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사건 이후, 책임지지 않는 거짓 선동가들
박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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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12:57 | 최종 수정 2020.04.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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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터넷을 가장 크게 달군 젠더논쟁 이슈는 바로 ‘이수역 사건’이었다. 사건 초기 이수역 인근 술집에서 시비가 붙은 당사자 여성 혹은 그 관계자는 “탈코르셋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인터넷에서 지속적으로 퍼뜨렸다.
특히 이들은 사건 초기에 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진 등을 게시하며 마치 자신의 주장이 진실인양 호도했고 그 결과 40만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이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주요 주장은 거짓말로 탄로 났다. 우선 사건 초기부터 술집 주인의 증언을 통해 이들이 주변인에게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경찰 조사 결과 폭행 시비 후 경찰이 늑장 대응을 했다든지 남녀 간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조사를 했다는 주장도 허위사실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단지 소위 ‘탈코르셋’ 외모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인으로부터 일방적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 역시 거짓말이었다. 남성이 발로 찼다는 목격담도 결국 번복됐다. 더욱이 혜화역 증오선동 시위에 동참하다 만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언쟁 과정에서 “호모 XX 아니냐”, “후X팔이” 등 워마드에서 널리 공유되는 남성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나, 더 이상의 사회적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워졌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이수역 사건의 당사자 모두를 쌍방폭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거짓으로 드러난 이들의 주장에 낚인 네티즌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단순한 술집 드잡이질을 극단적인 성별 대립으로까지 비화시킨 데 책임져야 할 이들은 사실 확인 없이 거짓 선동의 들러리를 선 언론과 논객 및 정치인이다.
일부 주요 언론은 사건 초기부터 사실 확인 없는 무책임한 보도 행태를 이어갔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수역 사건에 대해 ‘한국이 여성혐오 사회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극단적 남성혐오 성향의 페미니스트 윤김지영 역시 ‘탈코르셋(화장 거부, 짧은 머리 등) 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공격당했다’고 주장하며 ‘이수역 사건은 여성혐오의 결정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이 사건은 여성혐오하고 전혀 관계가 없는 여성 측의 시비에서 비롯된 쌍방폭행 사건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들은 현재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누구 보다 앞장서서 허위 정보를 퍼뜨린 윤김지영 교수(건국대 몸문화연구소)는 공식적으로는 이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유리할 때는 여론몰이에 앞장서다가도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정정하지 않는 곡학아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언론은 여론몰이를 시도하는 동시에 여론의 폭주를 점잖게(?) 훈계하는 가증스러운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한겨레>다. <한겨레>는 11월 15일 자 사설에서 ‘당사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아직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어느 쪽 주장이 맞는다고 성급히 재단하고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잘못된 성대결 구도를 부추길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몇 년 전부터 논란이 커진 여성혐오 문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하다’며 주장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를 보인 바 있다. 오히려 사건의 진실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마찬가지로 사건 규정에 대한 자신들의 욕망 역시 접어두는 것이 언론의 덕목이다.
그나마 일관성을 지킨 것처럼 보이는 경우는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KBS <김제동 오늘밤>에서 이준석과 토론하는 와중에 ‘피해 여성 측의 (주요) 입장은 바뀌지 않았으며 법정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를 자처한 여성이 이미 ‘경찰의 늑장 출동’, ‘발로 차는 것을 봤다’ 등 주요 피해호소에 대한 증언을 번복함에 따라 스스로의 진실성을 의심받게 만들었다는 점에는 침묵하고 있다. 게다가 신지예 역시 (미투 등의 사안에서 명백히 보이듯) 모든 사회적 폭로에 대해서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는 유보적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스스로 일관성마저 잃고 있다. 결국 그의 발언은 일관성을 지키기 위한 일념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이준석과의 논쟁에서 자신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기 궁색한 포지션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론을 맺자. 앞으로 이수역 사건과 같이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채 남녀 갈등으로 비화하는 사건들은 반복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8월경에도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희미한 사진 자료를 근거로 한 여학생이 학교 골든벨 행사에서 ‘한남’이라는 글씨를 보드에 적었다는 주장이 유포됐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커뮤니티 내의 소동으로 끝났다.
반면 언론과 지식인 그리고 정치인이 힘을 보태면 문제가 이수역 사건처럼 비화하며 심각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이수역 사건의 경우처럼 제대로 된 검증이 없었다면 시비에 휘말린 커플과 술집 손님 모두 파렴치한 여성혐오주의자들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수역 사건 때 정직하지 못하게 처신한 언론과 정치인 그리고 곡학아세한 지식인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학 박사. 프리랜서 작가.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2019, 공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박가분
paxwon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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