회에 의해, 해당 사건에 대한 논의 중 일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명목으로 글이 삭제되는 조치들이 취해졌기 때문이다.

이 글들이 온전히 피해자를 향한 공격이었다면 정당한 조치였겠지만, 몇몇은 해당 사건에 대한 법적 공방에 관련된, 피해자와는 무관한 글이었음에도 삭제당한 것이다. 이는 ‘2차 가해’라는 명목으로 당원들의 권리를 짓밟는 행각이 분명하지 않은가?

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민주적인 정당은 이런 모습인가? 여러분들의 한 표를 통해 선출한 간부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도 알려지지 않는 정당, 당원들이 알아내 항의하더라도 그 사유조차 밝히지 않는 정당, 게다가 그 과정에서 일련의 범죄행위조차도 알려지지 않고, 심지어 이에 대한 논쟁조차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명목으로 탄압되는 정당. 이런 정당이 과연 ‘민주적인 정당’이라면, 이들이 집권하였을 때의 국민의 언사는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

이외에도 사실 정의당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공헌한 여성위원회 예산 의혹, 지난 ‘메갈리아 사태’에서 당직자들의 당규상 책임에 대한 문의에 대한 답변 회피, 정의당 당원이 혐오주의 커뮤니티인 ‘워마드’의 운영자라는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 등의 당내 ‘불통’의 사례는 많지만, 이를 모두 다루기엔 글이 매우 길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두 가지 사례를 조명하여, 정의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결코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미 여성위원회 예산 의혹이나 ‘메갈리아 사태’ 등은 널리 알려진 만큼,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독자들께서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다음 회에선 위의 ‘메갈리아 사태’ 그 자체를 다루고자 한다. 해당 사건의 개요, 그 내에서 정의당 지도부와 정치인들의 책임 문제 등, 외부에서 조명되지 않은 당 내부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본 회차보다 내용이 길어지겠지만, 이에 대해서도 자세한 내용을 담고자 하는 필자의 의도에 대해 독자들의 깊은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