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생 성추행 누명’ 송경진 교사 공무상 순직 인정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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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14:52 | 최종 수정 2020.06.2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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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누명을 쓰고 고통스러워하다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송경진 전 부안 상서중학교 교사에 대해 순직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자살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 않던 종전 판례와 달리 그의 순직을 인정했다. 성추행 무고를 두고 심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끝에 생을 놓았고 이는 공무상 순직과 다름없다는 원고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지난 19일 송경진 교사의 유족이 순직유족급여업무를 심의하는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순직유족급여부지급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전북 부안 상서중학교 송 교사는 2017년 담임을 맡은 같은 반 여학생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성추행 혐의로 고발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 결과 경찰은 송 교사에게 추행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 접촉 정도가 사회통념상 비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내사종결로 결정 내렸다.
당초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학생과 학부모들도 경찰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송 교사의 무죄를 주장하며 교단에 다시 설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탄원서에 서명한 한 여학생은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장난인 줄 알면서도 다리를 만졌다고 진술서에 쓰면 우리가 잘못한 거 선생님이 화 안내실 줄 알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경찰의 내사종결 처분이 이뤄진 뒤에도 전북교육청은 송 교사를 직위해제 시키고 학생인권심위원회에 직권 조사를 의뢰했다. 인권조사위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면담조사를 실시했다. 당초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과 그의 학부모들이 탄원서를 내고 송 교사에 의한 체벌과 성추행이 없었다고 번복했지만, 인권조사위는 일방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론을 내리고 교육청에 신분상 처분을 권고했다.
전북교육청은 즉시 이 사건에 대한 특정감사 계획을 수립하고 징계 등의 조치에 들어가려 했으나 직전에 송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조사를 종결했다.
극단적 선택을 앞두고 송 교사는 “학교에서 정말 억울한 일을 당했다. 주변에서 성추행범으로 몰아가고 언론에 보도돼 명예가 훼손됐다. 억울하고 분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유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심대한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불면증과 우울증, 불안장애까지 호소하며 아파했던 송 교사는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교육청 감사가 이어지자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유족은 이에 송 교사는 공무 중 (무고와 누명이라는) 스트레스 끝에 순직하게 됐고, 따라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순직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부지급 결정을 받게 되자 급여지급 결정을 심의하는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 사안이었다.
원고인 유족 측 승소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공무원이 자살한 경우에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면 공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시했다.
이어 “이 같은 인과관계는 자살한 사람의 질병이나 후유증상 정도, 요양기간, 회복 가능성 유무, 신체적·심리적 상황 등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 뒤 “순직유족연금지급 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공무상 질병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30여 년간 쌓아온 교육자로서 자긍심이 부정되고 일련의 조사과정에서 충분한 소명 기회를 얻지 못한데다 앞으로도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데서 깊은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껴 송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고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한편 고 송경진 교사는 당시 함께 근무하던 학생부장 A씨와의 갈등에서 시작된 성추행 누명을 입었다. 이번 판결은 송 교사가 받은 성추행 혐의의 무고함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자살로 이어졌고, 이는 공무상 순직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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