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권이 헌정 사상 초유의 위기에 빠졌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을 대신하던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국정 운영의 공백이 더욱 심화됐다.
야당은 내란 사태와 관련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 주장했지만, 여당은 이를 헌정 파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한덕수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을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 대부분이 참여한 가운데 여당 국민의힘의 조경태 의원도 찬성표를 던지며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은 표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한덕수 총리는 즉각 직무에서 배제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직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됐다.
최 권한대행은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야 간 대립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여야, 헌법재판관 임명과 특검법 공포 두고 대립
민주당 등 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통해 정국 혼란의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내란 및 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를 방치한 것이 탄핵의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탄핵 사유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민주당을 향해 “국정 안정을 짓밟은 국정 테러 행위”라고 비판하며, “헌법재판관 임명과 탄핵 심판 결과를 통해 야당의 위헌적 행동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탄핵 심판 결과와 조기 대선 가능성···정치권 물밑 계산
이번 권한대행 탄핵은 단순한 법적 논란을 넘어 조기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계산으로 연결되고 있다.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탄핵 심판의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대선 시기를 최대한 늦춰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먼저 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이다.
헌법재판소는 국회 탄핵소추안 접수 후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요건에 대한 해석 문제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총리의 탄핵은 대통령 탄핵과 마찬가지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대한민국은 국정의 중심을 잃고 극도의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었다.
국회에서 법안 처리와 인사 임명 문제 등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최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정 혼란을 수습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 간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및 내란·김건희 특검법 공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관련 법적 다툼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전략이다.
정치적 계산과 법적 다툼이 얽힌 이번 사태는 한국 정치사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편 27일 VOA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국회 표결을 앞두고 그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국무부는 “최근 몇 년 동안 한미 동맹은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으며, 앞으로도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치적 혼란과 더불어 미국의 정권 교체기라는 복잡한 환경에서도 한미일 3국 간 협력은 여전히 핵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3국 간 공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의 이번 발언은 한국 내 정국 불안 속에서도 동맹 관계를 확고히 유지하고, 국제적 도전 과제에 대한 공조를 지속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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