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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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6:24 | 최종 수정 2020.04.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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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상고를 기각한다.
지난 9일 오전 10시 반경, 대법원 1호 법정에서 나지막하게 울린 짧은 한마디였다. 순간 법정 안을 가득 메우고 로비에까지 들어찬 여성단체회원들은 환호와 박수,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쏜살같이 법정을 빠져나갔다.
‘안희정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로 구성된 100여명 가량 되는 여성회원들은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릴 기자회견을 준비하기 위해 “승리했다”를 외치며 이동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징역 3년 6개월의 2심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비서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이유는 ‘성인지 감수성 결여’였다.
필자가 이번 대법원판결을 방청한 이유는 ‘성인지 감수성’이 법원의 판결에 미치는 판단 기준 여부였다. 결국 대법원은 안 전 지사에게 2심 판결을 그대로 적용했다. 향후 성인지 감수성은 성폭행, 성희롱 사건에서 판단 기준으로 더 넓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성인지 감수성 판결은 지난해 4월 12일 대법원 선고가 최초였다. 지방의 모 대학 교수는 제자를 성희롱한 혐의로 기소돼 1심,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학 측은 상고 이유서를 제출했고, 결국 대법원 상고심에서 권순일 대법관은 “성희롱 사건 심리·판단기준 첫 제시”라며 성인지 감수성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
앞으로 성범죄 사건의 중요한 판단 기준은 재판부의 성인지 감수성 적용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낸 성인지 감수성은 불분명하고 모호한 개념이다. “양성평등을 실현하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판결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계는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 차별과 불균형을 인지해 내는 민감성”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모호한 개념을 판결에 적용한다면 성범죄 사건에서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것이다.
오는 12월 25일부터 여성만을 위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7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도읍·이완영·주광덕 의원(자유한국당), 송기헌·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이다.‘남성 피해자 보호조항’을 삭제한 건 ‘남성’ 국회의원들이었다. 남성 국회의원들이 주축이 돼 남성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항을 법안에서 제외한 것으로 성별 관계없이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괄하는 성폭력방지법이 돼야 함에도 ‘여성’만을 위한 법이 된 셈이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1조(목적)에는 “이 법은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개인의 존엄과 인권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남성들의 ‘성’ 규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안 전 지사 대법원판결 방청을 온 안 전 지사의 지지자 몇몇은 망연자실한 모습을 뒤로하고 대법원 정문을 빠져나왔고 ‘안희정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은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대다수가 젊은 여성으로 구성된 이들은 ‘안희정은 유죄다’라고 쓰인 피켓을 공중으로 날리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유력 정치인이었던 한 인간의 비극적 몰락과 그의 가족이 감당해야 할 고통 앞에 여성계의 환호작약은 늦여름의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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